일찍이 하이데거는 ‘언어’라는 제목이 붙은 한 글에서 “언어가 없는 곳에 사물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슈테판 게오르게의 시 한 구절을 해석하면서 “언어가 부족한 곳에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거나 “언어는 처음으로 사물을 사물로서 존재하게 한다”고, 심지어는 “언어가 사물을 사물로서 조건 짓는다”고 말한 바 있다.

- 보라. 얼마나 인간중심주의적인 발언인가.
언어 이전에 사물이, 세상이 존재한다는 진리가 너무도 맘에 걸려 잠을 이룰 수 없었나 보다. 하긴, 모든 탐구는 인간을 충족시키며 위로하는 것으로 귀결되니까. 그래야 하니까. 할 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