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잘 정의되지 않은 용어와 주제에 대해 잘 정리되지 않은 형태의 과도기적인 정리이므로 그냥 참고만 해주시기 바라며, 용어나 개념 자체에 대한 비판은 패스하겠습니다. 대신 실제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 의견 바랍니다. -


조직의 생존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전략들은 방향의 차원과 자원 활용의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방향에 있어서는 아이템을 세부 장르로 분화해나갈 것인가? 아니면 장르간 융합을 꾀할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해볼 수 있고, 자원의 운용을 다각화 할 것인가, 아니면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온라인 게임계를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크게 성공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원했건 아니건 대부분 집중의 결과물이다. 많은 회사들이 한 개, 많아야 두개정도의 프로젝트를 상업적으로 성공시켜 궤도에 올려놓고 나서 다른 장르들로 다각화를 노려보지만 그 다각화의 결과물이 제각기 성공을 거두기보다는 메인 프로젝트에 대해 내부의 힘을 집중시킨 것들이 대부분 더 많은 과실을 얻게 해주었다.

1) mmo 의 초창기 선두 주자였던 회사가 캐쥬얼 게임의 자체 개발이나 퍼블리싱에서 번번이 실패를 경험한 사례
2) mmo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캐쥬얼 게임으로 본업이 옮겨간 회사가 다시 mmo 로 라인을 확장하려다 실패한 사례
3) 2.5d mmo 라는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한 회사가 3d mmo에서는 실패하고 다시 원래 프로젝트의 업데이트를 통해서 회복을 꾀하는 예
4) 패키지 게임 유통으로 업계 선두를 달려온 회사가 온라인 게임 제작&유통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예
등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한가지 이유로는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 & 로라 리스가 Focus(번역서명:경영 불변의 법칙) 에서 지적한 탈집중화를 생각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은 제품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서비스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회사 == 서비스라는 강한 브랜드 정체성이 생겨나게 된다. 품질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어떤 회사 하면 어떤 게임(혹은 어떤 장르, 어떤 이미지)이 연상되는 것이다. 다른 예이지만 옛날에 간장을 만들던 회사에서 캔커피가 출시된 적이 있는데, 캔커피 자체의 품질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 커피를 볼 때마다 짠맛이 연상되곤 한 적이 있다. 얼마되지 않아 그 브랜드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존의 쌓아놓은 노우하우와 경험이 새로운 장르에서는 (크게는 같은 온라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는 기존의 엔진을 활용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거나 하여 새로운 엔진을 도입하면서 생긴 시행 착오를 극복하지 못한 것등이 있고, 기획적으로는 유저의 요구사항의 다름을 간파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캐쥬얼 게임을 즐기는 저연령 유저와 mmo 게임을 즐기는 중장년층 유저의 플레이 성향이나 추구하는 바의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회사의 규모나 기존 프로젝트의 성공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시장에서는 기존의 선점자에 비해 우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전술 전략상의 오판을 빚어내게 된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브랜드, 기술, 기획에서의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다각화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시키고 때로는 조직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인접 분야에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 시장 자체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것은 넓은 스펙트럼에서 진화의 방향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다.

진화의 방향이라는 관점에서는 융합이냐 분화냐 라는 문제로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진화론에선 오로지 분화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무의 가지가 끝으로 갈 수록 갈라지기만 하지 가지가 붙는 모양으로 나오지는 않는 것처럼, 생명도 제품도 분화라는 과정을 걸쳐서 진화를 하는 결과를 보여왔고, 융합이라는 과정은 끝없는 실패의 반복이었던 것을 역시 리스 & 리스 의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융합과 분화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정확하게 반대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슷해보여서 혼동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얼터너티브 락은 락음악과 다른 장르의 음악이 융합된 퓨전 장르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락 음악이 하나의 새로운 갈래로 분화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일관되게 분화라는 관점에서 해석은 가능하다. 융합은 기존에 전혀 없었던 것이 어느날 그야말로 융합을 통해 전혀 다른 형태로 창조되는 경우라고 하면, 분화는 진화 그 자체에 가깝게 조금씩 점진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형질을 받아들이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분화라는 관점과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제작자들은 참신한 아이템를 찾는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장르를 융합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을 시도하였다. 온라인 게임계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FPS 와 MMO 혹은 MO 를 융합시키는 것이었는데 모두 상업적인 성공과 거리가 멀었다. 콘솔게임의 액션성과 MMO 의 커뮤니티성을 혼합시키려는 시도 또한 비슷하게 대중적인 성공을 이뤄내지 못했는데 이는 점진적인 분화가 아닌 인위적인 융합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다각화가 분화와 혼동되기 쉽고, 융합과 집중이 혼동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둘 사이에 절대적인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결정을 하기 전에 그 결정의 근본적인 이유가 진화론적으로 혹은 전술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그 실행의 디테일에 있어서 점검해볼 요소들이 더 잘 보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밑바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의 새로운 요소의 도입은 분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예를 들어 FPS 게임에 새로운 모드가 추가되는 경우는 그 분화의 성공 실패 여부가 즉각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분화로 볼 수 있다. 또한 점진적인 버전업을 통해 지속적인 진화를 하게 되고, 분화의 힘이 강할 수록 그 완성도와 적응력이 높아지게 된다. 유저 제작이라는 시스템은 그러한 분화의 힘을 강화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