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밤새 할머니 간병을 하고 왔었는데요.
응급실은 첨이었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ㅠ_ㅠ..




발단은.. 추석연휴 잘 쉬시고 월요일날 할아버지께서 넘어지시면서 엉치뼈가 뿌러지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근처 병원에 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문제는 할머니였습니다. 작년에 심장이 안좋아서 쓰러지셔서 경대병원에 2달 입원하시고 퇴원한 이후로는 심장 약을 드셨는데요 요근래 다시 나빠져서 혼자서는 밥을 차려 드실수 없으실 정도였죠. 시골에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 사시는데 할아버지 입원하시면, 병간호도 자식들중에서 해야 하는데다가 할머니까지 모셔야 하니..



그래서 두분다 대구로 모셔오기로 했습니다. 할머니 심장질환도 걱정되기도 했구요. 두분다 칠곡 가톨릭 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순환기계통은 받지 않는다 해서 두분다 모시고 경대병원으로 갔는데 할머니만 응급실로 이송됐고, 할아버지는 수술이 밀려있어서 힘들다고 해서 가톨릭병원에 남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30분거리에 떨어져 입원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경대병원 응급실에서 할머니 병간호를 했는데요. 몹시 지치고 피곤하지만, 꼭 써야겠다는 생각에! 상당히 장문이 될거 같은 글이지만(제 스타일과는 안맞게... ;)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6시 수업 마치고 어머니께서 경대병원으로 오라 하셨습니다. 할머니 응급실에 계신다고.. 어머니께서 경대병원에 계셨고. 할아버지계신 가톨릭병원에는 동생과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저녁먹고 바로 경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응급실은 지나만 가봤지, 제대로 있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근데 저녁 7시에 응급실에 도착한 느낌은.. 뭐랄까?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뭔가 급박하고 어수선하며 여기저기서 곡소리나는 분위기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응급실도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수술 바로 직전/직후 구역인 "소생실"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소생실은 방이 2개였는데 한방에 3명 환자 정도 들아갈 공간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응급처치를 한후 필요시 시술을 할수 있도록 간이 수술 장비도 말련되 있었고, 수술복으로 갈아입혀서 바로 옆 수술실로 향하는 공간이지요.



소생실은 8번룸과 9번룸이 있는데 저희 할머니는 8번룸에 계셨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방안에 할머니 침대만 하나 놓여 있었고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머니도 요즘 몸이 안좋으신데 오늘 하루종일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병원만 3군데를 갔다오셔서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셨습니다. 할머니 모시면서 내가 해야 할일 (할머니 소변 받아 드리기, 아프면 데스크에 얘기하기, 응급시 준 약으로 응급처치하기)을 듣고 어머니는 룸 밖의 의자에서 쉬시고 제가 할머니를 간병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심장질환 약을 드시기 시작해서 팔의 피부가 반창코만 붙였다 떼도 떨어져 나갈정도로 팔 전체 피부가 약하며 쭈글쭈글했고 여기저기 피부에 피가 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심장이 부풀어 올라서 제대로 앉을수 없어서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불과 지난주 추석때는 건강하셨거든요..



할머니 간병을 시작하자마자 할머니 구토를 하십니다. 재빨리 소변 받는 걸로 구토를 받아냅니다. 저녁으로 바나나 한개와 오댕 하나 드셨다는데 고스란히 다 토해 내셨습니다. 9시쯤 아버지가 어머니 데리러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너무 피곤해서 제가 남아서 간병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랑 룸밖 복도 의자에서 앉아 얘기하고 있는데 의사한분이 오시더라구요. 그리고는 현재 할머니가 심장이 안좋으신데 심근경색이 우려된다고, 혹시나 밤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동의를 구할 시간이 없다고 "수술동의서"작성을 요구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만약에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수술을 하게 되면 고령이시라 사망확률이 절반이 넘는다고.. 그리고 수술이 무사히 끝나도 중풍과 같은 후유증이 남을수도 있다고.. 그리고 이런저런 상황에서 비보험처리 되는 부분에 관해서도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동의를 구할 시간이 없어서 비보험 처리되는 부분까지도 포함될수 있다고 이 모든것들의 동의를 물으셨습니다. 순간 숙연해 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넘어지셔서 할머니 혼자 두실수 없어서 입원을 한건데, 입원해서 보니 할머니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거였습니다. 아버지는 응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을거라며 동의서를 작성 하시고는 어머니랑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10시.. 할머니는 주무셨고, 8번룸에 여자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리 심하지는 않으신듯, 1시간 누워 계시다가 5층 병동으로 이동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전 PDA를 꺼내 요즘 보기 시작한 미드 '히어로즈'를 봤습니다. 그리고 8번룸과 9번룸에 몇몇분이 오고 갔는데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는지 조용했습니다. 사실..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상황과 같은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 펼쳐진곳이 응급실이라 생각했고 거기에 가장 위급한 환자들을 모아놓는 "소생실"이었기에 살짝 기대를 했던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응급실이라 불이 환해서 요즘 공부중인 책을 꺼내 조용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집에선 책 꺼내지도 안는놈이 나가니깐 난립니다;;) 중간중간에 할머니 깨시면 소변 받아 드리거나 물 같다 드리거나 잠시 얘기 나누거나를 하면서 책을 봤습니다. 그러가다 졸리면 자야겠다고 푸근하게 있었죠.





새벽 1시.. 할머니 계신 8번룸에 할머니와 비슷한 증상이신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분 보호자에게 마찬가지로 의사가 와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심근경색이 우려된다고 말한뒤 수술동의서 작성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옆방 9번룸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눈떠봐!" 라고 절규하시는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9번룸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시고 숨이 가파지기 시작한것입니다. 수술을 하기전에 응급조치부터 해야한다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번룸에 들어오신 할아버지도 간단한 검사를 시작하는데, 우리 할머니와는 달리 좀더 안좋으신지 X-ray에 심전도 테스트기와 초음파 검사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9번룸의 할어버지 응급처치가 끝났는지 바로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어서 8번룸 할아버지도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새벽 2시..  9번룸 할아버지가 수술실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의사와 보호자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수술을 위해 절개를 하려다 상황이 너무 안좋아 수술을 포기했다는.. 갑자기 응급실이 급속도로 슬퍼집니다. 9번룸 할아버지 보호자분께서는 여기저기 친척들과 주변사람에게 전화를 시작합니다. "오늘밤 못넘기실거 같다. 빨리 와라고.." 그리고 9번룸 할아버지가 숨이 가파 지십니다. 부인되시는 할머니가 아직 막내 안왔다고 막내 보는건 보고 가야 되지 않냐고 부여 잡습니다. 그리고 그사이 119 신고를 받고 사고난 환자들이 들어왔고 소생실은 긴장감이 흐르며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그사이에서 무사히 주무시고 계신 할머니가 이기적이긴 했지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수술하러 들어가셨던 8번룸 할아버지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룸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의사말이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24시간을 넘겨봐야 한다고, 수술후 24시간만 넘기면 위험한 상황은 없다고 주의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할아버지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몇명만 남고 들어가서 눈좀 붙이라고 흩어집니다.



새벽 3시.. 8번룸에 생후 3개월된 아기가 들어옵니다. 자다가 숨을 안셔서 급하게 병원으로 대려왔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 5명쯤 붙어서 주사를 놓는데 혈관을 못찾아서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아기는 울지도 않고 애 어머니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19 신고를 받아 9번룸에 아저씨 한분이 들어왔습니다. 자다가 숨을 안쉬는것을 발견한 부인이 재빨리 신고해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응급처치를 해도 숨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4분간 호흡이 멈추면 그뒤에 숨이 돌아와도 뇌가 죽어버린답니다. 어떻게 조치도 해보지도 못한체 순식간에 그 아저씨는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놀라버린 상황에 그 아저씨 부인은 손발이 마비가 되어 쓰러져 울기 시작합니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큰딸이 부인을 잡고 이럴때일수록 정신차려야 한다고 엄마가 쓰러지면 누가 힘을 내냐고 절규합니다. 정말 강한 소녀였습니다. 그리고 9번룸 할아버지는 아까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망은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았습니다. 살아날 가망이 없어도, 마지막 희망의 한끝을 놓지 않는게 우리의 본능인가 봅니다. 금방 돌아가실거 같던 9번룸 할아버지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호흡은 안정되었고, 잠정 뇌사 판정을 받은 9번룸 아저씨도 호흡이 돌아오기 바라며 전기 충격을 계속해서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혈관을 못찾았던 8번룸에 생후 3개월된 아기는 결국 이마 관자놀이 위쪽부분에 주사를 넣어 열을잡고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그사이 여러 환자들이 들어와 어느덧 8번룸과 9번룸에는 4명씩 차게 됐고, 그나마 상태가 좀 나아진 환자들은 구석 복도로 옮겨졌으며, 응급실 입구쪽에는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제가 그레이 아나토미 어쩌고 저쩌고 했던가요?.. 순간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두근거렸고 기대했던 제 자신이.. 삶이라는 치열한 현장앞에서 이토록 건방질수 있었던 걸까요... 환자도, 의사도, 그리고 가족들도 그 누구도 단 0.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모두가 필사적인 공간인데 말이죠.





새벽 5시.. 광풍과 같던 치열했던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옵니다. 그 사이 제 할머니는 두번 가슴통증이 심해지셔서 약물투여를 했고, 그리 나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차분해진 분위기의 응급실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죽음이라는 고비를 넘긴것 같았습니다. 물론 임종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하루는 더 주어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때 9번룸 할아버지네 막내분이 도착했습니다. 좀 차분해 졌었던 응급실이 다시 울음바다가 됩니다. 그리고 9번룸 아저씨의 부인은 결국 응급실에 입원해 링겔을 맡고 누워 계셨고 주변 분들이 오셨습니다. 8번룸에 수술을 받으신 할아버지는 말이 많으셨습니다. 나 당뇨있는데 그약도 먹어야 하는거 아닌지, 링겔의 약이 제대로 투여 안되는거 같다고, 그리고 숨쉬기 불편하다고.. 그러자 의사가 불평 불만 요구를 다 듣고 차분히 대답합니다 .그리고 말 많이하면 숨이 가파 지니깐 말은 많이 하지 마시라고..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에 쉴수 있었습니다.





아침 7시.. 9번룸에 있던 할아버지와 아저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더이상 어떠한 시술도 할수 없는 상태인거죠.. 결국 밤새 세상을 떠난 분은 한분도 안계셨습니다. 삶에대한 의지란게 이토록 대단한거 같습니다. 긴장이 풀려선지 밤을 새선지 피로가 몰려옵니다. 아침에 고모랑 교대하기로 했는데 언제오련지.. 이제 쉬고 싶습니다. 커피만 계속 뽑아마시면서 할머니 간병을 계속했습니다. 아침이 되니 다시 검사가 시작이되서 피검사, 심전도 검사, x-ray촬영을 했습니다.





아침 8시.. 할머니 바로 옆에 누워 계신 수술하신 할아버지가 숨쉬기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사가 마스크형 산소호흡기를 갖다댔는데도 숨을 제대로 못쉬셨습니다. 계속 갑갑하다고, 그러자 의사가 갑갑하니깐 참으시고 좀더 힘내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호자인 아들분도 말좀 고만 하시고 말하니깐 힘든거라고 의사 지시대로 따라오라고 말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지 의사는 보호자에게 지금 숨을 못셔서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를 달면 나중에 뗄수가 없으니깐 그 전 과정인 목구멍에 파이프 넣는 시술을 할꺼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빠지진 않을거라고 말합니다. 저는 복도에서 그 할아버지 가족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심장이 않좋으시기에..) 갑자기 8번룸 안이 분주해 지기 시작합니다. 목에 파이프를 넣는 시술을 하더니 의사 몇명이 달려오고 긴박한 상황인지 목에 매스로 구멍을 뚤고는 인공호흡기를 설치를 합니다. 그래도 상황이 안좋은지..





오전 10시.. 의사는 8번룸 할아버지 가족들에게 상태가 많이 악화됐다고 앞으로 30분간 심폐소생술을 할건데 30분이 넘으면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할수가 없다고 그때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임종이라고 설명합니다. 잠시 눈붙이러갔던 가족들 모두 모여서 울음바다가 됩니다. 30분..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때 고모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고모랑 초등학교 3학년 딸이랑 응급실 앞에 와있다고.. 제가 나가서 고모보고 30분있다가 들어오라고, 지금 들어오면 딸한테 안좋을거 같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8번룸으로 돌아와 누워계신 할머니 손을 꼭 잡습니다. 할머니도 저할아버지가 힘들다는거 알고 계십니다. 할머니로부터 미세한 떨림이 느껴집니다. 15분을 지났을까요.. 더이상 의사들의 심폐 소생술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 그렇지만, 단 1%의 희망도 놓치지 않게 이들은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룸 밖에 모인 가족들도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을 받으실때마다 꺽-꺽-거리시는 할아버지도..





오전 10시 29분.. 결국.. 의사는 심폐소생술을 멈춥니다. 그리고 8번룸 앞에 모여있는 가족들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가족들 모두 8번룸 할아버지 앞으로 모입니다. 제손을 꼭 잡고 계시던 할머니, 얼굴을 제쪽으로 돌리셨습니다. 저는 이 순간을 나가면 안볼수 있지만, 할머니는 움직일수 없는 상태.. 얼마나 두려우셨을까요.. 그리고 떠나신 할아버지 가족분들은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었는데 얼마나 슬프실까요..







그리고는 고모랑 교대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밤새 있었던 응급실은 정말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모두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릅니다. 할아버지는 뼈 뿌러진것보다 폐쪽이 의심스럽다고 정밀검사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두분다 최하 보름은 입원하셔야 할텐데요.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 찾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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