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를 위한 시간관리에 대하여.


시간관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따분한 얘기가 나오겠구나'라던가 '웬지 자신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실 필자도 그런 사람중 하나이다. 그런데 왜 시간관리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을까? 뭔가 깨달은게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관리한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뭔가

삶의 한 부분 (아침이나 주말같은 달콤하고 긴요한 휴식의 시간들) 을 쥐어짜내서 시간을 만들어서

그 시간에 뭔가 더 하는 것만을 연상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시간 관리는 있는 시간을 잘 쓰는 것에 대한 얘기이지, 시간을 더 만드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있는 시간을 이미 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그 다음에 시간을 더 만드는 것을 생각해봐도 좋다.



시간관리는 자연스럽게 여러분들의 스타일대로 살면서 여러분의 삶에 중요한 일을 해내는 방법이지

남들이 사는 방식대로 맞춰서 살라는 것이 아니다.


바로 위에서 시간관리의 목적은 '삶에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하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시간을 관리할 필요도 없다. 목적도 없는데 바쁘게 살아서 뭐하겠는가? 지금 시점에서

여러분에게는 어떤 것들이 중요한가 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건강, 돈, 가족, 명예, 사랑, 일 등등...


필자가 생각하기에 '일' 이란 것을 4 가지로 분류한다면

  i) 중요하고 임박한 일
  ii) 중요하지 않지만 임박한 일
  iii) 중요하지만 임박하지 않은 일
  iv) 중요하지 않고 임박하지 않은 일
  
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의 기준은 위에서 필자가 말한대로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뒤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도 있을 것이다.


자 여기서 질문이다. 여러분은 저 4가지 일 중 어느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고, 어느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낮은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i) 를 첫번째로 두고, iv)를 마지막으로 놓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ii) 와 iii) 는 선택하기 미묘한 문제이다. 임박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중요하지만

임박하지 않은게 뭔지 헷갈리기도 한다.

필자가 관찰해본 바, 많은 사람들은 iii) 보다 ii)를 우선시 한다. 즉 우선순위에 있어 중요도보다는

임박했는지 여부가 더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성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와닿게 설명을 하기 위해 스타크래프트의 예를 들겠다.

스타를 잘하기 위해서는 손이 빨라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손 동작이 나보다 느리면서도

더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과 게임을 했을때 내가 지는 상황을 보면 대개 이렇다.

처음에 건물을 짓고 유닛을 뽑기 까지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런데 공격을 가던가 수비를 하던가

하면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유닛들의 컨트롤에 신경을 쓰다보면 어느새 자원은 쌓여있고 시간은

많이 흘러있다. 나는 임박한 전투에만 신경이 팔려있는사이에 상대방은 멀티를 하거나 테크를 올리

거나 하면서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를 할때 하게되는 활동들을 정리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1) 유닛이 나올 건물을 짓는다
2) 테크를 올린다
3) 멀티를 한다
4) 상대방의 기지에 드롭등으로 견제를 한다
5) 체제를 변화시킨다
6) 유닛을 뽑는다
7) 정찰을 통해 상대방의 체제를 파악한다
8) 업그레이드를 한다
9) 방어를 한다
10) 상대의 기지를 향해 정면으로 러쉬한다

방어를 하거나 유닛을 뽑거나 공격을 가는 것 같은 활동들은 게임을 하다보면 흐름상 임박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지만 테크를 올리거나 체제를 변화시키거나 정찰, 업그레이드 같은 것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수 게이머들은 플레이를 하다보면 히드라를 뽑아서 적진에 보내서 싸우다가 죽으면 그제서

또 유닛을 뽑아서 보내고 하는 일에만 신경쓰다가 히드라가 통하지 않을 시점에 체제를 변화시킨다던가

다른 멀티를 가져간다던가 하는 일을 하지 못해서 밀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가 멀티를 늘려서

물량으로 압도하던가, 리버나 하이템플러같은 히드라의 상성상 강한 유닛을 가져오게 되면서 밀리는

것이다. 나는 임박한 일들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중요한 일들을 했기 때문에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임박했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을 먼저 하는 것과 임박하지 않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을 먼저하는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시간이란 마치 물과도 같아서 빈틈이 생기면 언제나 뭔가

차들어 오기 마련이다. 임박한 사소한 일을 하고 나면 임박하지 않았던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임박한 사소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임박한 덜 중요한 일들은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들을 계속 뒤로 밀어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은 이빨이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초기에 받는 것이 덜 아프고 비용도

덜 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병원은 이빨이 아파서 당장 먹을 것을 씹지 못하게 될 때까지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이빨에 충치가 생긴 이상 저절로 낫는 일은 없다. 이빨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

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임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때문에 문제를 키우고 중요한 일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분이 살다보면 '아 언젠가 이거 해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아 프라하가 그렇게 멋지다던데, 유럽여행을 한번 가봐야 할텐데..' 라던가 '아 나도 운전을 하고

싶은데 면허를 따야 할텐데..', '아 몇년동안 일을 하느라 심력이 고갈되었으니 좀 쉬어야 할텐데'

같은 식이다. 여행을 가거나 면허를 따는 것은 사람에 따라 꽤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일들이 과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임박한 일들을

하다보니 못하게 되는 것이었는지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아마도 여러분의 인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한 일들이 자꾸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바람에 못하고, 임박한 일들만 하느라고 에너지를 소비한

것' 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간단하다. 임박한 사소한 일보다,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들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일주일에 30분만 시간을 투자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에게 중요한 일들

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당장 실현하기엔 너무 막연한 내용이라면, 그것을 쪼개어서

현실적인 내용으로 만들어라. 프라하 여행이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면, 구체적인 비용과 일정, 준비

사항들을 조사해서 '여권을 마련하기', '여행사에 신청하기',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사오기',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같은 구체적인 일정을 만들고, 그것들을 우선순위가 높은 '해야 할 일'에

배치한다. **임박하지 않았던 일들을 임박한 일로 만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시간을 조금씩 내서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을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생각하는 시간의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임박한 일만 생각하는 사람의 시간의 스케일은 하루나 일주일을 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같은 것은 하루짜리 스케일의 생각이다. '이번 주말까지

레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같은 것은 일주일 단위 스케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생각할 때에는 시간의 스케일이 한달, 분기, 반년, 년, 몇년, 몇십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능력있는 사람은 년, 몇년단위로 생각을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일하는 이 분야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몇년후를 예측해보고 그에 대해 대응책(임박하지 않지만 중요한) 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해외마케팅을 하는 사람인데, 앞으로는 북미권 시장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시장이 중요해질 것이다라는 판단이 들면 중국어 어학능력을 키우는 것이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어 학원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활동을 만들어 내 스케쥴에 만들어 넣게 되는 식이다.


중요한 일을 먼저하는 것과 임박한 일을 먼저하는 것을 좀 더 극적으로 비교하자면, 중요한 일을

먼저하는 것은 '사람이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고, 임박한 일을 먼저하는 것은 '사람이 시간에 지배

당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가 의도한 대로 시간을 활용하느냐, 아니면 내 의도를 펼치지

못하고 끌려다닐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중요한 일들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우선순위를 부여하였다면,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당신이 임박한 덜 중요한 일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휴가계획을 세워놨는데, 그 시점에 가서 회사 일이 좀 바빠질 수도 있다. 만약에 휴가가기 전에

덜컥 휴가를 가겠다라고 선언을 해버리면 당신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리 오래

전부터 휴가를 언제 가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다른 사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놓으면 훨씬 수월하게

일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중요한 일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대신 다음에 다른

사람의 중요한 일을 위해 도움을 주면 공평한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선언함으로써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이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주변에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해보겠다

1) '나에게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가'를 좀 더 큰 스케일에서 주기적(최소 일주일 한번)으로 생각하라.
2) 임박한 일보다 중요한 일 위주로 우선순위를 만들어라.
3) 임박하지 않은 중요한 일을 구체적인 일로 쪼개어본다.
4)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타인에게 알려라.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필자는 천성적인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의 일이라면 2종 소형 면허를 따서 오토바이여행의 즐거움을 알

게 된 것이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위의 방법들을 이용해서 똑같은 시간을 쓰면서 인생을 더욱

보람있게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위에 '시간'이라고 써 있는 부분을 '돈'으로 바꿔놓고 읽어보기 바란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