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비행시뮬레이션 모임의 자료글들을 봤습니다.

이런 글이 하나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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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공중전의 기초중의 기초....


A. 상황인식 (Situation Awareness)
조종사에게 있어서 상황인식이란 숨쉬고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상황인식이란 아군과 적군의 수, 위치, 현재의 전투의 진행양상, 유리한가 불리한가, 남은 연료와 무기, 속도, 고도등등 공중전에서 주변에 벌어지는 삶과 죽음에 관계되는 모든 문제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전투는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할만한 상황을 만든 상태에서 싸우는 것이 최선이다. 상황인식은 전투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판단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비단 전투중으로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비행시간을 통하여 상황인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황인식은 조종사의 생사를 가른다. 주변의 조건들을 파악하였으면 그 조건들을 가급적 유리하게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만약 어떤 조건이 아주 나쁜 상황인데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그때는 빨리 적기와의 전투를 중지하고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 불리하면 죽는다. 일단 전투를 벌이고 나서 기기묘묘한 기동술로 적기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뛰어난 기동술은 네가 아니면 내가 죽는 전투의 막바지 인파이팅 상황에서는 중요하지만, 뛰어난 조종사는 뛰어난 기동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변상황을 잘 파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다. 뛰어난 기동을 잘 하는 사람은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이지만, 불리한 상황을 기동술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황인식을 잘 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고 높은 전과를 올릴 수 있다.



적기를 격추하는 것은 한번에 한 대씩이다. 한 대씩 격추하면서 오래 살아남아서 높은 전과를 올리는 것이지, 한꺼번에 여러 대의 적기를 왕창 떨구어서 높은 전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타는 전투기는 마크로스가 아님을 명심하자. 역사상 최고의 격추 기록을 가진 에리히 하르트만은 1400번을 출격하여 그 중 적기와 800번을 만났고 그 중에서 352대의 적기를 격추하였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라면 이런 스코어가 극히 소극적인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에리히 하르트만의 위대한 업적은 그러한 신중함이 뒷받침되어 얻어진 것이다.
적기가 근처에 있다고 가서 싸울 생각부터 해서는 안된다. 상대 플레이어의 실력이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스스로 남들에게 죽여달라고 하기 위해 네트워크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다.


어떤 플레이어든 기본적으로 떠서 날아다니고 총쏘는 법은 알고서 적기를 죽이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죽어주는 적기는 없다. 온라인의 많은 적기들은 언뜻 보기에는 많은 먹이감으로 보이지만, 모두 적기를 격추하기 위해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여러분들과 같은 생각하는 인간들이다. 수십 대씩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겔러그 게임의 적들이 결코 아니다. 개중에는 물론 여러분보다도 못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플레이어가 없지 않겠지만, 일단 모든 상황은 상대방 플레이어가 언제든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입각하여 생각해야 한다.

한번 출격해서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일단 안전과 생존을 최우선 해야 한다. 그러면 살아남아 있는 동안 조금씩 격추기록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여러 대의 적기를 한입에 집어삼키겠다고 달려들면, 두세 대를 격추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여러분 역시 적기의 제물이 될 것이다. 특히 IL-2 온라인의 스코어 제도는 살아서 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것을 매우 중요하게 판정하므로, 생존은 점수 관리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다.

상황인식은 많은 조건과 판단해야 할 내용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심사숙고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직감적으로 그때그때 중점적으로 필요한 항목을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기억하라.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즉, 상황인식이란 인간의 타고난 오감에 더해지는 조종사만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종사는 이 상황인식능력을 어머니의 뱃속에서 가지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증가되어야 한다. 처음엔 어렵다 생각하더라도, 주변상황을 파악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머릿속에 저절로 전투에 대한 큰 그림이 차차 그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하여 상황인식능력이 높아지면 많은 정보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감각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총을 어떻게 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주변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부터 생각하여야 한다. 적을 볼 수 없으면 공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상 공중전에서 격추된 전투기들의 90%가 적을 구경도 못해보고 기습을 당해서 죽었다. 공중전을 정정당당한 기사들의 칼싸움으로 생각하지 말라. 먼저 발견하고, 달려가서, 적군 몰래 뒤에서 내리치는 것이다. 반대로, 적기가 나를 몰래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항상 철저히 감시를 해야 한다. 주변에 적기가 있건 없건, 적어도 10-20초마다 한번씩 위와 후방을 경계하라.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올바르고 객관적인 상황판단을 위해서, 항상 침착하고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한두번 죽기 시작하면 나를 죽인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흥분하기 쉽다.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아냥이나 여러 가지 불평, 심지어 욕설들도 심심치 않게 오간다. 하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흥분한다면 적에 대한 보복심이 앞서게 되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나가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고 무작정 적에게 달려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욱 더 파멸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시에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흥분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스스로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되면, 다른 방을 찾아가거나 아니면 플레이를 잠시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B. 에너지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에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가 있다. 위치 에너지는 중력이 만들어내는 잠재적인 에너지이고, 운동에너지는 속도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에너지는 언제나 서로 전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하늘로 향해 던진 돌이 땅에 떨어져 땅에 있는 유리를 박살냈다고 해보자. 돌이 손에서 떠나갈 때는 높이는 낮지만 높은 속도를 지닌다. 즉 위치에너지는 낮고 운동에너지는 높다. 돌이 위로 던져져 정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는 0이 되고 운동에너지는 모두가 위치에너지로 바뀌어있다. 이제 다시 돌이 떨어져서 유리를 깼을 때는, 하늘에 떠있는 돌의 위치에너지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유리를 깰만한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이다.



속도: 533km/h 고도: 361m
운동에너지: 높다 위치에너지: 낮다
속도: 160km/h 고도: 1505m
운동에너지: 낮다 위치에너지: 높다


위치에너지는 고도이고, 운동에너지는 속도이다. 그렇다면, 추력이 일정하다면 고도를 얻는 운동에서는 속도를 잃을 것이고 속도를 얻는 운동에서는 고도를 잃을 것이다. 조종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다. 고도의 공중전 기동들은 이렇게 에너지 변환에 의해서 고도의 기동능력을 창출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차원 기동(속도와 고도가 모두 변화하는 기동)시에 에너지의 총량이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수평기동은 어떨까? 수평기동은 에너지의 변환은 없고 급선회시에는 항력이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크게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보상해주는 위치에너지의 창출은 없다. 그런데, 에너지 상태가 낮아지면 그만큼 비행기의 기동 또한 둔해진다. 따라서 수평으로 열심히 급격한 선회를 하는 행동은 넓은 의미에서 그다지 바람직한 행동이 못된다. 수평선회를 실시하는 시간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대신 수직 성분을 많이 포함하는 다른 형태의 기동이나 팀 전술을 실행함으로써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공중전에 돌입할 때 낮은 에너지로 시작하기보다는 높은 에너지로 전투에 돌입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에너지를 어떻게 가질 것이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에너지의 원천은 추력이며, 그것을 기체에 저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즉, 위치에너지로 저장하든지, 운동에너지로 저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도를 높여놓던가 속도를 높여놓으면 된다. IL-2에 등장하는 기체들은 구형 기체의 경우에 기체의 부족한 추력과 에너지를 속도로 저장할 여지가 보다 적고 또 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비행기의 조작성이 떨어져 기동성이 오히려 둔화되므로, 적과 만나기 전에 가급적 높은 고도를 확보하는 것이 전투를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IL-2를 포함하여 대개의 AI들은 에너지를 전투에 그렇게 잘 활용하지 못하고 주로 선회나 특정한 전투기동술 위주로 전투비행을 펼친다. 때문에 AI들과의 전투만을 한다면 에너지의 중요성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싱글 미션이나 캠페인에서는 대개의 경우에 에너지 우세를 생각하지 않고 적기를 무작정 쫓아다니기만 해도 어느정도 공격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그 기체의 성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인간과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활용능력이 크게 중요시된다. 오프라인 비행에서는 기동성이 더 좋은 비행기가 유리한 경향이 많지만, 인간 대 인간의 싸움에서는 기동성이 좋은 비행기보다 속도가 빠르거나 상승력이 좋은 비행기들이 훨씬 유리하다. 그것은 속도가 빠르거나 고도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 내가 적기와 싸우고 싶을 때 싸우고 전투를 중지하고 싶을 때 중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보다 속도가 느리거나 고도가 낮다면, 적과 싸우고 싶어도 적이 원하지 않으면 싸울 수 없고 적과 싸우기 싫어도 적이 원하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 즉, 에너지가 우세한 사람이 전투의 주도권을 가진다. 전투의 주도권을 가진다면 유리할 때만 싸우고 불리할 때는 전투를 회피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공중전에서 매우 유리해지게 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적기쪽으로 마법처럼 기수를 향하는 화려한 기동술보다 에너지의 활용능력이 공중전의 승리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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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역시 저런것이어야 한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건 저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