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대한민국 IT에는 미래가 없다. 그런데 난 즐겁다.  ------------------------

사회에 존재하는 이런저런 산업를 크게 둘로 나누어보면 이렇게 나뉜다.

1. 제로섬 산업.
2. 논제로섬 산업.

제로섬 사업은 간단히 증권시장을 연상하면 된다. 누군가 웃는다면 누군가는 우는 체제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라 기존의 부가가치를 운용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자신에게 이동시키는 산업이다. 때문에 이 산업의 종사자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국가의 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상자안의 빵이 옮겨다닐뿐 빵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논제로섬 산업은 반대이다. 이 산업의 목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생산해 그것을 판매하여 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 업계 종사자의 부는 곧 국가의 부다. 논제로섬 산업이 발달하면 그것은 곧 국가의 부로 연결된다. 흔히 말하는 IT업계가 바로 이쪽이다. 언론에서 툭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IT에 있다'라고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에서 우대받는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주로 끝에 '사'가 붙는 의사, 약사, 변호사, 판사, 회계사, 변리사 등등은 물론 딜러, 펀드매니저 등의 금융이나 대기업의 간부, 전문직 정도일 것이다. 여기서 찾아보자. 이중에 제로섬 직업은 몇이고 논제로섬 직업은 몇일까?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엘리트 주의에서는 논제로섬 직업은 대우받지 못한다.

관념적인 말이 아니다. 내 주위의 일이다. 흔히 말하는 그 잘난 일류대의 공학, 과학인들이 과연 얼마나 논제로섬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것 같은가?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우수한 IT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죄다 제로섬 게임에 미쳐(혹은 떠밀려) 아무생각없이 달려가고 있다.

서울대 공대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면 실무로 뭘하는지 아나? 전화받는다. AS부서에서. 대기업 기술개발 관련은 해외파가 아니면 명함도 못내밀고 실무생산은 눈높은 신입사원들이 기피한다. 지금 대한민국 IT가 대단하다 떠들고 있지만 실제 업계 종사자들은 다 안다. 현재의 강세는 대한민국의 지식적 힘이 아닌 해외의 힘이며 대한민국의 자본이 아닌 해외 자본의 이익이다. 그나마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알기쉽게 예를 들어보자. 가장 IT스러운 프로그래머의 세계를 까발려본다.

대한민국 프로그래머중 40 넘어서까지 현역(코딩활동)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거의 제로라 보면 된다. 일반적인 업계에서는 보통 40을 업무의 전성기라고 한다. 경험과 패기와 능력이 조화를 이룬 시기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40 이전에 어떻게 해서는 발을 빼려 아우성친다. 아니면 해외로 나가든가. 도대체 왜그럴까.

프로그래머는 전문직이다. 그런데 대우는 단순노무직 대우를 받는다. 하루 10시간 근무, 주 6일출근하는 2년차 프로그래머 연봉이 얼마일것 같나? 업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가장 열악하다는 게임업계를 들자면 보통 연봉 2000이 안된다. 1800~2000사이를 넘나든다. 세칭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의 딱 반이다.

문제는 인센티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부자가 된 프로그래머들이 널리고 널렸다. 거기가면 50대 프로그래머들도 발에 채인다. 왜냐고? 부자가 될 기회가 많으니까.

그런대 한국은 웃기게도 대박이 나오면 그 열매는 경영진들이 다 가져간다. 개발직 중에서는 기획자만이 그 단맛을 볼 뿐,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파트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인센티브? 허황된 꿈이다. 한국에서는.

해외 프로그래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쪽에서는 이런 한국의 IT문화를 신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어느 업계에서건, 어느 분야에서건 스타는 있다. 그 스타의 모습을 통해 신입들은 의욕을 다지게 되는데... 생각해보라. 한국에 스타 프로그래머가 있는가? 유일(말 그대로 유일)한 이름이 안철수다. 그러나 그분도 얼마전 부패청산 어쩌고 협의에 맞아 쓴소리를 남기셨다. 얼마나 한스러우시면 그럴까. 명색이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IT스러운 프로그램 분야에서 한국은 스타가 없다. 즉 새로 업계에 발을 붙히는 사람들이 꿈을 둘 곳이 없는 것이다. 전문지식과 실력과 막중한 근무는 요구하면서도 그 결과를 돌려주는데는 인색하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실제 기술개발하고 코딩하는 사람들중 과연 세칭 일류대 출신이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기업 연구소라면 모를까. 그 외는 전멸에 가깝다. 엘리트라 자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자가 붙는 직업이나 대기업으로 가 실무와 관계없는 관리쪽에 들어간다. 물론 학력이 실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기준에 맞추어 생각한다면 참으로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모든 IT 산업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실무진은 업계의 허리다. 그런데 그 허리가 너무나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모래위에 남의 돈 빌려 대궐같은 IT집을 지어놓고 '나좀봐라' 떵떵거리는 모습이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지금이야 몇몇 대기업의 약진이라는 화려한 포장지가 있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갈까. 그 대기업의 약진도 따지고 보면 해외의 기술력과 자본에 반이상 종속된 상태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경영진과 정치인들은 이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자 취약점은 외면한채 과대포장시켜 홍보하기에만 들떠 있다.
더불어 대기업의 횡포도 끝이 없다. 이미 대기업 노조의 밥벌이를 하청업체가 책임진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불어 하청업체의 영업이익이 조금이라도 우수하면 바로 대기업의 감찰단이 들이닥친다는 사실도 안철수님의 인터뷰로 까발려졌다. 중소업체가 대기업에 제안서 하나 넣어볼라치면 전 사원의 학력, 경력등은 기본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웃기는 비상식이 대한민국에선 상식으로 통한다. 가장 국제화되었다는 IT업계에서 말이다.

얼마안가 망할 것이다. 거품이 빠지고 그나마 버텨주던 기술개발인들이 못보티고 은퇴하는 순간이 대한민국의 IT가 끝장나는 순간이다. 정부와 기업들도 한몫하기로 했다. 그나마 경쟁력의 근원중 하나이던 인터넷을 종량제로 바꾼다고 하니 않는가. 정보와 이익의 독점이 미덕이라는 제로섬 산업의 마인드가 이제 논제로섬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솔직히, 나는 즐겁다. 업계의 인력부족이 심각해지고 질적, 양적인 공백이 심화될수록 나는 즐겁다. 세칭 일류대 공대 나와 동기들과는 달리 돈키호테처럼 벤처로 뛰어들때만 해도 상황이 이럴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물론 일하기 시작한 몇개월간은 그 암울함에 어려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느껴진다. 의욕이 현실앞에 무너지나 걱정도 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스카웃 제의에 근심은 사라졌다. 어디든 그렇지만 희소성은 늘 각광받기 마련이니까.

대한민국의 영재들이여, 부디 나를 위해 계속 IT를 기피하고 경영이나 '사'자로 가주시길.

-----------------------------> 게임 관련 덧글만 퍼왔음.  <----------------------------------

비싼넘          난 게임 디자이너이고 위의 말에 동의한다. 완전 동의.. 회사들어갈땐 "페이는 이것밖에 못주지만 대박치면 꼭 챙겨주겠다"더니 대박치고 나면 얼마 못받는다. 못받아도 말 못한다. 이래가지구선 절대 발전하지 못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번다는 말이 너무도 잘맞는 상황 아닌가.      

디빅맨         이 글 좀 어패가 있네요..일단 위에서 말하는 프로그래머가 우리나라 해 당산업에 비해 너무 인력이 많습니다. 학원,특성화 대학에서 매년 쏟아 지는 인력이 얼마나 많은줄 아십니까. 대부분이 ASP,서버관리,단순 코딩 등 그 이상의 기술이 없습니다. 사실 이분야를 이제는 IT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이정도의 기술이면 홈페이지 운영하고 쇼핑 몰 제작 정도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이이상 기술을 익 히지 못하느냐..사실 대한민국에 잘되는 IT업종은 몇개 안되구요 배우 는 곳도 다 고만고만하게만 가르칩니다..왜냐..쉽고 배우려는 애들은 넘 치니까요. 게임 디자인, 웹프로그램? 연봉이 싼이유..너무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석눈          나두 게임 개발자다. 게임산업 요즘 주목받는다. 수출 잘된다고 언론에 서 떠든다. 하지만 내 주위 현실을 보자. 잘나간다는 게임 만든 내 친구 들 대기업 연봉 반도 안되는 돈 받고 회사 다닌다, 인센티브? 경영자 분 들아! 이제 제발 개발자들한테 인센티브라는 소리로 사기 그만쳐라. 대 박치면 잘 챙겨주겠다더니 어떻게 된게 그 돈이 실제 뼈빠지게 고생한 개발자한테는 안 돌아오고 위에 경영진들이 다 쳐먹냐? 게임 개발해서 대박쳤더니 얼마 안되는 연봉 올려주고 좀 있으면 회사에서 어떻게든 내 쫓아서 다른 애들로 갈아치워서 인센티브 안줄라고 궁리하는게 이 바 닥 현실이다. 언론은 게임 업계 밝다고만 떠들지 말고 이 바닥에서 일하 는 사람들의 애환을 좀 다뤄줘라. 대기업 생산직은 노조라도 있어서 큰 소리칠수라도 있지만 이 바닥 종사자들은 그런 조직들도 없어서 힘없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하는게 현실이다. 나랑 같이 일한 프로그래머 는 이런 현실이 싫다고 미국으로 떠났다. 나 그꼴 보면서 솔직히 엄청 부러웠다. 차라리 중국애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대우가 좋아서 요즘은 중국으로도 많이 간다. 뭐가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이 30대 중반이 다가오니까 이제 뭐해먹고 살까 고민중이다. 나이 먹 으면 나이많다고 쫓아내고 취직도 안 되는게 이바닥이다. 경력과 연륜 은 절대 인정 안 하고 오로지 싼 임금으로 굴릴 생각만 하는게 현실이 다. 그러니 자체 기술력 안 쌓인다. 정말 암담하고 답답하다.

art             그래픽디자이너로써 심히 공감합니다. 몇년을 개고생해서 게임 만들어 놨 떠니 윗놈들이 돈 다 챙겨먹었더군요.개발자들한텐 투자가 안들어온 다 니 돈이 없다느니하면서 조금만 더 고생하자느니..이러면서 월급 연 체시 킵니다.알고봤더니 지들은 챙겨먹을거 다 챙겨먹었더군요. 저희끼 리 하 는 이야기가있습니다.우린 개발자가 아니라 박봉의 노가다꾼이다 라고... 씁쓸한 현실이죠.

jjm18506             저역시도 같은업종에..종사하고있는입장으로써 그리고 들어온지 얼마안 되었지만 여기저기 들리는소리 그리고 회사내의 경력자분들 이야기듣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저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만 하는데..이건 어디까지나 꿈에 지나 지않다는걸 조금씩 느껴가고있습니다..특히 저같은 게임쪽에 종사하는분 들은..다들 어릴적 꿈때문에 얼마못받더라도..그꿈이 먼지..그것때문에 하루에도 12시간 이상 야근은 기본이고.휴일을 반납한채로 일하고 있습 니다..물론 게임산업자체가..아니 회사가 너무 많이 난립하다보니..깍이 는건 월급이요..느는건 근무시간이라...정말 대부분그러시진않겠지만 어 릴적 꿈때문에 일하시는분들을 이용하지는 말았으면합니다..에휴..다들 이민생각하고있던데..우리나라..도대체 어떻게될런지..전 그래서 말로먹 고사는사람들 특히 검사.변호사..의사는 조금낳지..아무튼 이런사람들 을 싫어합니다..젠장..엿같은 대한민국.

manward                   ^-^ 프로그래머라...맞아요.. 저 겜 프로그래머에요..이제 3년차 접어 들었지요.. 전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유저를 가진 게임 개발을 하고 있 는데요...월 백만원 적금들고 자취방 월세내믄 라면 먹구 살아요^^ 이게 현실이래요~~~ 후후.... 겜좀 많이 해줘요..ㅜ.ㅠ

한스                     쩝. 완벽하게 이해가 되고 저도 현재 외국계 기업에서 게임프로그래머로 근무하지만 야근하면 절대 야근 수당없습니다. 야근을 당연하게생각하 죠. 친구들은 반도체 업계 다니면서 한달에 80이 넘는 야근수당 챙기던 데 겜쪽은 정말 할맛이 안나네요. 남들은 유명한 외국계 다닌다고 좋아 하지만 실제로는 열악한 연봉, 복지에 눈물을 흘립니다. 아마 몇년뒤에 겜프로그래머들 대가 끊어 지지 않을까 걱정이... ㅡㅡ;;

-------------------------------------------- 끝 --------------------------------------------

나중에 신세한탄하는 사람이 안되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요..

ps 근데 저 글을 보니 쫌 암울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