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반 가까이 아토피로 고생을 해오다가 요즘에 와서 올바른 치료법과 아토피의 진정한 원인을 알게 되어 상태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토피의 고통은 피부가 가렵고 진무르는 육체적 고통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크나큰 고통은 정신적인 고통입니다.

완치법이 없다는 말때문에 좌절하고, 유전적인 요소때문이라는 말 때문에 좌절하고, 흉해진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면서 좌절하고, 이것저것 좋다는 것들을 써보았지만 효과가 없어 좌절하고, 주변사람들의 반응때문에 좌절합니다.

아직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이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아토피 전문가라고 떠벌일 자격은 없지만, 직접 저 스스로의 몸으로 여러가지를 체험하고 느낀 중 상당히 공감할만한 글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허락도 없이 퍼왔습니다. 글을 써주신 분께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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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들이 아토피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들에 관한 매뉴얼(초초초안)

1. 아토피 환자의 증상이 심해져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지라도, 특히 얼굴이나 손같이 바로 보이는 곳일 경우,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너 얼굴이 왜 이래”라는 식으로 묻지 않는다. 환자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으며 왜 그런지는 알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환자는 위축되며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당신과 있는 내내 어쩌면 하루종일 당신의 그 질문과 얼굴 표정이 맴돌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받으니 당신까지 묻지 않아도 된다.

2.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약물, 치료기기 등에 대해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토피 환자는 당신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요법을 시험해 봤으며 그 시험에서 실패의 경험들을 통해 처절한 고통을 겪어본 사람들이다. 당신이 제아무리 잘 안다 해도 환자만큼은 치료법에 대해 모르니 앞에서 아는 척 하지 마시라.

3.환자의 가족들은 환자 때문에 우울해 하거나 집안 분위기가 침체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환자는 집안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자신이 식구들까지 괴롭히고 있다고 자학하게 될 수 있다.

4.환자의 증상이 심할 때는 가급적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거나 누군가를 불러들이는 일을 삼가자. 얼굴에 증상이 심각한 환자의 경우 대개 어느 정도의 대인 기피증을 갖게 되는데, 누군가가 찾아온다면 자기 방에 쳐박혀 혼자 울거나, 밖으로 나오기 싫어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5.환자가 가려워서 긁을 때 긁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피가 나도록 긁어도 사라지지 않는, 도끼로 잘라내고 싶을 정도의 가려움을 아는가. 긁는 것은 가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 가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긁지 말라고 하는 것은 환자를 절망하게 한다. 차라리 피부의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하거나, 긁기 어려운 부위를 대신 긁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6.환자가 가려움으로 인해 밤새 잠을 못 자고 낮에 늦게까지 심할 경우 저녁 때까지 잠이 들어 있는 경우, 환자에게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라고 잔소리해서는 안 된다. 환자는 밤새도록 가려움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잠들 수 없고 새벽녘에야 간신히 지쳐 쓰러져 잠이 든다.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대해 게으른 인간이란 말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든다.

7.아토피 환자의 부모는 환자의 증상을 보며 ‘내가 원죄다’라고 자책하며 말하며 울거나 침울해 하지 않도록 한다. 정 눈물이 나면 환자가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울도록-.-;; 환자에게 이런 말은 전혀 고맙게 들리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그에게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까지 한다.

8.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늘 신경을 쓴다. 대부분의 아토피 환자는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특히 증상이 심해 외출을 못하는 경우 증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환자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우울증의 상태가 심할 때는 전문 상담을 받도록 할 필요도 있다. 가끔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정신력이 문제야’ 운운하며 환자를 고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환자는 죽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9.거짓으로 환자를 위로하려 하거나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은데’ 등등 환자를 눈속임하려는 말을 어설프게 하느니 차라리 입 다무는게 좋다. 자신의 상태는 환자가 정확히 알고 있다. 또한 형식적이기만 한 위로의 말 역시 안 하는 것이 낫다.

10.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에게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차라리 말을 말라. 그리고 가끔씩 빈말이라도 오늘은 좋아보인다고 말해주라. 그 말 한 마디에 환자는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하면 약발이 떨어진다.

11.뒤집어지거나 2차 감염이 온다고 해서 불안해하며 ‘아무래도 피부과로 가야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환자도 배독법을 하면서 겪는 급격한 증상변화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에서 더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의지가 꺽여버릴 수도 있다.

12.환자가 결정한 치료방법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와 협력을 보내준다. 아토피는 결국 환자 스스로가 이겨내야 하는 병이므로 환자의 결심에 대해 토를 달지 말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13.애인이나 이성친구, 혹은 친구들은 환자가 당분간 증상의 악화로 인해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때, 만나자고 강요하거나 불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전화나 이메일 등을 이용해 환자가 외로움에 떨지 않도록 배려한다.

14.환자가 인터넷에 중독 증상을 보이거나 전화통을 잡고 오래 있는 것에 대해 잔소리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 그것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임을 이해한다. 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 것은 사실이니 적절하게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

15.친구들이나 가족은 가급적 환자 앞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자신의 뽀사시한 피부를 과시하는 일을 자제한다. 당심은 당신 피부가 좋은 피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지라도 아토피 환자들에게는 당신 정도의 피부로 되는 것이 것이 꿈이다. 환자는 멀쩡한 다른 이들의 피부를 보면서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16.환자 앞에서 외모에 관한 농담이나 연예인의 외모 평가 등 외모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토피 환자들은 대개 부종이나 홍반 등을 겪으면서 사람의 얼굴이 한순간에 얼마나 끔찍하게 변하는 지 잘 알고, 외모로 인간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큰 소외를 낳는 일인가를 몸으로 체험해서 알고 있어 그런 이야기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

17.환자의 음식조절에 협조하고, 식사를 하러 갈 때는 환자의 선택을 우선시한다. 체질식을 하는 환자들은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지만 외식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해야할 경우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 또는 설명하기 귀찮음으로 인해 그냥 ‘아무거나’ 먹어버리곤 하는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18.얼굴에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밝은 형광등 불빛 아래에 가는 것을 끔찍해 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는 약간 어두침침한 곳에서 편안해 하니 술집이나 음식점에 들어갈 때 이 점을 고려하자.

19.가능하다면 등산이나 운동을 같이 해주는 친구가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땀이 많이 날 수 있는 레포츠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

20.환자의 도움 요청-부항이나 팩 발라주기 같은-을 미루거나 귀찮아 하지 않는다.

21.때때로 닥쳐오는 환자의 히스테릭한 짜증에 너무 마음 상해하지 않도록 한다. 만성적인 우울증과 화병에 시달리는 환자는 가끔 이런 감정들이 폭발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위로의 말조차 짜증스럽게 느껴져서 지독한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이 때 환자에게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라.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는다.

22.환자가 하고 있는 배독법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치료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이상 이야기한 것보다 휠씬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배독법을 알 수 있는 곳은 안티 아토피 http://antiatopy.com 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