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포츠] 독일보다 더 놀란 축구협   [경향신문 2004-12-22 18:09:00]



‘국대(마니아가 부르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약칭)’의 끝없는 부진으로 올시즌 축구계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그런 ‘엉망 분위기’에서 맞이한 올해 마지막 A매치 한국-독일전. 대한축구협회는 ‘전전반측(輾轉反側)’했다. 솔직히 승리는 꿈도 못꿨다. 대패할 경우 올해 축구판은 설상가상이라는 걱정만 앞설 뿐. ‘2점차로만 져도 괜찮을 텐데.’ ‘또 5-0으로 지면 어떡하지.’ 협회 직원들의 마음은 사실 똑같았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거꾸로 나왔다. 한국의 3-1 승. 낙승을 예상한 독일은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어언 100년 만에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패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런데 사실 더 놀란 쪽은 독일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 이원재 언론담당관은 “우리도 예상치 못한 승리에 정말 깜짝 놀랐다. 며칠이 지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담당관은 “본프레레 감독은 ‘네덜란드에 가서 자랑해야겠다. 독일대표팀 프로필이 나온 팜플렛을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기뻐했다”고 귀띔했다.


패했을 경우 엄청난 비난을 각오한 협회 직원들도 즐거운 세밑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A매치에 패하면 다음날 어김없이 협회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는 팬들의 원성으로 불이 나게 마련. 송기룡 협회 홍보국 차장은 “사실 마음 속으로 ‘아이고 이거 내일(독일전 다음날) 쇄도하는 항의전화를 어떻게 감당하나’하고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희한한 건 독일전 승리 다음날 항의전화는 물론 한통도 없었지만 축하전화 역시 한통도 없었다는 것. ‘팬들의 그런 반응이 좀 야속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무슨 말씀이냐”는 반응. 축하전화는 받지 않아도 좋으니 대표팀이 계속 잘 해서 ‘상소리 섞인’ 항의전화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한결같은 말.


독일전 승리는 협회 직원들에게는 기다려지는 연말 보너스 못지 않게 기쁜 선물이었던 셈이다.


〈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본프레레... 축구할때는 만세한번 안하더니 귀엽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