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는 28일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 손노리의 이원술 대표를 만나 현재의 심경과 앞으로 손노리가 지향해나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4일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는 손노리 게임사업부를 2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안을 승인, 사실상 2년간 유지해오던 게임사업부의 독립을 선언했다. 1994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국산 롤플레잉 게임계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킨 손노리는 다크사이드 스토리, 포가튼 사가에 이어 강철제국, 악튜러스, 화이트데이까지 수많은 역작을 통해 국내게임개발사의 최고봉까지 올라선 업체다.

그러나 손노리는 2001년 11월 ‘화이트데이’ 출시 이후 자금난의 악화와 게임 부문별 사업확장성을 꾀한다는 목표로 플레너스(구 로커스홀딩스)에 합병돼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이후 손노리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을 출시하는 한편, 온라인게임 ‘트릭스터’의 서비스로 패키지게임시장의 불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했지만 플레너스의 지속적인 투자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회수부담으로 인해 결국 결별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 잠실에 새롭게 둥지를 튼 손노리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원술 대표의 입장처럼 100여명이 북적였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17명 남짓의 직원이 근무하는 단란한 회사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원술 대표가 소유했던 플레너스의 지분으로 차려진 새로운 손노리는 이전에 개발한 웹기반의 온라인게임 ‘몬스터 꾸루꾸루’와 ‘카툰레이서’를 그대로 이어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

이원술 대표는 “그러나 손노리는 내가 속한 회사와 김준영 대표가 이끄는 ‘엔트리브’ 모두를 뜻하는 것”이라며 “이전부터 손노리가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게임라이센스(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는 두 회사가 모두 공유하게 된다”고 인터뷰에 앞서 강조했다.

지금 심정은 어떠십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손노리는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활기찬 모습으로 개발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야심찬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던 8개월 전보다는 다소 풀이 죽은듯한 모습이었지만 예의 그 쾌활한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기다렸다는 듯 많은 게이머들이 궁금해하고 있었던 ‘소울리스’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자 이원술 대표는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는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그가 오래전부터 꿈꿔왔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로젝트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심경의 표출이었다.

“내부적으로 분사가 결정됐을 때 소울리스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 나갈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판매량의 부진으로 인해 수많은 비디오게임관련 유통사가 쓰러지는 국내 시장에서 1년이 남는 기간동안 소울리스 개발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이원술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는 분사당시 소울리스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의향도 있었지만 한달에 1억원이상이 투입되는 개발비용의 부담감, 그리고 바닥까지 치달은 비디오게임판매시장의 악재로 투자비 회수가 어두운 상황에서 더 이상 프로젝트를 유지시키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소울리스 개발중단 이후 SCEK가 투자했던 비용과 지분에 대한 뒷처리는 모두 끝난 상황이라고.

이원술 대표가 처분한 플레너스의 지분으로 세워진 손노리는 카툰레이서의 해외수출비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세워진 손노리는 표면적으로 몬스터 꾸루꾸루와 카툰레이서의 개발 및 업그레이드에 중심을 싣고 있지만 이원술 대표는 신규 온라인게임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것은 없답니다”

그는 신규게임개발에 대한 아이템은 많지만 현재 손노리가 가지고 있는 여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손노리 정도의 네임밸류면 투자사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원술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자체적인 힘으로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투자비율이 높을수록 개발사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투자는 필요한 것이지만 자금이 투입되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개발사로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의 전례를 들었다.
뒤이어 이원술 대표는 “신규 온라인게임은 기획단계에 있는 만큼 정보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손노리가 보유한 재정이나 인력사정을 고려해 대규모 MMORPG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특화된 장르의 캐주얼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손노리는 새로운 개발진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차츰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1~2년간 꾸준히 사세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2004년 중순쯤에 공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이원술 대표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바로 ‘손노리’라는 네임밸류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손노리이기에 특별해야하고 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했기 때문에 처음에 회사 이름을 그렇게 정했던 것(이원술게임연구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손노리의 여러 작품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컸기에 이 대표는 되도록 노출을 피하고 게임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의 개발재개는 계획이 없는지 물었다.

“물론 패키지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는 없지만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 개발을 재개하는 것은 시장이 회복된 뒤에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무작정 게임시장을 키우기 위해 개발사나 유통사의 희생만을 강요하기엔 현재의 국내시장상황이 너무나 황폐해졌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손노리의 이름을 걸고 확실한 타이틀을 내놓을 때까지는 언론노출을 자제하고 진득하게 게임개발에만 열중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손노리는 다시 1998년으로 회귀한 셈입니다. 그간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항상 저희를 지켜봐주시는 게이머들 덕분에 새롭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다 좋은 게임으로, 좋은 소식을 안고 웃는 낯으로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말로 이 대표는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

출처:게임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