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광고범람의 시대. 어디를 쳐다봐도 광고 아닌 곳이 없다. 메일함에 늘 가득히 쌓이는 스팸부터

MSN의 대화상대창마다 뜨는 광고라인까지 정말 인터넷 세상은 광고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광고를 일컬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살포되는 광고가 과연 효과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전통적인 맥락에서는 내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그걸 사람들이 알 기회가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광고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런데 현대의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광고의 홍수때문에

인지감각이 마비되어 웬만한 광고글들은 저절로 넘겨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근에 여러분은 잡지나 인터넷의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한 경우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경우였는가?

필자의 경우에는 모회사의 디지탈 카메라를 광고를 보고 구매했다. 디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다보니

디카에 해상도 말고 어떤 다른 요소들이 차이가 나는 것인지도 거의 몰랐는데, 모회사의 광고를 보니

자사의 카메라는 고감도 촬영을 지원하기 때문에 셔터 스피드를 짧게 할 수 있어서 야간촬영을 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도 흔들림없이 밝게 찍을 수 있어서 싸이질에 최고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자사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타사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놓은 것이 있었는데, 약간의 과장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전부터 밤에 사진을 찍을때 제대로 나온걸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디시

인사이드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평판을 살펴본 후, 어느정도 광고의 내용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이어 카메라를 구매하였다. 카메라를 구매한 후 확실히 예전의 카메라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되어 예전에 누가 카메라 추천을 부탁했을때 주저없이 그 모델을 추천한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위의 모델이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1. 사실을 중심으로 자사 제품의 장점을 설명 (ISO1600 고감도, 밝은 야간촬영 , 흔들림 억제)
2. 그 장점을 통해 고객에게 어떠한 이득을 줄 수 있는가를 간단한 캐치프레이즈로 표현 (싸이질에 최고)
3. 소비자의 실제 구매후 만족
4. 만족한 소비자의 구전효과로 연결

만약 광고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 카메라의 존재나 장점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이

돈이 안들면서 좋은 기법이란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초기에 광고가 있으면 훨씬 더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에 그 카메라의 광고문구가 '카메라를 살때는 확인하라. xx인가, xx이 아닌가?' 라던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같은 문구였다면 아마 나는 카메라의 구매를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구 자체는

멋지고 창의적이기도 하고 이미지적으로도 좋아보이지만, 그뿐이기 때문이다. 그 회사의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와아.. 명품 쓰시네요' 라고 할 것도 아니고,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건, 기억이 기록

을 지배하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하는 문구들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는 수없이 많다. TV를 보면 자주 나오는 광고중 하나가, 모델이 온몸에 롤러가 달린 신기한

슈트를 입고 미국의 거리 같은 곳을 기기묘묘한 포즈로 달려가는 씬이 나온 다음에 '나는 속도를 갖고

논다' 라는 멘트를 날리는 광고이다. 그 광고가 그 신기한 슈트를 파는 광고라면 나도 정말 관심을 갖고

그걸 사려고 찾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나는 타고 노는거라면 환장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광고는 초고속통신 서비스의 광고다. 그 광고를 보면서 '아 지금 내가 쓰는 인터넷은 느리니까 저걸로

바꿔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까? 적어도 나의 뇌구조로서는 도저히 부정적이다.


한편으로는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검색품질 No.1' 이라는 이름으로 모 포탈사이트의 광고가 붙어있다.

'아니 언제부터 구글이 검색엔진의 넘버원 자리를 내줬지?' 라는 의아함과 함께 역시 기분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싫어한다.


얼마전에 심금을 울리는 태국 광고라고 해서, 어떤 할아버지가 먼저 떠난 부인의 묘소까지 수킬로미터를

걸어가서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연주하고, 집에서 조리한 수프를 놓는 일을 30 년 넘게 해오고

있다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광고가 수프 회사의 광고나 악기 광고였다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생명보험 광고였다고 하니까 빛좋은 개살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 이름이라곤 하지만 그 생명보험

회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사람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광고는 어디까지나 제품중심이어야 한다. 모호한 이미지나 멋진 문구,

혹은 자아도취적인 거짓말이나 과장은 또다른 공해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사람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광고는 이미 광고를 넘어서 정보가 된다.


내 의견으로는 이런 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멋진 광고에 상을 주는 심사단체가 원인중 하나라고 생각

한다. 광고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이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닌데, 멋진광고라고 상을 받은

광고들을 보면 어떤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드는 광고는 그다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는 철저하게 차별적이어야 한다. 하다못해 포탈사이트에 뜨는 대출 광고라고 하더라도 다른

대출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잘 설명한 광고라면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단, 제품의 차별점에 근거한 광고

여야 의미가 있지 광고 자체만 차별적이라면, 그것은 낚시의 변형에 다름아니다.


지금 채널을 틀고 웹브라우저를 열어보자. 얼마나 많은 광고들이 물건을 팔수 없는 무의미하고 차별적

이지 못한 문구들을 쏟아내고 있는가.?


난 평소부터 이런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광고사들은 끈덕지게 무의미한 광고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현대 광고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오길비와 잭트라우트의 광고, 마케팅에 대한 책을 보고 나서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데이빗 오길비를 유명하게 만든 광고중 하나는 롤스로이스의 광고이다. 그 광고에 보면 상단에는

우아한 롤스로이스의 사진이 보이고 중단에는 '시속 60km으로 순항하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실내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시끄러운 소리는 내장 전자시계의 사운드입니다' 라는 멘트가 써 있다.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그 외 롤스로이스의 특징을 여러가지에 걸쳐서 서술하고 있으며 그 특징의 근거로 잡지

리뷰등을 표기해놓고 있다. (첨부된 그림 참조)

광고는 말이 많을 수록 효과적이라는 기묘한 법칙을 실제로 확인한 것도 오길비의 광고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말이 많으면 광고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 내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한 정보성 내용이라면 광고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포지셔닝으로 유명한 잭 트라우트 역시 광고와 마케팅에 있어서의 원칙은 명확하다. 마케팅과 광고는

단순할수록 맞는 것이며, 세상에는 수많은 사기꾼들이 마케터나 광고아티스트의 가면을 쓰고 마케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품의 차별점을 명확히 짚어내고, 그 차별점을 잘 부각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해서 기억하기 쉬운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 이상의 광고 방법은 없다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어쨌든 현실의 세계는 안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은 광고라고 하면 의미없는 멋진 문구, 멋진 영상, 혹은 과대포장된 거짓말들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체계속에서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당신의 광고는 소비자들의 정신적 스팸필터로 직행할 수

밖에 없다.

그 스팸필터를 교묘히 피해가기 위해서 다른 속임수를 쓸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수준을 벗어날 수는 없다.

광고에서는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너무나 명백하고 당연한 사실인데도, 조금씩 조금씩 과장을

하다보면 어느새 거짓말을 해버리게 된다. 자사 제품을 보는 마케터의 시각과 소비자의 시각이, 소비자도

마케터와 똑같이 제품에 대해 관대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아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한마디라도 거짓말이 들어가면 그 다음줄에 아무리 중요한 멘트가 들어 있어도, 이미 소비자의 스팸필터

가 예민해져서, 방어모드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광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차별점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로 차별점이 있으려면 제품

자체가 차별점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차별점이 없는 제품을 갖고 억지로 광고를 내려고 해봤자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애매한 멋진 문구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마케팅은 광고나

홍보담당자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고, 제품 개발의 컨셉수집부터 광고에 이르기까지 쭉 관통하는 프로세

스여야 한다.


한편, 구글이 소개하는 광고들은 대단히 혁신적이면서도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광고는 텍스트

중심으로 되어있고 예쁘게 정렬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유저가 보고 있는 사이트의 맥락에

맞는 제품들만 골라져서 게제된다는 것이다. 내가 3d 엔진에 대한 정보 사이트를 보고 있으면 저렴한

상용 엔진에 대한 광고가 뜨고, 자동차 정보 사이트를 보고 있으면 자동차 튜닝부품 업체나 수입차

딜러의 광고가 뜬다.

물론 얌전히 화면의 한쪽에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브라우징을 방해하는 일은 결코 없다. 멋지지

않은가?


광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면 다음의 도서들을 추천한다

데이빗 오길비 - 광고불변의 법칙
데이빗 오길비 - 어느 광고인의 고백
잭 트라우트, 알 리스 - 포지셔닝, 마케팅 불변의 법칙
잭 트라우트 - 마케팅 천재가 된 지니 (매우 쉽고, 얇고, 짜릿하다. 강추!)

오길비 선생님의 명언들 - "사실을 말해야 한다. 소비자는 결코 아둔하지 않다. 소비자는 아내와 같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독창성은 위험하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