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갈 마음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밀어서 할 수 없이 중국에 같이 다녀왔습니다. 제가 출발하는 날이
마침 T모님이 돌아오시는 날이였군요. 겨울은 중국 여행에 있어 비성수기라 참 싸다고 하는군요.
천안문이나 만리장성에 가보면 왜 겨울이 중국여행의 비성수기일 수밖에 없는 지 이해가 잘 됩니다.

Air china에 타자마자 코 후비는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한때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도네시아
학생들처럼 새끼 손가락 손톱을 길게 기르는게 유행했죠. 멋때문이 아니라 그 손톱으로 코를
후비고 귀도 후비고 마지막으로 이도 쑤실 수 있어 "It's very useful!"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더군요.

한국의 경제적 위치가 향상되면서 덩달아 한국어 사용자의 위상이 좋아지고 재외 동포들의 입지가
좋아진건 자랑스럽고 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취업률이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에게
이용 당하는 일이 빈번한 것같아 씁쓸하네요. 물건 사라고 강요하는 어떤 자리에서 연변 총각이
빨갛게 달군 쇠사슬을 직접 만져보고 자기가 팔 약이 얼마나 훌륭한 화상 치료제인지 보여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너무 끔찍한 일이라 함께 있던 분들과 간곡하게 말렸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꺼
아니냐면서 표정이 굳더군요.

중국정부와 중국인들이 하나같이 돈 버는데 혈안이라는 인상이랍니다. 또 중의원인가 해서
진맥 보고 한약 파는 기관에 끌려갔는데 매우 고매한 인상의 교수님들이 직접 나오셔서 진맥하고
처방하시더군요. 연구활동에 하루종일 매진하실 분들이 노골적인 달러 벌이에 끌려나오신걸 보니
민망하더군요. 길거리로 나서면 보따리 상인들이 파는 물건을 홀낏 쳐다만 봐도 벌떼같이 달려오더군요.
일행중 한 사람이라도 허술한 면을 내비치면 당장에 표적이 되고 사냥감이 됩니다. 한번은 몇백 미터를
미친듯이 도망가는데도 따라오는 열뎃명의 상인들이 끈질기게 쫓아오더군요.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가기도 처음이였습니다.

돈 버는데 혈안이지만 여느 한국인들처럼 중국인들 역시 굳은 표정입니다. 웃는 근육이 덜 발달된
사람들이니 (어떻게 보면 미소 짓는 문화가 서구나 일본에 비해 덜 발달된거지요) "니 하오" "시에시에"
라고 인사하는 식당 직원이나 스튜어디스 표정이 굳어있다 못해 무섭습니다.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받느니 그냥 인사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지경입니다. 거기다가 최고급 시설이 아닌 이상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느낌이고 앞으로 있을 올림픽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청결에 신경 쓰고 있지만 아직
허술한 부분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립스틱 자국이 찍힌 새!!!!!! 컵이 나와있을 때 황당함과 옷장에서
남이 버린 속옷이 굴러나올 때 황당함이란...... -_-

거기다가 가장 괘씸한 건 서울의 g 모 여행사의 소행입니다. 광고에서 약속한 여행 비용을 크게 상회하는
비용을 현지에서 요구하고 은근슬쩍 노인분들에게 바가지를 더 씌우며 여행객이나
현지 가이드에게 협박도 서슴찮습니다. 같이 여행간 분들도 "여행사 하는 놈들이 아무래도 깡패인가봐."
하시더군요.

휴우... 베이징은 볼 거리도 살 거리도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좋았던 것은 이화원이나 자금성이 아니라
중국의 번화가였습니다. 세계 10대 부자가 소유한 백화점이라던가 그 근처에서 예쁘게 나열된
먹거리 노점들, 상점들... 꽤 괜찮더군요. 과일에 설탕시럽을 발라서 얼린 것을 사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호주나 미국에선 꽤 잘 팔리는 디저트라는군요. 특히 딸기가 별미였습니다.
양꼬치 구이도 먹어보고 박쥐 구이도 먹어보았습니다. 해물이나 만두도 파는데 다 먹어볼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그리고 siuchuan 음식 맛은 잊을 수가 없네요.


추가글

1. 베이징에 은근히 미남미녀 많아요.
2. 불친절하고 싶어서 서비스가 불친절한게 아니라 북경은 특히나 capitalism이 덜 진행되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한국도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도 좋은 델 들어가야 친절하잖아요. 마찬가지지요.. 또
   자기들도 미소 짓고 싶어도 웃는 근육이 덜 발달되서 잘 안되는 것같네요..
3. 중국인들은 원래 음식, 건강, 저축에만 관심이 많아서 위생, 장식, 남의 시선! 등에 관심이 없다네요.
    촌스럽고 더럽다는 비난을 들어도 대체 의학, 음식 문화는 무진장 발달했죠. ^^
4. 순진하고 착한 중국인들도 만났어요.. 다 사기꾼에 나쁜 놈들 아니예요.. 일행들이 보따리 상인들에게
    쫓기고 있을 때 어떤 중국여자분이 도와주셔서 모두 무사히 도망갔죠.. -.-;;;;
   심지어 공항의 어떤 직원은 자기가 말 실수해놓고 얼굴이 새빨개지던... 순진함이...
5. 여행사가 비용이 약 20만원이 들꺼라고 한 것과는 달리 여행경비가 3박동안 40만원쯤 들었어요...
   물론 선물품 비용 제외.. 애초부터 그 정도라고 홍보하면 될 것을.............
6. 중국 공항에 술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 무조건 짐으로 붙여야하죠. 이때..
  포장경비 10위안(약 1500원 정도) 뜯어가니 요주의..
7. 베이징 공항 면세점 수준이 아직 인천만 못해요. ^^
8. 여행사가 지정한 쇼핑장소라던가 공항 같은데가 아니면 영어조차 안통합니다.
9. 카드 사용 조심하세요. 신용카드 복제 사기가 판을 친다는군요. 물론 현금보유도 조심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