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글을 그대로 쓰고 조금 더 추가하고 수정한 것이지만...

 

아무튼 최근 007 스카이폴(이하 스카이폴)을 보고 왔습니다.

 

이번 스카이폴은 007 탄생 5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감독의 프로필을 좀 아시는 분이라면 또 놀랄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스카이폴의 제작을 위해 메가폰을 든 감독은 샘 멘데스라는 감독으로 여러 차례의 수상 경력이 있지만 이제까지의 감독 활동 중 단 한 번도 액션 영화를 찍은 적이 없는 양반이지요.

고로 멘데스 감독 최초의 액션 영화가 바로 스카이폴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썩어도 준치라고 007 시리즈인 만큼 당연히 전체적으로 액션이 강했지만 멘데스 감독이 주로 멜로와 드라마 위주로만 영화를 제작하던 양반이라 그런지...

이번 스카이폴은 액션도 아니고 멜로도 아닌 뭔가 좀 애매모호하고 철학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주 초점이 "퇴역 요원이 갖는 육체적, 정신적 한계와 고뇌"를 다룬 것 같아요.

그래도 영상미는 있어서 볼 만은 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을 맡은 것도 벌써 몇 해가 지났는데, 카지노 로얄이나 퀀텀 오브 솔러스 등에서 보여준 다니엘의 간지와 연기력을 믿고 보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커버가 되지 않을 정도의 단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주로 영화의 경우 대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액션 영화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주인공이 다재다능한 전설적인 특수요원이라면 악당도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났어야 하는데 뭔가 좀 어설펐습니다.

악역인 실바의 연기는 뭔가 2% 부족한 조커를 보는 느낌... 그래서 악역이라고 하기엔 뭔가 너무 식상하고 제대로 된 연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초반부터 007과 다퉜던 패트리스라는 친구가 끝까지 라이벌 구도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그러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가장 큰 단점은 007 특유의 매력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애초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 자체가 영국의 첩보기관인 MI6의 전설적인 요원이나 코드네임이니 주인공이 암만 바껴도 007이라는 코드네임이나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지만...

007 살인번호부터 지금까지 시청한 본드 시리즈의 광팬으로서 묘미라고 부를 수 있는 "이색 무기 컬렉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후반에 본드카가 나왔을 때에는 기대도 해봤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비유를 하나 들자면 역대 007 시리즈의 무기(본드카 포함)들은 화려한 색채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었다가 이번 스카이폴의 무기들은 심플하고 간결한 추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극히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느낌이지만 그게 너무 단조로워서 식상하다고 느껴질 정도... Q 너 이 자식... 무기전문가라고 떠들기만 하더니 이딴 거나 만드냐!!!!! 심지어 그게 오래가지도 않아!!!

 

이번 007은 액션적인 요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주 초점인 "퇴역을 앞둔 요원의 고뇌"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제법 볼 만 했지만 본인처럼 뭔가 007 시리즈 특유의 이색 무기 등장에 기대감을 갖고 보시려고 하는 분들이라면 생각을 한 번 더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위에도 썼듯이 영상미가 있으니 재미는 있지만 보는 내내 2% 부족한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또 색다른 점은 기존의 007 시리즈의 본드가 어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먼치킨 캐릭터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스카이폴의 본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건 좀 색다르네요. 어쩌면 감독이 의도한 것은 이거였을지도... 아! OST는 참 좋습니다. 엠넷에서 다운받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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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군수무역자 루즈베라트 입니다.

해치지 않아요. 대신 아프게 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