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떤 작은 게임 개발 팀의 팀장이건, 대기업의 회장이건 누군가를 리드해야하는 입장에 있다면 행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바로 '실행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서점에 가서 산 책중에 Execution Focus 라는 책의 번역서가 있었다. 그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대부분의 많은 조직은 리더들이 충분히 훌륭한 전략과 전술을 알고 있다.

   2. 그런 전략들이 모두 구체적으로 실행되었다면 이론상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3. 그 원인을 수많은 조사를 통해 분석한 바로는 전략이나 전술이 문제였다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실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조직의 리더들은 실행력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여야 한다.

   5. 실행력의 주요한 요소들은 어떤 전략이나 임무를 팀원이나 담당자에게 위임을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도한대로 결과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6.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따금씩 팀원들과 만나서 '잘되고 있나?' 같은 추상적이고 의미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일의 정곡을 찌르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7. 상황에 맞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 질문에 대해 기대 이하의 답이 나왔다면 반드시 그 이유를 후벼파서 캐내야 한다

그냥 위에 쓴 것처럼 읽어보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얘기겠지만, 나 스스로도 위와같은 원칙에 입각하여 비교할때 현재 개발팀에서 돌아가고 있는 작업들을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많았던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며칠 후에 산 고무로 테츠야의 'What comes next?' 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다. 참고로 고무로 테츠야는 아무로 나미에등 수많은 가수들을 히트시킨 세계적인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있다.

그의 조언중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라면 '프로듀서는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야 한다' 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수가 음반을 내는 일이라고 하면, 어떤 곡이 좋을까 구상하고 작곡을 하고, 그에 맞는 가수를 고르고, 실제 녹음을 하고, 음반을 디자인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유통 경로에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끊김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아서 프로듀서나 팀장같은 높은 위치에 올라간 사람의 경우, 아이디어만 내놓고 그 이후에는 담당자에게 맡기고 돌보지 않는 케이스도 많이 있다. 물론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혼자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일이라면 적절한 책임과 권한의 위임이 팀 전체의 효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위임이란 것은 완전히 맡겨버리는 것과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그 일을 위임했다고 하더라도, 위임한 일이 의도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자체는 절대 넘겨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권한위임과 자율적 운영'이라는 핑계로 아이디어를 낸 이후에 끝까지 돌봐서 결과를 확인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여러가지 부분들을 직접 담당자들을 방에 불러들여서 한 사람당 한시간 이상씩 할애해 가면서 물어보고나면, 얼굴이 화끈거릴정도로 내가 무성의하게 지나쳐버린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난 처음에 구조만 설계해놓고 그 이후는 팀원들에게 맡겨놓고 어느 순간부터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습성이 있다. 맡겨둔지 몇달이 넘게 지난 지금 소스를 직접 들여다보면 내 의도대로 제대로 된 부분들은 별로 없고, 거꾸로 간 부분들이 숱하게 드러난다. '이런 부분을 만들기 전에 나에게 물어봤어야지!' 라고 원망해봤자 잘못은 꾸준히 챙기지 않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직접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위임한 일들에 대해 꾸준히 확인을 해봐야 겠다. 이런 일은 정말로 많은 심력과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겠지만, 이런 것을 하지 못할 것이라면 프로듀서란 직함이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듀서의 필수 조건 : 실행력
프로듀서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화 유형 :
    '잘 되고 있나?'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어 그래 수고해'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