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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의 재미는 원래 `가상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상정하고, 그렇게 형성된 가상의 삶을 즐기는 것(Role역할 Playing수행 Game게임)`입니다 -_- 레벨업이니 전투니 사냥이니... 전부 그 가상의 삶을 즐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죠...

근데 문제는...
우리가 현실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듯, 가상의 삶을 즐기기 위해선 가상의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이해`라는거 아무나 못합니다 -_-;;;

흔히 사용되는 D&D의 세계관만 해도 300페이지짜리 책이 빽빽하게 몇권씩이나 나옵니다 -_-;;;
따라서 정말 매니아 아니면 제대로 RPG 즐기기 힘듭니다.

뭐 이건 `RPG라는게 원래 태생적으로 매니아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좀 이상하게 되어버렸지만... RPG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서구 쪽에서는 아직도 RPG는 매니아들의 유희일 뿐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원작을 아는만큼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듯... RPG도 그 배경 세계를 알면 아는만큼 재미있습니다...




mmo rpg에서
숲으로 들어가니 늑대인간이 있어서 잡았다...


라는 단순한 행위도 그것이 세계관 속에서 `이 늑대인간들은 저 멀리 서쪽에서 온 녀석들인데,

늑대인간들 사회 속에서 세력 다툼이 벌어지게 되어 거기에서 패배한 추방자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적인 아라카이트가 득실거리는 이 숲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인간의 마을을 점령하는 외에는 다른 생존의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애스크하임을 침공했고, 애스크하임은 늑대인간의 요새가 되었다. 거기에 깊은 원한을 품게 된 인간들은 애스크하임을 되찾기 위해 늑대인간들과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애스크하임의 늑대인간도 불쌍하지만, 인간으로써 그들과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과 싸운다.`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게 되면 단순한 사냥으로 여겨지지 않고, 노가다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게임은 이러한 설정 이외에 다양한 시스템을 추가해 이런 `RPG적인 재미`를 보강해 주어야 겠지요...



즉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늑대인간들과의 오해를 풀 수 있게끔 해준다... 라든가,
혹은 늑대인간의 적인 아라카이트와 연합하여 늑대인간을 공격한다든가...
뭐 늑대인간과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기타 등등.


퀘스트 뿐만이 아니라 마을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늑대인간들의 고향 바룰브함이 있다`

라는 정보를 얻게 되고, 서쪽으로 탐험해 들어가서 바룰브함을 찾아내고, 거기에서 또다른 늑대인간과 아라카이트의 반목의 역사를 알아내고... 이럴 수도 있고요.


늑대인간을 도와주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늑대인간과는 점점 친해져서 원래 선공몹인 늑대인간이 비선공몹으로 바뀌고, 그 대신 늑대인간의 적인 아라카이트와의 사이는 점점 나빠져서 걔네들이 선공몹으로 바뀐다...
이런 팩션 시스템도 들어가 주고요.


뭐 더 복잡하게 `늑대인간과 아라카이트의 싸움`에 스바탈프를 끼워넣어서 3종족의 대립 스토리를 좌악 풀어놔도 좋죠...


... 이렇게 RPG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컨텐츠들을 게임 내 곳곳에 풀어놓으면... `RPG 매니아`들은 단순히 늑대인간과 싸우는 행위 기저에 있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들을 알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재미를 느끼게 되죠.



한 수백마리 잡게 되더라도 별로 지겹지가 않아집니다. 이미 노가다가 아니게 되는거죠.

물론 게임 자체가 늑대인간 수백마리를 잡고 있게끔 허술하게 디자인되지를 않죠... 대략 수많은 종류의 몹이 있고,대부분 위와 같은 종류의 고유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고, 그걸 찾아가며 RPG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어느새 레벨업 -ㅅ-

이것이 제대로 된 RPG에서의 `게임 플레이`입니다...


RPG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해외의 MMORPG를 국산의 그것보다 높게 쳐주는 이유는, RPG의 종주국인 서구의 특성상 MMORPG도 `충실한 가상세계 구축`에 중점을 두어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만든 가상세계 속으로 들어와서 열심히 세계에 대해 학습하고 탐험하며 즐겨라! 너희가 지루하지 않게끔 컨텐츠는 무한으로 깔아주마!`

애초에 이런 철학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국내외의 RPG 매니아들에겐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는거죠...



(5년 이상을 서비스한 에버퀘스트1에서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아이템이 수만개고,
발견되지 못한 퀘스트가 수천개 라죠 -_- )



하지만 문제는 국내에서 좀 이상하게 되어버린 MMORPG들입니다 -_-;;;
저런 식으로 RPG를 즐길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는 국내 게임을 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겁니다.

RPG라는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원래 매니아 취향 게임인데... 이걸 대중적인 취향으로 맞추다 보니... 남는건 사냥(PvE)과 전투(PvP)와 아이템 수집밖에 없는거죠. -_-;;;


세계관을 엄밀히 짜봤자 그걸 제대로 공부하고 롤플레잉하는 유저는 거의 없고... 걍 다들 칼한자루 꿰어차고 필드로 나가서 눈에 잡히는 몹이나 때려잡고 앉았으니... 이게 어딜 봐서 RPG가 되겠습니까 -_-;;;



[수단이 되어야할 `전투 행위`가 목적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으니 말이지요 -_-;;; ]




결국 `내가 왜 이 몹을 때려잡고 있어야 하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안나오게 되어버리는 겁니다.

하나의 전투 행위에도 일일이 의미 부여가 되는 치밀한 세계관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아울러 유저 자신도 그런 세계에 대해 학습할 자세가 되어있질 않으니... 사냥은 그냥 맹목적인 사냥이 되고,

결국 거기에 질린 유저는 `노가다`라는 말로 그걸 표현해 버리는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가다스러운 게임들 다 없애고 다들 정통 RPG의 세계로 해피하게 빠져들자...?


글쎄요 -_-;

누누이 말하지만 RPG라는건 원래 매니아 게임입니다 ;;;

라이트 유저들에게 D&D의 세계관을 익히고,

우리가 흔히 드워프라고 부르는 종족과 듀에르가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내며,

그런 차이가 생기게 된 수천년에 걸친 사회적, 역사적 배경, 그리고 언더다크의 지리관 등등을 탐구하라고 하는건... 대략 낭패스러운 일입니다 -_-;;;




따라서 `노가다` 소리를 들어가며 욕도 많이 먹고 있지만... 사실 국산 MMORPG들은 라이트 유저를 타겟으로 하는 이상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온라이프나 게임메카나 뭐 기타등등 커뮤니티에서 노가다니 뭐니 툴툴대는 사람들은... 사실 전체 게이머 중에서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고, 개발사에게 `돈이 되는` 수많은 유저들은 묵묵히 `거기 너 몬스터! 나 지존이야! 함 죽어봐라!`를 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_-;;;;;



물론 약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합니다.

`마비노기`같은 게임을 한 예로 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변화가 얼마만큼의 반향을 얻어낼 수 있을는지는 차마 예측할 수가 없군요.


무슨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글쎄요 ~_~

RPG를 원하시는 분들은 애꿎은 국내 게임을 탓하고 있느니 그냥 취향맞는 해외 게임을 찾아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못되지만... 짭...



뭔가 상당히 허무주의적이고 도피적인 결론이지만... -_-;

글쎄요 현재로선 과연 한국 시장에서 `RPG`가 나올 수 있을는지도 의문이고... 또 꼭 RPG를 개발해야 할 당위도 못느끼겠네요 -_-;


원래 매니아 취향의 마이너한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장르가... 이상하게 변질되어서 메이저 시장인 것처럼 `위장되어 있는` 상황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지만...

`걍 이름만 RPG인 것들에게서 RPG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내심 결론짓고 나니 묘하게 맘 편하다는 ( --)




사족1 ::
위에서 예를 든 늑대인간 스토리는... 물론 제 머리에서 나온게 아니고 다옥에서 가져온 겁니다 -_-; 원래는 더 복잡하고 방대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영 가물가물해서 잘 기억이 안나는군요 =_=;;; 그래서 대충 생각나는대로 각색해 봤습니다...
아 혹시나 `그럼 다옥하는 사람들은 다 RPG 매니아라서 저렇게 게임즐기냐?`라고 하신다면 물론 아닙니다 -_____-

배경 스토리를 모르면서 걍 늑대인간 수백마리 잡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더 많을 듯?

하지만 `노가다도 뛸 수 있지만 RPG도 할 수 있는 게임`과 `노가다만 가능한 게임`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요...


뭐 즐기는 사람 나름입니다 ~_~

사족2 ::
이 글에서 말하는 RPG는 대략 서구 기원의 RPG가 되겠죠... 일본식 RPG를 단선형에 분기점이 좀 존재하는 정도의 것으로 정의할 때(돌맞을 정의지만) 이 녀석은 MMORPG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거의 없게 됩니다 -_-; 따라서 MMORPG와의 연계를 규정함에 있어 서구식 RPG만을 전제로 했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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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옥 홈피 자게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