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장어의 침묵

고객명        황보용             작성일    2003-11-10 16시59분

내용

장어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아 지난 2일 주문한 나의 장어는 오지 않았습니다.

결제를 마치고도 물류센터를 향하여 난 작은 길은 멀어서 아직도 상품준비중에 있습니다.

주말 별식(別食)의 굵고 통통한 술 안주는 마른 멸치가 되어서 한줌의 고추장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칼 배송의 추억은 나의 믿음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39.900원이 3만원대라는 말에 속고 1주일 내 배송이라는 말에 속았습니다.

배송도 사람의 일이라 주문할 때에 미리 늦어질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왕배송지연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포장마차 꼼장어를 보고도 놀랍니다.

그러나 배송지연을 쓸데없는 반품의 사유를 만들고 마는 것은 장어를 두 번 죽이는 일인 줄 아는 까닭에 즐겨찾기의 홈쇼핑 주소를 옮겨서 탐색기의 휴지통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주문할 때에 늦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늦어졌을 때에 10원이라도 깎아줄 것을 믿습니다.

아아 장어는 상품준비중에 있지마는 나는 주문을 취소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물량을 못 이기는 업체의 배송은 물류센터를 맴돌고 돕니다.


추신 / 장어는 잘 자라고 있나요? 어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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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재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