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험이라 밤에 공부하다가, 펜이 손에 안 잡히고 '그냥 자버리고 백지나 내버리자!' 라는 기분을 이기고 공부를 하려고 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적은 글입니다. 의외로 괜찮은(?) 글이 작성되어 이 글 자체로부터 동기를 부여받은지라 여기다가도 올립니다.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어서 지적해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학규님의 IMC가설이 인상적이었던지라 그 가설에 등장하는 개념들도 차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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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지에 대한 답으로부터 출발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 대략 각각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들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이 답들을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연결시키지 않으면 현재 내가 하는 일을 끝낼 만한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하나씩 들여다보자.


1. 왜 사는가?

즐기기 위해서.

무엇을 즐기냐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공부도 좋고, 게임도 좋다. 그 순간에 살아 있음을 느낄 만큼 전에는 경험하지 못하였던 인상을 받고 동기를 부여받는다면 충분하다. 주의할 것은 한 가지만을 원하는 만큼 파고드는 것을,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의무(시험, 동문회, 가족, 생계 등)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는 것과 즐기기 위하여 열심히 하는 것이 일치한다면 이상적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이 한 가지 일에 지속적으로 집중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방해하고,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 인간(여기서는 제 자신)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도 못하고, 취미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상태에 빠지고 만다.

2. 지금의 할 일은 무엇이고 왜 하는가?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은 의무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의무의 잡다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원인 때문에 동기가 부족하여 공부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의식은 자꾸만 공부와 취미 활동 사이를 방황하며, 시간이 갈수록 동기를 더욱 떨어뜨리기만 하였다.

3.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1) 지금 공부에 집중하여, 공부 자체에서 동기를 부여 받는 것이다.
단점: 공부 자체에서 동기를 부여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험 하루 전에 공부를 시작해서는 공부가 즐거워질만큼의 충분한 동기를 부여받기 어렵다.

2) 평소에도 공부를 주로 하는 것이다.
장점: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그 일 자체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단점: 공부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많은 취미 활동들(만화, 비디오, 소설, 게임 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인상과 동기를 주는 취미 생활과는 달리 공부는 더 이상 동기부여를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단지 인내로 견디는 것을 제외하고는 해결방법이 없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공부로부터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소수의 축복받은 사람들이 있다. 나도 약간은 이런 부류라는 사실에 대하여, 어린 시절 내게 동화책을 읽어주신 어머니와, 나를 업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할머니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실제로 2)의 해결방법은 내 인생에서도 몇년 써먹어보지 못한 어려운 해결방법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