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컴퓨터를 쓸때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되는 유용한 유틸리티의 대명사라면 역시 피씨툴스와 노턴유틸리티였다. 그중에서도 노턴유틸리티의 NCD 는 없어서는 안되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이후에는 MDIR에 자리를 내주긴 하였지만, NCD 가 제시한 개념은 매우 유용하고도 강력했다.


개발자 마인드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방법의 기본은 계층구조이다. 이것은 유닉스에서 디렉토리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로 지금 이시간 윈도우 비스타까지도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인의 생활습관을 지배해왔다.

맨 처음 도스시절에 컴퓨터를 배우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개념중 하나가 디렉토리였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디렉토리를 '컴퓨터라는 집 안에 있는 방'의 개념으로 가르치곤 했다.

어떤 자료, 정보, 개념을 계층구조식으로 배열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종속과목강문계라는 7단계 계층구조로 수없이 많은 생물들을 분류할 수 있다거나, 문헌정보학과에서 서적의 분류 기법에도 비슷한 계층구조가 등장한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제리 양의 즐겨찾기 (야후) 가 등장했을 때에도 기본은 계층식 분류였다. 김중태 선생님이 드신 예를 다시 인용하자면, C언어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먼저 컴퓨터 - 프로그래밍 - 언어 - C언어 식으로 정보를 찾아들어가는 계층적 구조이다.



그러나 요즘은.... 내 컴퓨터 속에 있는 정보조차도 구글에 물어봐서 찾는게 더 빠른 세상이 되어버렸다.

디렉토리나 폴더라는 개념으로 정보를 계층구조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찾아보는 일은 귀찮고, 틀리기 쉽다. 업무 관계로 e-mail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항일 것이다. 구글데스크탑이나 지메일 같은 도구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한 근본 개념.. 계층구조 속에서 키워드로 단숨에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을 처음 보여준 것은 돌이켜보면 노턴 유틸리티의 NCD 였던 것 같다.

도스 시절의 NCD = 웹 시절의 구글

이라고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만약 피터노턴이 노턴 유틸리티의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안티 바이러스 시장에 관심의 촛점을 옮긴 대신, 컴퓨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특유의 센스를 승화시켜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센스로 발전했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지금 현대인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시키는 요소는 바이러스보다 스팸메일이나 무분별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ietoy 같은 유틸리티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편하게 해주고, 파이어폭스의 탭브라우징이나 RSS RDF 지원이 더 많은 정보를 능동적으로 접근하게 해준 것처럼, 피터 노턴의 시맨텍이 계속 인터넷과 정보 중심으로 발전하여 시맨텍웹 시대에 적응했더라면 (마침 이름도 시맨텍 아닌가?) 어땠을까? 피터 노턴이 세계 최고의 거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