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3

처음에 ps2 용으로 샀다가 xbox 를 산 이후에 다시 xbox 용까지 다시 사버렸다.

최근 나온 게임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페이블을 하려고 xbox 를 사서 번아웃만

하고 있다.

번아웃은 그 기획과 발상, 발전과정이 게임 기획과 제작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

잘 알겠지만 근래의 레이싱 게임은 유명한 실제차를 직접 등장시키는 것이

커다란 대세이다. 레이싱 게임은 격투게임과 함께 3d 그래픽스와 함께 발전해온

장르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릿지레이서류의 액션성을 중시하면서 3d 그래픽스의

멋을 살리는 것이 주된 목표였었다.

그러다가 그란투리스모로 대표되는 리얼리즘 추구형 레이싱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제작사들의 출혈경쟁이 시작되었다. 레이싱 게임에서 실제 유명한

슈퍼카, 즉 페라리를 비롯한 porsche, bmw, benz 등의 차들이나 고성능차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심히 허전해지는 경향이 지속되어 온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로

부터 라이센스를 따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닐 뿐더러, 라이센스를 따고나면 메이커

들의 요청에 따라 차의 모델링등의 퀄리티가 어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감수과정

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레이싱 게임은 어느새 소형 개발사는 손대기 어려운 장르

로 가버린 것이다. 근래 나온 레이싱 게임중에 그러한 한계점때문에 유명한 자동차

들을 살짝 로고와 모양을 고친 차들을 등장시키는 편법을 써가면서 나온 게임도

있지만, 자동차매니아들의 눈에는 만족스러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번아웃의 등장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유명한 실차

라이센스와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기존의 대형 레이싱 게임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대신, 다른 컨셉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안전운전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위험운전을 유도하는 게임, 얼마나 차를 잘 피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큰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느냐를 테스트하는 게임이라는 참신한 컨셉은 '리마커블' 그 자체가 아닌가?

그렇다고 리마커블한 아이디어 하나가 게임 전체를 먹여살린 것은 아니다. 리마커블

한 아이디어는 적절한 활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뿐이고, 실제 호평받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완성도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것은 레이싱 게임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속도감' 을

추구한 그들의 방법이다. 플레이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부스트를 쓰기 시작하면

시야각도에 변화가 생긴다. 시야각도가 늘어나게 되면 더 큰 속도감과 함께, 더 멀리

서부터 오는 차들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극한의 고속 상태에서도 차를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물론 이러한 늘어난 시야각도는 느린 속도나 멈춰있을 때의 평상시에는

어색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부스트를 쓰는 타이밍에 맞춰서 적절한 사운드와 함께 늘어나고

줄어드는 처리를 한것이 매우 자연스럽다.

사운드 효과도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차는 투스카니 2.0 에 가레트 gt-30 터빈을

달아 300 마력으로 튜닝한 차인데, 3500rpm 을 넘길때마다 부스트가 터지면서 흡기음과

터빈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마력이 수직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느낌을 게임에서도

받은 것은 번아웃이 최초였다. 번아웃의 제작진들은 다들 터보차 한대씩 몰고 다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강한 추측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 게임이 강한 motivate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은 Risk = Reward 라는 본질을

레이싱 액션게임에 맞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역주행과 near miss 를 통해서 boost 를 채운다는

개념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motivate 의 선순환을 체험하게 한다는

확실한 포인트를 만들어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3 편에서 EA Games 와 공동개발하게 되면서 대폭 업그레이드된 점인 배경음악과

DJ 의 존재감도 번아웃을 매우 유니크한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이니셜디 시리즈

못지 않은 레이싱의 흥을 더해줄 수 있는 배경음악이 주크박스식으로 계속 나오는 것과

DJ 의 걸쭉한 입담은 약간 느끼하긴 하지만 꽤 게임과 잘 어울린다.

지금까지 칭찬만 썼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제 번아웃 시리즈도 인기 시리즈가 되었고

대형 제작사인 EA Games 의 힘을 얻게 되었으니 실제 유명차를 등장시켰으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이벤트를 깨서 새로운 차를 얻어도 최고속과 무게와 모양만 좀 다른 정도여서

차를 모은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2 에서 느꼈던 그 만족감에

비하면 많이 허전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차들이 형편없이 부서지는 게임에 자동차 제작사에서

선뜻 라이센스를 내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리하자면,

1. 언제나 후발주자는 정면대결을 삼가해야 한다
2. 리마커블 한 아이디어로 우회공략한다.
3. 리마커블한 아이디어는 몇십초 내에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4. Risk=Reward 라는 Motivate 공식은 언제나 유효하다
5. 여건이 되면 그때부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외적인 요소를 채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