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때처럼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초딩들이 한 다스씩

몰려 오더군요.  금연석이 모자라 흡연석에 앉혀야 될 정도로 많이 왔길래 몇명은 보내야 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요즘은 장사가 너무 안 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 처음 보는

초딩들이 들어 오는 겁니다.  저희 피시방은 주택가에 있어서 오는 손님들이 정해져 있었거든요.

네명이 그렇게 들어와서는 선불할꺼니 후불할꺼니? 라고 물어도 대답없이 그냥 피시방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뭐 구경하러 왔나 보다 하고 놔뒀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런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그런 일이 없지만, 제 시간대에는 가끔 그런 애들이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놔 두고 피시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대뜸 그 애들이 와서는 피시방 청소를 할거라고 설치지

않겠습니까.. 켜져 있는 컴퓨터 끄고, 음료수 캔 쓰레기 통에 버리고, 재떨이 들고 오고.. 여튼 그런 걸

하면 컴퓨터 1시간 시켜 줄거냐고 묻길래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왔다 갔다 하면서 청소를

하더군요.   손님이 쓰던 재떨이를 들고 오질 않나, 먹던 컵라면을 들고 오질 않나... 여튼 나름대로는

도와주려고 한 거 같은데,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렇게 꽤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말 꽤 흘렀습니다..  몇 시간..

그런데도 애들이 집엘 안 가고 게임 하는 걸 구경하면서 청소를 하는 게 아닙니까......


결국은 한 시간씩 시켜주고 집에 갈 때 과자도 하나 쥐어 줬습니다.



...




피시방에서 일하다 보면 맨날 와서 후불로 몇 시간씩 게임을 하는 초딩들도 있는 반면에

선불 한시간만 하고 몇 시간씩 다른 애들이 게임 하는 걸 구경만 하는 애들도 있다는 걸 느낍니다.

때론 같이 게임을 하다가도 한명은 돈이 모자라서 섭섭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향하는 걸

보기도 하구요.  


별로 측은한 마음이 들 일은 아닌데, 잘 놀다가도 선불 시간이 다 되서 게토화면이 뜨는 걸 보고

섭섭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애들을 보면 안구에 습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