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노리는 94년 RPG 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시작으로 02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까지 패키지 게임 개발에만 주력해왔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손노리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유저들을 보면서 게임 제작자로서 진심으로 만족해 왔었다. 그러나 개발자로서의 만족감 뒤에는 큰 좌절감도 있었다. 암울한 현실만 탓하던 사이, 빠르게 성장한 새로운 조류- 온라인 게임-에 편승하지 못하고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이제 손노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을 더 유리하게 받아들이고자 적극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랫동안 패키지게임 개발에서 쌓아온 개발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 개발의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손노리 팬들은 이러한 현재 손노리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예전의 모습을 잃는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 온라인게임 개발에 뛰어 들었을 때는 기존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 가치를 단순히 상업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컸었다. 하지만 막상 2년 정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다 보니 온라인 게임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항상 열린 생각을 하고자 다짐해 왔으면서도 정작 게임의 가치에 대해서는 나만의 생각 속에 가둬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 개발자로서, 개발사 대표로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로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게임 시장은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게임, 특히 게임유저의 90%가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화는 한 민족의 성향과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한국의 대표 대중 문화로서 자리 잡은 온라인 게임이야말로 한국지형에 가장 잘 맞는 게임인 동시에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대중문화가 아닐까.
그렇다면 대중들의 문화를 생산하는 게임 제작자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칫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주기 쉬운 매개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는 모든 요소들을 컨트롤하고 적절히 조화시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여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개발자의 기본 마인드이다. 나아가 게임이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의 질적 향상까지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운영중인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이 그런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는 간과한 채 개발되어 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게임들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미래를 짊어져야 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들은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온 온라인게임들의 급격한 발전에 대한 대가이며 이것은 현재 이 결과를 만들어낸 게임회사들 스스로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우리와 같은 원로 개발사가 앞장서서 건전한 온라인게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야 하며 다른 개발사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콘솔게임은 손노리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콘솔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 개발사에게 수익을 창출 시켜줄 만한 시장으로 성장하기엔 현재로서는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대중들의 온라인게임 그늘에 가려진 매니아 시장의 한계를 벗어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한 국내에서의 콘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 시장의 어려움에도 한번 무리하게 시도를 해보았으나 거기서 깨달은 것은 아직 국내의 개발력으로는 세계 유수의 개발사들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는 것이다.
처음 게임 개발을 시작 할 때부터 지금까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에서 인정 받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물론 현재 국내 게임 제작 기술은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하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대중문화로써 튼튼한 성장을 해온 세계의 벽을 뛰어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그들보다 우리가 우위에 서있는 것이 유일하게 하나 있다.
바로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사람의 기술을 따라 가다 보면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능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타인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야 말로 성공의 비결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프라조차 없어 시작도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독보적인 행로를 걷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한번 세계의 벽을 넘어볼 수 있는 하나의 큰 기회가 아닐까?
더불어 현재 세계적으로 PC 뿐만 아니라 콘솔도 점차 온라인화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콘솔에서도 우리나라 게임들의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며 진정한 세계 게임업계의 강자로 급부상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게임시장의 주도권은 콘솔게임이며, 세계시장의 진출을 위해서는 콘솔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라는 우회 전략을 통한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더욱 확실하게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패키지 싱글 게임이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장르던, 어떤 플랫폼이던, 손노리만의 스타일과 재미를 계속 보여줄 것이다. 현재 손노리는 단지 ‘온라인이라는 도구’를 선택한 것일 뿐이다라는 것을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출처: 노리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