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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왕이 아니고 그럼 신이라고? No way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족'이란 것이 실제론 '만족'을 의미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옛날을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게임을 좋아했을 때에는, 부모님이 내가 오락실에 가는 것을 통제

하시려고 했을때나, 신작게임이 나와도 값비싼 롬팩을 사야 했지만 돈이 부족했을 때였다.

전통적인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크게 2가지였는데, 첫번째는 슈퍼패미콤용

롬팩을 디스크로 복제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패왕이라는 대만산 복사기기였고, 두번째는

아예 게임을 인터넷에서 받아 내 컴퓨터에서 에뮬레이션 해서 즐길 수 있게 해준 마메와 칼루스였다

게임 자체가 옛날 게임이니까 그런 것도 있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돈이건 시간이건 아무

걱정없이 게임을 원없이 즐길 수 있게 되고 나니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상품에 대해선 '만족'이란 관심의 종료를 의미한다. 아니 상품이 아니라 인간관계

에서도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고객의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이 서비스 제공자와 마케터의 목표라면, 고객의 만족은 서비스의 종료를

의미한다. 이것은 대다수의 MMORPG 를 서비스하는 운영자와 개발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고객은 만족을 원하지만, 고객을 만족시켜선 안된다.' 라는 모순때문에 종종 잘못된 길로 빠지기도 한다.

레벨업과 아이템 획득만을 고객만족으로 여기는 고객의 의견을 충실히 수용하여 충족시킨 결과는

사용자 감소라는 의외의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MMO 게임에서 유저가 '1차적으로' 원하는 바 - 사냥터 독식, 렙업, 아이템 - 등을

모두 충실히 충족한 경우와 가장 비슷한 케이스를 찾는다면 아마 '프리서버' 내지는 '패키지 게임'이 될

것이다. 둘 다 유저가 바라긴 하되, 막상 그렇게 되면 좋아하지 않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면 퍼블리셔건 개발사건 고객의 의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초반에는

더욱 그렇다.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이미지도 중요하고, 실제로 다음 업데이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에는 수많은 제각각의 방향이 뒤섞여있다. 렙업이

늦다. 득템하는 맛이 없다. 사냥터가 부족하다. 보스가 너무 세다. 솔로 플레이어는 갈 데가 없다. 등등..


그런 의견중에는 정말 귀담아 듣고 다음에 바로 적용해야 하는 사항들도 있지만 그 말대로만 따라가면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되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 한편 고객의 입장에서는 게임의 장기적 발전까지 충분히

고려해가면서 심사숙고해서 조언을 주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외부에서 '일단 고객이 만족을 해야 우리가 상용화도 하고 매출도 날 것이 아니냐? 고객만족은

모든 서비스의 기본이라는 가장 간단한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라는 얘기를 듣고 1차적인 고객만족을

추구하게 되면 게임은 더욱 더 병들게 되고, '진정한' 고객만족은 더욱 더 요원해진다...




이 책에서는 고객의 만족을 목표로 서비스할 것이 아니라 고객을 TEASE 할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구상할 것을 제안한다. TEASE가 무엇인지는 위 링크의 서평에서도 간단히 요약되어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이 책을 보고 난 소감은 '때로는 뭔가 상식과 틀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몰랐었는데, TEASE가 그것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라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유저는 만족할 줄은 모른다' 라는 것은 사실은 불평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가지 두려워진 점은... MMORPG 개발 서비스 회사를 하는 이상 앞으로 어떤 식의 일을 하건

욕을 먹을 일은 없어지진 않겠구나 라는 점.



참고로 사무실에서 어떤 GE 유저분이 보내주신 장문의 편지 (e-mail 말고) 를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집에서 타이핑을 하고 있는 지금 전체 내용이 기억은 안 나지만... 위의 내용처럼 이사람 저사람 다

만족시키려고 하지 말고 애초 생각했던 방향대로 꼭 밀고 나가시라는 격려의 편지였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편지를 보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