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의 신뢰성 결여, 그 해결책은?

게임을 개발하고 퍼블리싱 하는 업체만큼이나 게임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분야를 담당하는 업체 중 단 한 곳이라도 없다면 게임시장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특히 미디어의 대표격인 게임웹진은 그 역할이 정보 전달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기능을 통해 게임시장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견제해 나가며 사이트 내에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여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의 게임웹진은 게임업체에서 보내주는 보도 자료만으로 뉴스를 작성하고, 지원된 샘플게임으로 칭찬일색의 홍보전용 리뷰를 쓴 후, 게시판을 만들고 게이머들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러한 웹진은 완벽한 형태의 게임 광고 대행사이자,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m; 취재 방법이나 시각 등이 독창성이 없고 획일적이어서 개성이 없는 저널리즘)에 빠진 저질 언론이다.

게임업체에서 보내주는 보도 자료의 신뢰성 결여는 이미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보도 자료를 가장한 광고와 허위, 과장을 섞은 홍보성 글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보도 자료를 접수하여 처리하는 기자의 역할과 선택권은 매우 약소하다. 일차적으로 보도 자료는 해당 업체에서 기사체로 작성하여 발송하기 때문에 기자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준 자료에 대한 편집 작업만 담당한다. 그리고 기자에게 이를 뉴스로 등록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들의 기본적인 볼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 무조건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 자료가 뉴스화 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광고성 글은 편집하고 난 후, 등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보와 광고적인 성격의 글로 무장된 보도 자료는 적당한 수준에서 편집해서 등록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처리로 넘어가기 곤란한 경우의 보도 자료가 있다. 가령 "A 온라인 게임 동시 접속자 몇 만 명 돌파!", "B 패키지 게임 몇 만장 판매 기록!" 따위의 보도 자료들이다. 실제로 그에 해당되는 근거자료를 제시하여 보여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그 자료가 사실일 수도 있지만 거짓인 경우가 태반이다. 만약 그것이 뉴스화 되면 그것을 본 게이머는 해당 게임업체와 게임웹진 두 곳 모두에게 속는 것이다. 이러한 허위 보도 자료로 인한 피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게임웹진 정보의 신뢰성이 상실되는 수준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게임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

물론 보도 자료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도 자료를 통해 게임웹진의 뉴스는 더욱 풍성해 지고, 그것은 결국 게이머들의 볼거리가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보도 자료만한 뉴스를 기자가 모두 직접 취재해 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보도 자료로 접수된 뉴스들도 그 나름대로 상당히 훌륭한 정보력을 지닌다. 그래서 보도 자료도 그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특정 게임을 지나치게 선전하는 글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품에 자신감을 갖는 것을 두고 싸잡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지금 이 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도 자료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보도 자료는 게이머들에게 정보 전달의 목적으로 제작되어야지 그 이상의 의미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요즘 작태를 지켜보고 있자면, 보도 자료로 게이머들을 속여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려는 수법이 뻔히 드러난다. 게임업체는 그런 방식으로 해서 약간의 부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지만, 그 사이에 있는 게임웹진은 무엇인가? 수십 개의 게임웹진에 똑같이 전달되는 보도 자료가 특정 게임웹진에서만 이익효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게임웹진은 지금 게임업체가 보도 자료로 게이머들을 속이는 것을 무상으로 돕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요즘처럼 허위 보도 자료가 난무하고 언론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게임웹진이 판을 치고 있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머들의 비판적인 시각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문제로 제시된 보도 자료의 신뢰성 결여에 대한 해결책은 게이머들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근거 없는 거짓 기사가 등록됐을 경우,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적극성 또한 요구된다.

그리고 게임업체와 게임웹진의 왜곡된 유착 관계로 인해 게임웹진의 언론적 기능이 쇠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이 또한 게이머들이다. 개개인의 게이머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이 한데 모여 집단을 이루었을 경우에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집단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게임웹진의 커뮤니티이다. 커뮤니티의 가치는 매우 훌륭하다. 개개인이 호소해서는 안 될 부분일지라도 커뮤니티가 움직이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게임시장을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기자가 작성하는 기사가 아니라 게이머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로 적어내는 하나의 글이다. 게이머 스스로가 보도 자료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게임웹진의 언론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게임웹진은 허위광고 대행사가 아니다. 보도 자료를 발송하는 게임업체는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누구나 다 신뢰할 만한 보도 자료를 보내 주기를 바란다.




[Written by 서휘웅 기자 / pairan@gamezone21.com]

출처:게임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