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았던 것은 약 8년 전 중고 시장에서 2000원에 팔던 이스2스페셜 이었습니다.
만트라라는 회사에서 이스2 시리즈를 각색한 작품인 이 게임은 제작당시 무명이었던 이명진 씨가 일러스트를 맏았던 걸로 다소 유명하여서(뭐랄까...인기작가가 관여했었다는 인지도 측면이랄까..)꽤 큰 기대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게임에 몰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때의 감동은 요새 게임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무엇이 있었습니다.지금이야 어떻게 하면 더 인간 같고 더 현실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모든 역량이 쏟아부어지지만 그 당시까지의 게임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도트가 튀어도 게임 화면이 화려하지 않아도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죠.여담으로 얼마전 플레이 해보았던 화이널 환타지5는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들게 하더군요.지금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그 게임에서 뽑을 만한 것은 오로지 '음악'밖에 없습니다.그것도 간신히 미디를 벗어난 pcm음원인데도 사람의 마음을 어찌나 흔들어 놓던지...이와 유사하게 이스2를 플레이 할 때도 고전적인 게임이 갖는 '따스함'이 저를 자꾸 몰입하게 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요새 게임에서는 재미는 있지만 그런 익숙함과 따스함이 좀 부족한 듯 싶습니다.단지 처음 시작했던 게임 환경의 차이일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내요.

이스2 스페셜....들리는 이야기로는 극악의 던전 구성 때문에 길을 찾지 못하고 하도 해매서 세이브 파일까지 지워버리신 분들이 부지기수라고 들었습니다.물론..저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습니다.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 과거 이스2 안에 지도가 동봉되어있던 걸로 생각이 됩니다.그 때는 왜 이런걸 넣어 놓았을까 하고 생가했었는데,이 게임이 극악의 던전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제작진의 위협이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이 떠오르는 군요;;그 때 포기했던 그 게임 이스2를 얼마전 다시 구하게 되었습니다.팔콤에서 내놓은 리메이크 버전 이스2 이터널,이번에는 던전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군요.덕분에 처음으로 번드브레스 용암 지대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_-;;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음악이었습니다.예전 익숙하게 들었던 그 미디 음악들을 씨디 음원으로 다시 제작하니 몰입도가 한 층 더 커지더군요.지금은 이 음악들을 엠피로 변환하여 하루 종일 듣고 있습니다.자꾸 들으니 그 때의 감정들이 다시금 되새겨지는 군요.

게임이란 역시 영화나 소설과 다를바 없는 하나의 창작품입니다.이렇게 좋은 게임은 뭘 보거나 들어도 쉽사리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하니 말입니다.많은 분들이 게임의 '감동'에 대해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온라인 게임을 플레이 하는 요즘 시대에 이런 감정을 자꾸 잃어버리시는 분이 많겠지만 노가다로도 한 방의 득탬으로도 이런 감동을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