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카테고리를 추천으로 선택했지만 책의 내용을 추천하는것은 결코 아니며,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순수하게 '가장 재미있게, 빨리, 졸음도 참아가며 봤다'는 점에서 입니다.

또한 본문은 이 책이 이래서 좋다, 저래서 아쉽다라는 내용은 거의 없으며, 이 책을 통해 사사로이 느낀 생각을 적은 독후감에

더 가깝습니다. 결코 정보전달이 목적이 아님을 알려둡니다^^


표지는 네이버에서 '캐논, 대담한 개혁'으로 검색하시면 시시한 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캐논전자의 사장으로 부임한 '망해가는 회사 살리는 전문가'인 [사카마키 히사시]씨가 거친 숨결로 써놓은 듯한 책으로
관리자의 입장에서 회사 - 특히 덩치가 제법 되는 제조업 - 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이 어려운 경쟁사회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가를 서술했습니다.

여기서 사카마키 사장은 기술의 개발이나 원가의 절감, 마케팅 등을 개선한 것이 아닌 '회사생활' 그 자체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과격하게 줄이는 스킬로 캐논전자(주로 캐논복사기를 제조)의 순이익을 5년만에 8배로 만들었습니다.

몇 가지 네타를 해드리자면

- 회사에서 의자를 없애라
- PC로 노는 놈들을 조져라
- 사원의 자주성을 키워라

정도가 인상깊은 내용이었습니다.

회의실의 의자를 없애 입식회의로 전환하면서, 캐논전자는 불필요하게 이틀동안이나 졸면서 진행하던 회의시간이
1/4로 단축되었고, 회의 빈도수 역시 1/2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곳곳에 화이트보드를 두어(물론 의자는 없습니다)
인스턴스하면서 정말로 필요한, 짧고 좋은 회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사장실 전무실에도 물론 의자가
없습니다(손님 접대용은 제외).

본문에서는 '의자가 없어지고나서 고질병이었던 요통이 사라졌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등의 골때리는 자찬멘트도
쉴새없이 나와 코메디책인가도 했지만 뭐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므로 제조회사에서 의자를
없앴다는 과격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좋았나 봅니다.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있는 저는 매일 아침에 30분 가량의 간단한 회의를 하는데, 그곳의 의자와 테이
블을 없애고 스탠드바나 하나 갖다놔서 커피나 차라도 마시며 서서 회의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노친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하나 역설했던 내용은 직원들이 PC로 하는 업무시간의 50% 이상을 노는데 써버린다! 고 분개하던 부분입니다.
그 중에는 그야말로 놀고싶어서 메신저를 하거나 노가리 이메일, 주식사이트, 포르노!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과
PC를 사용하는 룰을 어떻게 해야한다.. 라는 식의 군대 연대장같은 발상으로 서술한 부분도 있지만, 눈에 띄던 내용
중 하나는 최우수 여사원으로 뽑힌 직원의 PC사용을 체크해보니 무려 90%를 노는데 사용한 것을 알아내고 어이없
어 하던 부분입니다. 분명 그 직원은 일을 잘하며 자신의 업무량을 10%의 근무시간만으로 모두 마치고 나머지는 놀
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직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상사에 대한 징계가 이어졌구요..ㅋㅋ

마지막으로는 사원의 자주성을 살려주라...라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의식. 이것은 한낱 PC방 알바를 해
도, 큰 회사의 사원으로 입사를 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참 만들어내기 어려운것이 주인
의식이기도 하구요. 저도 한 회사를 5년넘게 다니고 있고, 회사 내에서도 꽤 고참(?)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인 의식의
완성을 100%로 본다면 한 13%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때때로 적극적으로 주인의식 성장모드라고 설정하고 다녀도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금새 버프가 풀려버리곤 합니다^^

이 책에서는, 또한 모든 관리자가 마찬가지겠지만, '주인의식을 가져라'라고 12390128743710294번 이야기해봐야
본인이 주인이 아닌이상 마음먹은 것 하나만으로 주인의식을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좋은 상사는 의식적
인 적절한 밀고 당기기를 통하여 피고용자로 하여금 스스로 조금씩 주인의식을 가지게 하는 방법에 대해 몇가지 예를
들고 있습니다.

세월은 흘러가고, 사람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고 다른 위치로 옮겨가는 만큼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두 가지 모습의 상사를 연상할 수 있는데,

1) 내가 다 겪어봤고 알고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해라. 주인의식을 가져라. 왜 이런 실수를 하나! - 라는 걱정남씨
2) 알아서들 다 잘 할거야, 인사과 일당백 서무계 제대해도 다 잘 돌아가. 노파심이야~ - 라는 대인배씨

제 생각으로 둘 다 정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1번 걱정남씨는 모두들 알고계시는 피곤한 상사 타입입니다. 실제로
직원들보다 몇 배의 능력을 가졌고, 구구절절 다 옳은말이어도 직원들에게 정착되는 계시는 매우 적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도 스스로 준비가 되어 주인의식을 가지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로 승진
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구요. 허나 그 정착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더 훌륭한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번 대인배씨 같은 케이스도 적지 않습니다. 주변에 이런 상사들도 꽤 있지요? 헌데 이건 믿음보다는 무의식, 혹
은 의식적인 반 포기 상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능글맞게 생각해보면, 해당 직종에서의 더 많은 경험
, 인생에서의 더 많은 경험(많다고 가정)을 통해 경험치가 자기보다 확실히 떨어져 보이는 상대를 잘 구워 삶아서
서로에게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것이 더 좋을 겁니다.

전 작은 회사의 작은 팀에서 적은 수의 상사와 적은 수의 후임자들과 함께 일해오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불현
듯 돌이켜보면 저의 경우 부하직원으로써 상사에게 어떻게 판단되고 있을지는, 경험치 높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없으니 잘 모르겠고(만약 알 수 있다면 이미 상사보다 경험치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후임자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2번 케이스입니다. 물론 대인배는 아니지만 ㅋ. ㅇ..ㅇ

아무튼 전 그런식으로 몇 년을 보내왔고, 그중엔 잘 적응하면서 성장해가는 팀원들도 있었지만, 중에는 주인의식을
가지기도 전에 과도한 업무량과 책임감에 목이 차올라 떨어져 나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딱히 저에게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갈구지 않았으니까 !!), 그 친구의 한계가 여기까지다. 냅둬도 알아서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뮝미? 라고만 생각하고 곧바로 잊어버렸습니다. 사람은 이런 스타일도 있고, 1번과 같이
구구절절 챙기고 화내고 갈구고 하며 자신의 컨트롤하에 두려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2류인 듯 합니다. 왜냐면 위 두 스타일은 또다시 부하직원의 스타일과 잘 맞아야만 성공하기 때문입니다.

1번상사의 경우라면, 성실하고 가르쳐주면 매우 잘하며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부하직원과 매치가 좋습니다.
2번상사의 경우라면, 시시콜콜한 지시는 싫어하나 방향만 잡아주면 자기 스타일대로 알아서 잘 하는 부하직원과 좋구요

허나 반대의 경우라면, 그야말로 고용인 vs 피고용인의 관계(돈주고 돈받고, 일해주고 일받는)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굳이 평생을 함께 할 직장(일단 퇴직하려고 입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에서 만날 필요가 없는 관계죠.

더 좋은 상사는, (부하직원보다) 더 많은 인생, 업종의 경험 노하우를 통해 상대를 항문을 살살 간지럽히면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표현이 생각이 안나서요-ㅅ-;) 이런 사람은 부하직원을 우쭐거리게 하지도 않고
좌절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직장에서 자기의 보스, 혹은 자기의 크루(crew)들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이로 인해 단 한 번의 인생이 크게 결정되니까요. 이 관계를 중히 여기고, 모자란다면 개선
을, 충분하다면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지 혹은 본능적으로 찾아내던지 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왠지 이 책 보고 들었습니다 ㅋㅋ 그래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