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술마시는 일은 행복하다.



<조제,호랑이,그리고 물고기> 와 <워터보이즈> 두 편으로
멜로와 코믹 일본영화의 양대 산맥을 휘어잡은 츠마부키 사토시. (내가 한국에서 보자니 그런 이미지)
그를 앞세운 영화가 또 한편 개봉했다.
<식스틴 나인>도 극장에서 봤으니, 나는 의외로 이 배우의 영화를 네번째나 보는 셈.

영화 팜플렛을 봤는데도 극장에 들어서며 비로소 '그러고 보니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잖아'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팜플렛에서 하는 말처럼 8명의 캐릭터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하나로 모아서 무슨 영화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결론을 내자면 '밤새워 술을 마시는 일은 행복하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이사를 한 친구의 집들이에 찾아간 츠마부키 일행 세명과 기다리고 있던 친구 네명,
그리고 이들과 관계있는 주변인물 두명과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한명. 그리고 별 접합점 없는 여고생 한명.
어라 어디까지가 주인공인 거야. 그래도 결론은 밤새워서 술을 마시다 보니 그대로 잠들어 있었을
별별일들이 다들 진행되면서 희망찬 아침을 맞는다는 건전 음주 권장 스토리.

평생을 술과 함께 보내신 분들이 보시기엔 가소롭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대학교 다닐 당시에는
친구들 후배들과 어울려 밤새워 술을 마시고 아침을 맞아 해장국 감자탕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꽉찬 일상으로 느껴졌던지. 긴 하루가 지나고, 마치 덤 같은 기나긴 밤까지 보내고 나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과 많은 주접들이 재산처럼 뿌듯하게 느껴졌었다.

영화 중의 주인공들이 받는 보상도 이와 같은 것이다. 술 마시는 밤이 지나도 사람 사이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일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처럼 소중한 일이 어디 있으랴! 술마시는 이들 외에도 사고를 당해
벽틈에 낀 마작집 종업원도, 좌초한 고래를 지켜보던 여고생도,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면 경험치 못했을
소중한 인생의 한 장을 얻게 된 것이다.

남들이 대부분 자고 있기에 왠지 세상을 독점했었던 것 같은 뿌듯함, 이 영화는 그것을 예찬하고 있다.
온세계의 밤샘 음주인들이여 같이 뿌듯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