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랜드 개죽이

얼마전부터 디씨에 큼직한 배너와 함께 등장한 '그랜드 개죽이'를 보면서 여러가지 심정이 겹쳐졌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것도 있고, 아니다 싶은 것도 있어서 뭐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정치이야기보다는 정책이야기가 더 생산적이고 좋은 대안이나 반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므로, 비생산적인 논쟁만을 되풀이하는 정치 이야기보다는 나아보였다. 허나 글을 보는 내내 뭔가 이건 아니다라고 싶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며칠 지나서 생각해보니 머릿속을 맴돌던 '이건 아니올시다'의 정체가 정리가 되었다.

그랜드 개죽이의 정체가 누구더라 라는 것 자체에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개죽이' 같은 디씨인 (김유식 사장의 표현에 의하면 '비주류지식인')의 아이콘을 누군가가 돈으로 사서 '내가 개죽이오' 라고 행세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개죽이는 (주)디지탈인사이드가 창작한 컨텐츠나 캐릭터인가? 그렇지 않다. 개죽이의 사진을 찍은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고, 그것을 디씨문화의 상징으로 만든 것은 모든 네티즌들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징을 디씨인들의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주의주장을 펼치기 위한 도구로 사서 쓴다는 것에는 참으로 수긍하기 힘들 뿐더러 그 개죽이가 하는 주장이 아무리 옳고 합당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순수성에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죽이라는 자의 말투또한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뭐뭐라고 생각해요, 뭐뭐 에요, 뭐뭐가 아닐까요?' 식의 비아냥조로 보인 것은 필자말고도 많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책은 익명성의 가면 뒤에서 밝힐 성격의 것이 아니다. 물론 얼마 안지나서 그 정체가 누구인지 밝혀지긴 했지만 (그 후에 더욱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동이 보는 이를 설득하여 이해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런 식의 행동은 목적에 정확히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나는 것은 앞으로 또 어떤 네티즌의 캐릭터가 등장해서 무슨 짓을 벌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달러 메헨디에게 돈을 주고 초상권을 사서 한나라당 노래를 부르게 시키지나 않을지, 딸녀나 소피티아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 상상할 수록 끔찍하다

디씨인사이드는 네티즌의 마음으로 만든 상징을 함부로 팔아넘겨선 안된다.


2. 영어교육? 예절교육

찜질방에 가서 누워 땀을 빼고 있노라면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개중에는 꼬마들도 보이는데, 영어발음도 유창하고 영어를 많이 쓰는 것이 보인다. 요즘처럼 영어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던때도 드물다. 해외에 나가서 어학연수를 하는게 돈이 많이 드니 아예 국내에 영어 마을까지 만들고 있는 세상이다. 저런 영어 잘하는 꼬마애들을 보면서 겹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과잉 보호 아래 예절과 교양이 없고 이기심으로 뭉쳐진 '초딩'의 이미지이다.

도대체 영어가 뭐길래 그렇게 영어에 목숨을 거는걸까 궁금하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둘러봐도 영어를 잘해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면 엘리트로 취급받던 시대가 훨씬 이전에 지난 것처럼, 외국에 유학을 다녀왔다고 엘리트로 취급받는 시대도 이미 지났거니와, 앞으로도 영어와 성공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어보인다.

물론 전문분야의 공부를 깊게 하고, 비즈니스의 폭을 넓히기에는 영어가 중요하다. 자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경우 중학생때부터 원서 컴퓨터 책을 읽었었다. 한글로 된 볼만한 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 안에 있는 글을 읽기보다는 소스코드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긴 하지만. 영어공부라는 것은 분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술을 위한 영어와 일상생활을 위한 영어, 비즈니스를 위한 영어들은 서로 무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들에게 목숨걸고 영어를 가르치는 학부모들은 어떤 목적과 테마를 가지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영어를 가르치는 목적이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라면, 영어에는 신경을 끄고 인성교육, 예절교육, 국어교육등에 투자를 하기를 권한다.

직원을 채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이다. 그런 서류에 한글 맞춤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거니와 (오타로 잘못 쓴 것과 정말 잘못 알고 있어서 잘못 쓴 것은 다르다) 자신이라는 상품을 기업이라는 구매자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도 정말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입사지원서 양식에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있으면 기입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런 것이 있으면 나를 포함한 면접자가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들을 자세히 보곤 한다.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됨됨이나 관심사, 성격등을 파악하기에 매우 유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영어실력이나 학교 성적같은 것보다는 훨씬 더 사람을 판단하기에 도움이 된다.

영어(그중에서도 일상회화)만 잘했지 버릇이 없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며,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 철부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참고하시길.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