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인트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 뭔지 아십니까?"


"뭐?"


제레인트는 엄숙하게 말했다.


"짝사랑이지요."


윽.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제레인트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 뭔지 아십니까?"


"난, 난…"


"상사병이올시다."


도저히 못참겠다. 난 맹렬하게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돌렸다. 내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는 동안에도 제레인트는 계속 웃지도 않은 채 말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짝사랑과 상사병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아프지요. 참 글러먹은 문제입니다. 짝사랑을 하면 그냥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면 될 문제인데 말입니다.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꼭 그것 때문에 슬퍼하고 아파해야 된단 말입니다. 상대도 날 봐주었으면, 날 생각해주었으면, 날 사랑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고장이 나버리지요. 고약하다면 고약한 것이고, 동정하려고 들면 정말 동정받을 일 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이영도 '드래곤라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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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허 오랫만에 책장에 빛바래진 드래곤라자 읽는 동안 갑자기 이 부분이 가슴을 후벼파네요

뭐 다른사람들도 안그렇겠습니다만 요즘 살아간다는게 힘드네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거 정말 더럽게 아프죠

남자들은 대부분 다 한번씩 겪고 지나가죠 안해본게 이상한 것 처럼 그리고 그럴 수 도 있다 생각하고 잘 지나가죠

근데

지금 더럽게 아프고 눈물나고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이런데도

하루에 한번이라도 그 사람 목소리 듣고 그 사람 만나고 얘기 하면

너무 좋아요

아는 사람은 알꺼에요 이 기분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심장은 계속 뛰네요 그리고 머리는 눈물이나 흘리라고 해요

가끔 술자리 가서 취하다 보면 그 사람 생각이 나네요

그러다 보면 질질짜고 있는 내모습이 진짜 한심하고 못나 보이고

이젠 친구들이랑 술도 잘 안 마셔요 이런 모습 보이는게 부끄러워서 한심해서

그래서 혼자 술마시고 울고 목구멍에서 나오는 고함 이 악물고 참고

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내가 왜 그랬는지 이런 자책은 요즘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

나이 스물 넘게 먹고 남자란 놈이 뭐하는 짓 인지 모르겠습니다

술 처먹고 일기장도 아닌데 실례나 범하고 있네요 주인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