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 ‘한글 수출’



[한겨레] 우리나라 한글을 글자가 없는 동티모르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동티모르 우호협회(회장 이강철) 초청으로 방한중인 동티모르 대통령부인 커스티 구스마오 여사와 호세 라모스 홀타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경북대에서 김달웅 총장과 동티모르인들의 말인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동티모르는 1999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으로, 국민들의 80%가 떼뚬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표현할 고유 문자가 없어 영어철자를 빌려 써왔다.

동티모르 국립대 관계자들은 오는 3∼4월께 경북대를 방문해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뒤 연구진과 실무팀을 꾸린다.

한글과 떼뚬의 연결은 동티모르 국립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이은택 교수가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떼뚬의 문자표기에 적합하다”고 제안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 교수는 “현재 영어 철자를 빌려 쓰고 있지만 떼뚬의 정확한 발음을 표기할 수 없어 동티모르 국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떼뚬을 한글로 표기하면 정확한 발음 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를 방문한 구스마오 여사는 동티모르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홀타 외무장관은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들은 11일 경주와 구미지역 관광지와 기업체, 복지시설 등을 둘러보고 12일 대구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