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속을 싫어한다.

좋은 약속이건 좋지 않은 약속이건, 약속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약속을 하지 않고 싶어한다.

특히 싫은 것은 시간 잡아놓고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이다.

가장 싫었던 케이스라면 고소를 당해서 '몇월 며칠 몇시에 경찰서 (or 검찰청)으로 오시오' 같은 케이스다.

여행을 갈 때도 계획을 철저히 세워서 예약을 다 해놓고 가는 경우는 없다. 그냥 어느날 문득 날씨가 좋아서

차를 몰고 나갔더니 어느새 남해 외도에서 꽃밭을 감상하고 있더라.. 라는 식의 무계획한 여행을 좋아한다.

옛날에 텔레비젼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던 이유도, 좋아하는 프로를 보려면 그 시간에 나를 맞춰야 하기 때문

인 이유가 다분했다.

동호회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도 며칠 전부터 통보받고 시간 비워놓고 하는건 싫어한다.

오히려 심심한데 뭐 없나 하고 투숙동이나 기타 게시판 보다가 어 조금 있으면 바로 어디서 열리잖아? 하면

곧바로 가는 식이다.


여자친구를 만날 때도, 며칠 전에 어디서 무슨 티켓을 예매해놓았으니 그날 가자 라고 하면 한번에 '오우'

하는 대답이 나오기보다는 한참 생각후에 '응' 하고 나오는 식이다. 대신 갑자기 '나 어딘데 어디로 나와'

하는 식이면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 하고 금방 나가는 식이다.


이런식의 즉흥적이고 사전계획을 싫어하는 습성이,

시간에 자신이 지배받기보다는, 자신이 시간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본능때문인 것이라면 지나친 자기합리 미화일려나?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