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 '야, 못하겠다. 고치자'라는 말에 마법같이 시나리오를 반똥강내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단순한 관찰을 통한 농담이란 것을 미리 언급합니다. 그리고 아마추어라는 것 역시...



0단계 : 시작

게임 아이디어 회의, 여기에서 프로그래머는 '일단 알겠으니까'라며 어물쩡 넘어간다.

예시:

팀원1:이거 한번 만들어보죠?
팀원2:어 그거 괜찮겠다. 우리 이거하자.
팀장:야, 프로그래밍. 너 이거 되냐?
플그:아, 일단 정하기나 하라구. 일단 책 뒤지고 하면 대충은 되니까.




1단계 : 거부

본격적인 게임의 틀이 잡히고 기획안이 잡히면, 프로그래머는 일단 말한다. '안 돼. 이거 불가능해'

예시

팀장:어이, 기획서.
플그:[쓱쓱 훑어본 뒤]야! 이걸 내가 어떻게 만들어!
팀장:니가 책 뒤지고 하면 다 된다며!
플그:야, 솔직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런건 내가 죽 밤 새도 못만들어!
팀장:에이 씨... 진작 말하지.



2단계 : 타협

초기 기획안을 갖고 팀장과 소리를 드높여가며 타협안을 잡는다.

예시

팀장:그럼 어디까지 되는데.
플그:아, 몰라. 이거 다 하라고 할 거면 나 때려치울거야.
팀장:에이 씨[쓱쓱] 여기까진 되지?
플그:...좋아, 뭐 그정도면 구현은 돼.



3단계 : 재협상

타협안을 기반으로 쓱쓱 만들긴 하지만 뭔가 막힌다. 중간 기획안 수정 및 수많은 변경으로 난관에 부딪친다. 자아, 쇼부다!

예시

플그:야, 일정 맞추려면 이것도 못하겠어.
팀장: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니가 된다며?
플그:아, 몰라! 일정이 이거밖에 없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구현해.
팀장:웃기지 마! 여기서 줄일거라도 있냐?
플그:몰라몰라, 나 때려치울래.
팀장:야... 그러지 말고 이거까지만 구현해주라. 응?
플그:몰라, 그것까지만 해도 밤 새야하는데...
팀장:밤 새면 되잖아. 알겠지? 거기까지 해주기다?




4단계 : 밤샘

쇼부쳐서 얻은 골에 도달하기까지 밤을 새워 작업한다. 걱정하지 말자. 팀원들도 같은 얼굴이다.

팀원1:...얼굴이 말이 아니시네요.
플그:아, 몰라... 며칠째 계속 밤 샜어.
팀원2:저희도 그래요. 죽겠어요 진짜...
플그:으휴, 처음부터 확실하게 하면 되는 거잖아. 맨날 투닥투닥하다 시간만 다 지나고....
팀원1,2:.......



5단계 : 자기합리화

나온 결과물에 최대한의 노력과 고생, 갖은 수고를 덧붙인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파트에선 뭣도 모르니 그냥 '어려운 거 해내셨구나...'라고 생각한다.

플그:야, 어때?
팀원1:우와.... 어떻게 되긴 되네요?
팀장:짜샤, 하면 된다니까 그러네?
플그:나중에 밥 사주기다?
팀장:걱정 마라, 내가 밥사고 술사고 해줄테니까. 고생 했어.




부록 - 프로젝트 당시의 시나리오 단계


0단계 : 아이디어 쏟아내기

왠지 모르게 시나리오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머리 속에 든 게 거기서 거기인 입장인데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가 없다.


팀장:야, 우리 뭐 만들까?
그래픽:시나리오 쪽 애들 뭐 좋은 거 생각한거 있어?
시날:그,글쎄요... 음....
플그:생각 좀 해봐. 괜찮은 거 있을 거 아냐.
시날:이건 어때요...?
기획:야, 그건 너무 뻔하잖아.
시날:...그럼 님이 한번 말해봐.
기획:아,어,음...



1단계 : 부풀리기

시작은 항상 거대하게, 크고 아름답게, 뭔가 있어보이게!!


팀장:오케이, 그거 괜찮네. 그럼 일단 니네들이 이미지나 컨셉같은건 잡아줘야 한다.
시날:예?
팀장:좀 괜찮게 생각해봐.
시날:[....말은 쉽지]
팀장:알겠지?
시날:예....


2단계 : 반토막


구현의 한계, 아마추어의 한계, 여기에서 쓴거 절반은 버린다.


팀장:야.. 안되겠다. 우리 능력상 그건 안될 것 같으니까 자르자.
시날:...뭐 그러죠.



3단계 : 환골탈퉤


시간이 지나니 또 반토막이 나 있다. 더 이상 원본은 쓸모없다. 새롭게 환골탈....에이 퉷.



플그:아 못해! 배 째!
그래픽:이걸 언제 다 해요! 좀 줄여요!
팀장:아우 씨... 야, 우리 좀 더 줄이자.
시날:또요?
팀장:애들이 줄이자는데 그럼 어떻게 해? 좀 줄이자.
시날:이 이상 줄이면 꼬이는데...
팀장:그럼 새로 쓰면 되잖아. 알겠지? 응? 솔직히 니네들 하는 것도 없잖아.
시날:...네.


4단계 : 카운터

몇번이고 경고했지만 소홀하게 여긴 문제점이 곳곳에서 터진다. 물론 책임은 다 당신꺼!



팀장:야! 이거 왜 이렇게 된 거야?
시날:...그러니까 고치면 이상하게 된다고 했잖아요.
팀장:아우, 이렇게 해서 뭐 어떻게 하자구?
시날:후우... 다시 할게요.
팀장:이번엔 제대로 좀 해봐. 알았지?
시날:네........



5단계 : 후회와 갈등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그들은 이미 담배를 꼬나물고 살아온 삶을 후회하고 진로를 틀어야 한다고 고민중.


시날1:....니네들 팀은 어떻게 됐냐?
시날2:묻지마. 후우----
시날1:그냥 과 갈아탈까? 어차피 우리 초장부라 기획 기초는 다 듣잖아.
시날2:나도 그럴까봐. 들어보니 누구 기획으로 벌써 갈아탔다더라.
시날1:이게 뭐야... 반토막만 내려고 온 것도 아니고....에휴.
시날2:내가 프로그래밍이나 그래픽같은 거 안하고 여기 온 게 진짜 한이다, 한. 후우-----





물론 농담인 거 아시죠?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