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천년간 많은 위대한 발명이 있었다. 바퀴, 안장, 종이, 인쇄술, 다이너마이트, 페니실린, 전구, 컴퓨터, 무선통신, 인터넷, 줄기세포 복제...

그러한 발명이 인간의 세상과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발명을 해낸 많은 사람들이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쥐거나, 혹은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이런 발명을 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고, 반대로 발명이란 소수 특별한 천재적인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에디슨의 말처럼 발명은 천재적인 영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도 하니 천재 혹은 엄청난 노력가... 어쨌든 비범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발명을 하는데 어떠한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방법론과 원리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러한 발명의 방법론은 실제로 존재하며, 산업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것의 이름은 TRIZ 라고 한다.


트리즈는 러시아의 겐리히 알츠슐러라는 사람에 의해 세워진 발명에 대한 방법론이다. 알츠슐러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어렸을때부터 발명으로 상을 타기도 하는 등 천재성을 나타낸 인물이었다. 그가 해군에서 일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 특허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특허나 발명에는 몇가지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어떠한 문제가 생기게 하는 것은 '모순' 으로 정의되며, 그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순을 일으키는 요소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 분리의 방법은 3가지 방법, 즉 시간적 분리, 공간적 분리, 전체와 부분의 분리등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있다.

알츠슐러는 단순한 상상력이나 이론적 추측, 몇가지 실험에 의거하여 이러한 방법론을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소련의 특허청에 등록된 약 20만건에 달하는 특허를 단순한 발명부터 아주 우연한 방법이 아니면 찾아내기 어려운 방법으로 분류하고, 그중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발명특허들을 쭉 분류하면서 그러한 발명의 바탕이 된 방법론을 추출하고 일반화한 것이다. 이것을 TRIZ 라고 하고, 40가지의 발명 원리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해결책들은 효과가 강력하여 소비에트 연방의 발명대회에서 두번 연속으로 그랑프리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알츠슐러는 소련의 교육체제가 인간의 창의적 사고능력을 발전시키는데에 부족하고, TRIZ를 교육체계에 채택할 것을 요청하는 '소비에트 연방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제언' 이란 편지를 스탈린에게 보냈다. 2년 후에 알츠슐러는 KGB 에게 체포되어 1년간의 고문, 25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로 가게 되었다

그 수용소에는 많은 학자, 예술가, 지식인들이 사상범, 정치범으로 갇혀있었다. 혼자 나이가 어렸던 알츠슐러는 이곳을 1인대학이라고 명명하고 이 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대학교육을 받으면서 트리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이론의 세세한 부분을 완성하게 된다.

스탈린의 사망후 알츠슐러가 석방되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평생 자식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낙담때문에 자살하게 된 어머니의 무덤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알츠슐러는 이후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트리즈를 아무런 댓가없이 누구에게나 쓸 수 있게 하도록 결심한다.


알츠슐러는 그 후 제자를 받아들여서 제자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계속하게 되고, 계속 해를 거쳐서 발전하게 되었다. 알츠슐러는 노환에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등으로 인해 98년 사망하게 되었고, 사망하기 전 자신의 제자 60명에게 트리즈 마스터 자격을 부여하였다. 현재는 그의 수제자 니콜라이 코멘코에 의해 트리즈를 인간의 일상생활에 대한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한 일반적 이론으로 발전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안에는 위에서 언급된 모순과 분리에 대한 각종 사례와 40가지 발명원리, 그리고 표준해와 아리즈등 그 외의 알츠슐러가 고안한 개념들이 등장한다. 이책의 지은이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에 트리즈를 도입하고 널리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일상 업무현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늘 창의적인 지적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창의적인 발상은 '생각의 관성'을 깨뜨리는 데에서 출발하게 된다고 한다. 생각의 관성은 다름 아닌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적응하는 데에 늘 창의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매순간 매사에 제로베이스적으로 처음부터 생각하려면 아마 머리가 어지러워서 편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 순간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은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 해낼 수 있게 된다.

이 책 안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실제 특허로 출원되어 알려진 것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은 공학에 관련된 것들이라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엔 상당히 난해한 내용들도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발명이란 것이 복잡한 사전지식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사전지식이라는 생각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창의적 요소의 적용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적 도전정신이 충분한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음미할만한 소재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책을 접한 이후로 직원들에게 꼭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직원 워크샵에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출판사로부터 단체로 구입을 해서 직원들에게 한권씩 공부거리로 나눠주었다. 난해한 공학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도 많이 들어있어서 직원들은 공부를 하면서 대체로 '어렵지만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왔던 이벤트 하나.

imc에서 트리즈 책을 단체 주문하자 출판사의 담당자가 '웬 게임회사에서 이런 책을 수십권씩 사가는가?' 라는 궁금증이 들어 저자 김효준 선생님께 알리고, 책을 배달할 겸 직접 저자 선생님과 함께 워크샵을 했던 파주로 찾아오셨었다. 마침 휴가를 받아서 집에서 쉬고 계시던 선생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필자의 부탁에 의해 imc의 직원을 대상으로 즉석 강의를 해주셨었다.

즉석 강의의 논지는 '저자 본인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적당히 어려우면서도, 세련되게 어려워야 한다. 세련되게 어렵기 위해서는 난이도라는 것을 단순한 노가다만으로 조절하지 말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뭔가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보람이 중요하다. 그러한 문제를 잘 만들어내려면 트리즈에서 얘기하는 모순의 개념을 활용하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러한 모순을 시간에 의한 분리, 공간에 의한 분리, 등의 분리를 하도록 유도하면 재미있는 과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점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문제해결 (주로 엔진 최적화, 데이타 제작의 간소화)의 입장에서 트리즈를 공부하고자 소개한 것인데, 게임 기획 자체에도 트리즈가 응용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얻게된 귀한 경험이었다.

이 책을 무협지에 비해 말한다면, 진정한 무림비급이라고 말하고 싶다. 익히고 접하기에 난해한 요소가 많지만 끈기있게 수련한다면 분명히 여러분의 지적능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책 내용에 비해 두서없는 독후감이 되었지만 (사실 필자의 능력과 짧은 접한 시간으로 이 책에 대한 충분한 리뷰를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지적 능력을 배가시키기를 갈망하는 유망한 도전자들에게는 이 책을 소개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효준 선생님은 트리즈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트리즈 아카데미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http://www.trizacademy.net


마지막으로 인류의 위대한 지적유산을 남긴 알츠슐러 선생님과,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느라 수고하신 김효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