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요즘 밴드 오브 브라더스, 반지의 제왕 등을 보면서 생각한 문제입니다. 저의 경우는 포인트가 좀 달라서 "확실히 여성는 군인으로 쓰기엔 부족하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를테면 여성에게는 영웅심이 부족한 편이어서요. 전시의 군대라는게 정말 확률적인 문제여서, 장교들은 둘 중 하나의 사실을 사병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지요. '우리는 천하무적이라서 졸라 재수없는 놈만 죽는다. 그러니까 넌 죽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면 넌 영웅이다.' 아니면 ' 어차피 전쟁이라는게 죽는거다. 네가 죽어서 네 가족과 나라가 무사하다. 넌 영웅이다.'라는 사실을 말이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장교의 마음이고, 다만 사병들은 영웅이 되는 것에 홀리도록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것에 홀리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큰 사병들은 이미 전쟁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웅'이라는 환상으로 유혹할 것도 없이 잘 알아서 하기 때문에 열외이구요.

그런데 이 영웅심이라고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없어요. 아니 그렇다기 보다 그런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전쟁 영화에서 여성들이 군대에 가려는 남자들을 말리는 이유는 그 여성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전쟁 따위 쓸데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전쟁영웅"이라는 지위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거든요.

그런 성향은 과거부터 여성이 실질적인 가정의 생계를 잡으면서 생겨난 것 같아요. 전통사회에서 남성의 역활은 사실상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남자가 하는 일은 여성도 전부 할 수 있었어요. 큰 농삿일에 있어서 주도권은 남자에게 있었지만, 그외에 직접적으로 아침 저녁 상에 오르는 소출을 일궈내는 것은 여성의 일이었습니다.  작은 동물들을 기르는 것도 어린 아이들이 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집안의 '여성 어른'의 점검을 받아야 하지요. 물론 남자들이 최종적인 확인을 하거나 검사를 하는 집안도 있었지만 그런 남자들이 받는 평가는 '세심하다'가 아니라 '남자가 체신머리 없이' 내지는 ' 쪼잔하다'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었습니다. 남자의 역활은 그저 집안이 잘 돌아가는가 살펴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계산을 하고 최종적인 결과를 머릿 속에 집어 넣어두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대외적인 활동은 모두 남성에게 속하는 권한이었습니다.

(너무 좁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일을 지금까지 해온 사람들에게 삶 이외의 것을 돌아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요. 전쟁을 해도, 쌀 한 톨 떨어지지 않아요. 거기다 죽을지도 모르고요. '여성들은 너무 속물적이야. 걔들은 돈 밖에 생각 안 해.' 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일차적으로 여성들을 전쟁에 참가해서 제대로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눈 앞에 생존을 위협하는 무언가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물론 그에 저항하는 위험성은 저항하지 않을 때의 위험성보다 현저히 덜 보편적이고 덜 위험해야 합니다.  저항해 봤자 죽는다. 라고 하면 대개의 여성들은 움직이지 않을걸요.

창원에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80년대 초반 아니면 70년대 초반의 일인데, 창원 교육단지 근처에 혐오시설(가칭)을 계획했는데, 학부모들이 모여서 시위를 했고 시위가 꽤 커져서 전경들이 투입되고 분위기가 꽤 살벌하게 변했나 봅니다. 그 당시에 전경이 투입됐다 하면 사람 몇 죽는 거야 일도 아니었고. 그때 아주머니들이...전경들과 부딪히는 걸 피하기 위해서 브래지어까지 전부 벗어 던진 일이 었었다더군요. 저도 중학교시절 -카더라. 라며 들은 이야기라 역사적인 진위여부는 알 수 없어요. 대체적인 어반 레전드들이 그렇듯 실화에 바탕하고 있으니 창원이 아니라 다른 나라 어디에서라도 일어난 일이라 생각합니다. '~'

또 남자들의 영웅심리 이면에는 전쟁에 대한 당위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에겐 그게 없어요. 전쟁을 왜 해야하는가 모르는 사람을 병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지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병사로 사용하다 보면 군대 존재 자체가 무용해질 수도 있구요. 일차적으론 그런 이유로 여성는 징병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전쟁 따위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나가서 이기는 일도 의미가 없고, 전쟁을 일으키는 자체도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전쟁 영화를 봐도 멋있다! 라는 생각 이전에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요.

둘째로 힘의 논리가 있습니다. 유교 사회에서(혹은 전근대 사회에서) 가장은 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신 전권을 보장받습니다. 좀 더 공평한 관계인 서양의 봉건제도 하에서도 군주는 신하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신 그의 자유를 일부 박탈합니다. 상대방을 지켜준다라고 하는 것은 좀 더 우월한 위치에 놓이는 것을 의미하지요. 서로의 힘이 같은 상태에서는 누가 누구를 지켜준다고 하는 일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여성과 남성이 군대에서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 진정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일차적으로 보수세력은 이것을 원하지 않고요, 둘째로 그렇게까지 하면서 진정한 평등을 원하는 여성도 별로 없지요. 한 가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둘이 동시에 일궈낸 성과인 겁니다.

아마 현재의 상황에서 대다수의 여성에게 군대를 가라고 하면  '남자들은 도대체 뭣하고 있는거야?!'라고 생각할걸요.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는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구요(군대에 가기 직전이나 군대에 다녀온 직후의 남자는 제외).

여성이 진정으로 평등한 위치에 서려면 여성도 군대를 가야하죠. 그렇지만 여성은 군대에 적합한 상태가 아니고, 그렇게 만들 의지도 없고(여성이 스스로 그런 것도 있지만 기득세력에 속하는 남성의 강권 역시 포함), 또 그 정도로 밑바탕까지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립니다. 아직까지 서양에서도 이뤄내지 못했지요. 대다수의 여성은 군대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대다수의 남성은 군대에 다녀온 여성을 싫어합니다. (...)

그래서 아직 여성을 징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군대와 여자가 애를 낳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처음에 누가 이것을 연관시켜 생각했는지 참 궁금하군요. '~' 여자가 군대를 가게 된다고 해도 애를 낳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상태가 좋아져서 출산이 쉬워질지도 모르고, 출산 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도 빨라질 가능성이 더 높지요. 물론 임신 중인 여성까지 징집해야 한다! 고 주장하는 사람은...없겠지요?;;; 몸짱 아주머니를 보더라도 더 이상 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육체 단련 역시 바람직합니다. 근력자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전쟁이라는 것이 순수하게 힘 대 힘으로 겨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라고 해서 열등한 병사가 되는 것도 아니구요.

여자가 애를 낳으니까 군대에 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은 양계장에 수탉 몇 마리가 모든 암탉을 책임지는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ㅅ= 즉 이 생각자체가 이미 남성 우월성을 띠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생각에 많은 여자들이 동의하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





여담입니다만  여자애가 여학교에 가면 꼭 한명씩 있는 '임신 휴가'를 마치고 복직한 여선생님에게 리-_-얼한 출산 경험담을 들을 기회가 꽤 있습니다. 중학생의 나이에 "애 머리가 나오면 의사가 매스로 자궁 경부를 절개하고, 애가 나오고 나면 꼬매. 마취도 안하고."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 나는군요. 어무니 말씀이 '너무 아파서 정신이 없어서 칼로 잘라도 몰라.'라고. (...)

애기가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게된 국민학교 시절에 성교육 선생님이 "근데 뱃속에 있는 아기가 어떻게 밖으로 나와요?"라는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으신 것에 감사를. =ㅅ=;;;;

그리고 남자가 애를 낳으면 그 남자를 여자라고 하지 누가 남자라고 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