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는 문창과 학생이 올해 초에 했던 말이 생각나요.

우리 학교에 판타지 소설을 써서 책을 내서 들어온 후배가 있다고. (그 학교도 문창과로 꽤 알아주는 학교입니다) 그 친구는 꽤 문학의 위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판타지 소설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귀여니글보다 나을지.

국어 파괴이든지 이모티콘의 사용이든지, 문학의 붕괴라든가 그런게 귀여니에 와서 총체적으로 일어난 문제는 아니고, 저런 애들도 있는데 문창과도 아닌 연기연출로 간다는데 굳이 말려야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귀여니가 글을 발로 썼든 퇴고도 없이 그대로 썼든(제가 보니 귀여니는 퇴고없이 게시판에서 바로 써서 바로 올리더군요. 티비에서 촬영하다보니 적당히 연출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글을 봤을 때 웬지 정말로 그렇게 쓸 것 같아요. -_-;), 사실 나는 하루죙일 고민해서 삽질해서 써서 올려도 귀여니글처럼 인기를 끌 자신이 없어요.

물론 그 이유가 내 글은 나쁘고 귀여니 글이 좋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트랜드를 제대로 잡아내었다는 점에서 그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저 트랜드에 한차례 무임승차한 것 뿐이었다면 어차피 쫓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트랜드라는게 그런거죠)

그리고 사실 귀여니도 귀여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과연 문학을 교육하고 있는가도 문제이고요. 다시 한 번 말하게 되는거지만 나는 선생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고, 선생다운 사람을 참 많이 만났지만, 나는 아직도 어떤 글이 좋고 어떤 글이 나쁜지 구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나같은 경우가 상당히 책을 많이 읽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글로 상당히 칭찬받았던 학창생활을 보냈음에도 말이지요. 물론 예술이라는게 느끼는거지만 느끼는 것도 포인트가 중요하죠.

"나도 부르주아 계층의 혜택은 어느 정도 누리면서 자란 사람이었다. 당연히 내가 소망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모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염원 속에 살아온 셈이었다. 좋은 학교에 다녔고, 어떤 책들을 좋고 나쁜 책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또한 보졸레 산과 보르도 산 포도주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과 왜 슈베르트가 슈만보다 더 위대한 음악가로 칭송되는지에 대한 판단력도 있었다."
폐허의 도시 201p 폴 오스터

나는 저 위에서 말하는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아는게 없습니다. 제 소양이 단순히 짧은 탓도 있겠지만 가르쳐준 사람도 없으니까요. 다른 건 다 외국의 케이스라 쳐도 어떤 책이 좋고 나쁜지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질 못했습니다. 단순히 좋고 나쁘다는 점만을 가르쳐서는 교육이 아니겠지요. 왜 좋은지, 왜 나쁜지를 아무도 안가르쳐 줬죠.

만약 귀여니의 글을 진지하게 같이 보아줄 국어교사가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이전에 귀여니가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앞서 글이라는 것이 배움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친 선생님만 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발생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자꾸 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욱 글을 잘쓴다고 칭찬 받았습니다. 이런 말하면 안되지만 사실 발로 써서 내도 상을 받아왔으니까요. (진짜 발로 썼다는 의미는 아니예요.;) 다들 내가 작가가 될거라고 말했죠. 아마 그대로 노력했다면 나도 문학특기생으로 문창과에 갔을거예요. 그런데 하지 않았던 이유는 '작가는 고리타분하고 배가 고프니까' 작가는 되지 않았지요. 그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았고요. 결국 귀여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작가는 고리타분하다'라고. 나도 그리고 아마 귀여니도 작가는 대단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고리타분해요(라고 생각해요).

나는 한 번인가 내 글을 선생님에게 보여준 적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귀찮아하길래 다시는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누가 따뜻하게 비평해주고, 겸허하게 비평받을 기회가 없었기에 결국 그런 식의 글에 안주하게 된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귀여니의 글은 나쁩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귀여니의 글이 왜 나쁜지 이야기해 주지도 않고 이야기해봤자 먹히지 않을 정도로까지 가버린 쪽도 나쁜게 아닐까요. 모든 사태가 귀여니의 책임인양 전도시켜버리는 현재의 태도는 맘에 들지 않습니다.

사실 당신은 당신의 조카나 친척 동생에게 '이 책이 좋으니 읽어보라'라든가 '이 책은 번역이 나쁘다든가' '이 책은 아무래도 작가의 생각이 이러이러해서 약 1mm쯤 엇나간 것 같아. 이런 쪽은 어떨까?'라고 이야기해 주어본 적이 있나요? 귀여니를 읽고 있는 동생에게 '귀여니 따위를 읽냐'라고 타박만 했지 실제로 왜 귀여니 글이 왜 나쁜지(귀여니가 나쁜게 아니지요, 귀여니 글이 나쁜거지)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는 안티들의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해 본 적이 있나요? 그게 먹히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생각조차 안해보았던 건 아닌가요?

요즘은 책읽기 너무 힘들어져서 어째 푸념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나는 그래도 한국인치고 꽤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아직도 독서하는 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야매로 공부해서 그렇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문제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