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수입은 성적 순?'
방학 맞은 고3 수험생들의 아르바이트 수입이 수능 성적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어 우리 교육 현실을 반영한다는 안타까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 교사 임모씨(33)에 따르면, 방학을 맞은 고3 수험생들이 각자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나섰는데 성적 최상위권인 학생들은 시간당 수만원부터 십만원대의 고액 과외로 돈을 버는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은 시간당 몇천원의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임씨는 3학년 중순 이미 수시에 합격한 '운 좋은' 아이들은 일찌감치 고 1, 2학년생들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의 보조 강사로 나서 매달 웬만한 취업 초년생 수입만큼을 버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명문대 수시합격생의 경우 실력이 검증된데다 수험생들과 세대차이가 나지 않아 실질적인 체험담을 들려줄 수 있고 무엇보다 '나도 꼭 저렇게 되고야 말겠다'는 목적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선호한다는 것.
대학 재학생들은 데이트나 동아리 활동을 이유로 과외 수업을 빠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명문대 수시 합격생들은 아직 고교 졸업 전이기에 모든 에너지를 제자를 가르치는데만 쏟아붓기에 효율 면에서도 오히려 낫다는 게 이들이 잘 팔리는 이유다.
12월부터는 수능 시험 발표 결과 명문대 합격이 유력시되는 고득점자들도 과외 보조 강사 대열에 합류한 상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대형 아파트촌 게시판에 'O대학 입학 예정, 수능 점수 OOO점' 등의 프로필을 달고 국영수 과목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구직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직이 안된다고들 하지만 중고등학교 사교육 시장이 이상 과열되면서 명문대 진학을 앞둔 고3 학생들만큼은 잘 팔리는 것이다.
반면 시험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얻은 중하위권 지망 학생들의 경우 일찌감치 용돈이나 벌자며 용산 전자상가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분식집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벌어 묘한 대조가 되고 있다.
이쯤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아르바이트 수입은 성적순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릴만한 상황.
임씨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마냥 어리기만한 아이들이 벌써부터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니 일선 교사 입장에서 씁쓸하고 착잡할 따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정경희 기자 gumn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