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드는 노력이 늘어 걱정이다. 어제보다 두 시간은 더 뒤척였다. 책상 아래 반 남은 술병을 생각하고 일어나려다 관뒀다. 울타리를 넘는 양이나 한 놈씩 세기로 했다. 숫자를 헤아리다 까먹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울타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양들이 술안주로 보인다. 어제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하며 술병을 잡았는데 오늘도 비슷한 고통 앞에서 같은 해결책을 생각한다. 이보다 더한 고통은 마른 정신으로 마주해본적 없다. 약물에 기대 통과했으니 고통을 아는 게 아닐 것이다. 무감각하게 음미한 고통의 맛을 내 체험의 자산 목록에 집어넣어도 좋은지 의문이다. 취하거나 마취되도 아픈 건 여전하지만 고통의 순도가 떨어졌기에 어딘가에 투영할 순 없다. 봐줄 사람 없어도 내 눈엔 금간 자리 보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