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토론이나 논쟁을 벌이다 보면 내가 뭐가 잘났다고 남 얘기에 꼬투리를 잡는지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보고 뭐라고 할까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원래 좀 소심한 성격이라 제대로 태클이 들어오면 상당히 아파하고 겁을 많이 내지요. ^^

지금도 겁이 좀 나지만 각오하고 글 하나 올려 보겠습니다.

저는 맞춤법에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스스로 게시판에 올리는 글에는 용서가 없어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나 어색한 문장, 오타 같은 것이 나오면 글을 올린 후에도 수시로 수정버튼을 눌러서 칼을 댑니다. 하물며 남의 글을 볼 때야 오죽하겠습니까? D모 미소녀게임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했을 때에는 방명록과 게시판의 정화역을 자처하기도 했었습니다. 실수로 나온 오타 몇 개 정도야 애교로 넘어간다고 해도 맞춤법이 실종된 글들이 반복되다 보면 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어느새 거부감이 들게 됩니다.

대강 요지를 파악하셨으리라 보는데요, 이곳에 올라오는 글과 리플에도 맞춤법이 무시되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않된다’는 물론이고 ‘계시판’, ‘찌게’, ‘됍니다’같은 ‘ㅐ’와 'ㅔ', ’ㅖ‘와 ’ㅒ‘, ’ㅚ‘, ’ㅙ‘, ’ㅞ‘의 혼동 등등 조금만 훑어보면 예상외로 많은 곳에서 맞춤법 오류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당신이 맞춤법에 민감해서 그런 거지 뭘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따지냐?”하고 되물어온다면 “맞춤법 문제가 꼭 제 취향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레포트나 이력서 같은 것을 쓸 때도 문제겠지만, 더욱 심각한 건 훗날 자기 자식들이 그걸 그대로 받아서 배운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통신어 문제는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제 어느 정도는 정화된 느낌이지만 아직 맞춤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말하고 싶은 것이 ‘미연시’라는 말인데요, 어느새 이게 ‘미소녀 게임’을 통칭하는 말이 되어 버렸더군요. 사실 ‘미연시’라고 부를 수 있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제 짧은 식견으로는 ‘동급생’,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피아캐롯’시리즈 정도밖에 추려지지 않고 대부분은 비주얼 노벨, 연애 어드벤처, 순애 어드벤처 등 ‘어드벤처’에서 분화된 게임이 절대다수인 것 같네요. 이것도 ‘시시콜콜하게 장르 따져가며....’ 소리 듣기 딱 좋긴 하지만(그리고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장르파괴적 성향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뮬레이션’과 ‘어드벤처’는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잡담게시판이라고는 하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일기 형식의 글이 올라온다든지... 몇 개 더 있긴 합니다만 이 이상 쓰면 완전히 쫌생이가 될 것 같네요 ^^;; 참 피곤하게 산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특히 맞춤법 문제) 어줍잖은 글을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