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 때 늘 아침이면 여기저기가 아파서 유치원엘 못가곤 했습니다.
어떨 땐 배가 아프고, 어떨 땐 머리가 아프고, 또 어떨 땐 팔이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기도 했죠.
그럴 때면 어머니는 줄곧 제 손을 잡고는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동네 병원엘 데려 가셨었습니다.
제가 병원에 오면 의사 할아버지는 반갑다는 듯 저를 맞아 주셨고 제일 먼저 제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보셨죠. 그럼 저는 오늘은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 하면서 울먹였답니다.
하지만 늘 할아버지는 제가 머리가 아프던, 배가 아프던. 매번 낡은 청진기를 꺼내어 제 배에 몇번
대어 보시곤 씨익 웃으시면서 간호사 누나가 주는 알약을 꼭꼭 씹어 먹으면 금방 나을거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간호사 누나가 주는 약봉지를 받아 들고 집으로 가 약봉지를 뜯어 보면 언제나
옅은 빨간 색의 동그란 알약이 두 알 들어 있었죠.
먼저 한 알을 집어 입에 넣고는 꼭꼭 씹어 봅니다.
딸기맛 같은 약간은 시큼하고 달콤한 맛이 조금 느껴집니다. 그러곤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남은 한 알마저 입에 넣고 씹어 봅니다.
아. 맛있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녹아서 사라져,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아쉬움에 한 알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픈 곳이 다 나아 있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약처럼 말입니다.
전 이렇게 어린 시절을 의사 할아버지의 마법의 알약을 먹으며 보냈습니다.
몇년이 흘렀을까요. 전 학생이 되었고, 少年이 되었습니다.
아마 시험기간이었을 거에요.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다가 괜시리 공부가 지겨워져서
책상을 이리저리 뒤지던 중, 약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릴 적의 그 마법의 알약이었던 겁니다.
조심스럽게 약봉지를 뜯어 책 위에 부었습니다.
여전히 붉은 색의 동그란 알약 두 알이 저를 반겼습니다.
약은 안 상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알을 입에 넣었습니다.
달콤합니다. 시큼하기도 하고, 꼭 딸기맛 사탕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금새 입 안에서 녹아버립니다.
나머지 하나는 아껴둘까 하다가 달콤한 내음에 이끌려 입에 넣습니다.
달콤합니다. 역시나 금방 녹아버리고 아쉬워 합니다.
얼마간 입 안에 알약이 남겨 놓은 달콤한 내음을 느끼며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때 전 깨달았습니다.
그 마법의 알약은 다름아닌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곧잘 파는 알약 모양의 불량식품이었다는 걸.
언제인가, 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더이상은 내게 마법의 알약을 선물해 줄 마법사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 따위 것. 별로 필요 없었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마법의 알약은 없었을테니까요.
하지만 가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너무나 힘이 들 때.
어릴적의 그 마법의 알약을 떠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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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 기분에 어릴적 생각이 나서 적어 봤습니다. 나름대로 추억이랄까요.
........변비 약이었다 파문..,. [뭐라는건지 퍼퍼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