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가혹행위에 멍든 동심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웃지 않으면 그냥 맞는다고 하셨다. 맞는 것도 싫다. 그래서 웃을려고 했다.(10월 27일)'

'빨래를 제대로 안해서 땅에 손을 짚고 동물처럼 계단오르기를 50번 하고 회초리도 맞았다. 벌 받는 것은 싫다.(10월 29일)

'거지 짓을 했다. 내가 꾀를 내서 길가에 떨어져 있는 음식들을 주워 먹었다.(11월 5일)'

초등학교 4학년의 일기 내용이라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 글은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 맡겨진 초등학생이 원장으로 부터 당한 가혹행위 사례를 푸념삼아 적은 것이다.

(사진설명: 어린이집 원장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일기장. 체벌로 끼니를 굶다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었다가 원장에게 엉덩이를 50여대 맞은 뒤 쓴 일기다./강종구/지방 -지방기사 참조- 2003.11.26 (인천=연합뉴스))

일기의 주인공 A(11)군은 네살때부터 이 어린이집을 다니다 지난해 6월부터는 '평소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부모 강요에 의해 아예 숙식까지 어린이집에서 해결하며 학교에 다녔다.

어린이집에는 A군과 A군 여동생(7.초등학교 1학년)을 비롯, 모두 15명(유치부 10명, 초등부 5명)이 함께 생활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51.여)이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A군 남매와 일부 원생들에게 가한 가혹행위는 충격적이다.

원생들은 '매일 새벽 5시 30분 기상'이라는 규칙 아래 빨래와 청소를 하고 등교했으며 규칙을 어겼을 때엔 양 손으로 땅을 짚고 계단오르기를 수백차례식 반복해야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받는 100원짜리 동전 4개를 모아야 집에 갈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집에 가서 부모를 만나는 횟수도 1주일에 1회가 채 되지 않았다.

인상 썼다고 회초리로 맞을 땐 웃을 때까지 맞는다는 원장의 엄포로 인해 고통을 무릅쓰고 웃음을 지어야 했으며, 저녁으로 나온 라면을 먹지 않자 남긴 라면 가닥 수만큼 엉덩이를 막대기로 100여대나 맞기도 했다.

이밖에도 100분동안 2천번 절하기, 빨래 비누가 묻은 수세미로 입 닦기, 다음날 새벽까지 잠 안 재우기, 갖가지 구타 등 10살 안팎의 어린이들이 감당하기에는 가혹한 행위들이 자행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원장은 경찰에서 이러한 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남 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며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는 A군 남매의 부모는 경찰에서 '어린이집에서 약간의 체벌이 있는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원장은 결국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어린이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허벅지에 든 멍보다도 더 깊게 새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p.s : 죽일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