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제가 3일 동안 그러니까 어제까지 힘들었던 이유는...

뭐 애가 생겨서 막막함 때문이 아니었어요.

돈이 없어서 그게 막막한게 아니었구요.

제가 언제 돈이 있어서 편하게 산것도 아니구요.

언제나 돈은 없었고 막막한 상황은 항상 있어 왔고...

그래도 뭐 별거 아닌거 처럼 꾸준히 버티면서 잘만 살아왔기 때문에...

가장 걱정이 되고 신경쓰였던건 여자친구였어요.


여자친구가 자꾸 저보고 신경쓰지 말아라 혼자서 낳겠다.

사실 여자친구가 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죠.

얼마나 없는 놈인지... 저한테 장난으로 그지새끼야 넌 왜 그지인거야! 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여자친구도 아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놨는데...

모두다 때라는 말뿐이 안하는 데다가...

여자친구가 병원에서 이미 태아사진까지 봐버렸어요.

보통 병원가면 태아사진은 보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보게되면 낳고 싶어진다나요.

아무튼 주변 사람들이 자꾸 때라는 말뿐이 안하니까...

아직 어리지만 저보다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살던 여자친구가...

현실을 버리더군요.

저보고 신경쓰지 말아라 도와줄 필요없다.

혼자서 낳아서 키울거다.

전 고민이 됐던게 애보다는 여자친구였어요.


어떻게 21살인 여자친구가 애를 혼자 낳아서 키우겠어요?...

여자친구 부모님은 어떻하고? 여자친구는 혼자나와서 살겠다는데...

어떻게 홀몸도 아닌데 혼자나와서 어떻게?...

그렇게 산다고 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고 애는...

뻔하기 때문에 너무 답답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에게 고민을 얘기한건 애가 아닌 여자친구였어요.


누구보다 제가 현실을 잘 알아요.

현실 사람들이 그 현실은 돈덩어리로 둘러싼 장벽으로만 말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으니까요.


제가 많이 격어왔으니까요.

전부다 제 고민에 반응한건 돈에 관한 이야기 뿐이더라구요.

여자친구 걱정에 대한 얘기도 없어요.

다 돈이고 게다가 심지어는 여자친구 혼자 낳겠다는 말에...

그럼 그렇게 하라구 해라... 넌 잘된거다 지가 어떻게 혼자 낳냐 한 1~2개월 뒤에

땔거다. 걍 냅둬라...라고...

미치겠더라구요.

구역질 날정도로요.


내가 걱정하던 고민은 이게 아니었거든요.


제가 여자친구한테 싹싹 빌었어요. 솔직히 여자친구랑 지금 사귄지 33일 밖에 안됐어요.

임신한 사실을 알고 다음날 바로 찾아갔어요.

여자친구 웃고 있더라구요. 들떠 있었어요.

제 앞에서 걱정하는 모습 내색하지도 않고...

한마디 하더라구요.

우리 연애도 제대로 못해보고 이렇게 됐네...

아 정말 미안하더라구요.

정말 꿈이 많은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여자친구 였는데...


암턴...지금은 사정사정하고 매달려서 설득 시켜서 같이 키우기로 했는데...

막막하기야 하죠. 돈두 없는데...

그래도 여자친구 혼자서 낳는거 보단 훨 잘된거거든요.

최악의 상황이 여자친구 혼자 낳는거니까요.

지금은 절대 최악의 상황이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은 여자친구만 있어도 제가 개고생해도 좋거든요.

믿지는 않겠지만... -_-;;

심장이 벌렁거려서 고백해서 사귄거라...

진짜 놓치고 싶지가 않구요.


암턴... 뭐 넉두리 늘어놔 바야...소용도 없고요.

앞으로 2년? 5년 10년? 고생한다고 해도...

별 상관없어요.

앞으로 고생한다 생각되지 않고요.

막 두근거리는데요.

뭔가 막 대단한 일이 벌어질거 같아서...;;

-_-;; 미친거 같죠?;;;


암턴...여자친구 걱정되네요. -_-;; 저 때문에 고생길이 펼쳐졌는데...

지금 무지 힘든건 여자친구 일거에요.


풀죽은 목소리도 어깨쳐진 모습도 보이지 않으려고요.

그런 모습 보이면 여자친구가 화날거 같아서요.

든든한 놈이 되려고요.


좋은 아버지요...

원래 제 0순위 꿈이었는데요. -..-;;


아참....

살면서 지금 고생하는거 나중에 뒤돌아보면 재밌어요. -..-;;

막 고생할때가 정신없이 살고 얼마나 좋은데요. ㅎㅎ;;


암턴... 여자친구가 떠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


제가 책임감이나 죄책감...혹은 후회할까봐 이런거 때문에 여자친구한테 이러는거 아니구요.

여자친구니까... 지금 여자친구 하나 믿고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러는거에요. -_-;;;


여자친구 때문에 진짜 살맛 나더라구요. -_-;;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저 지금 무지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