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퍼스트카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퍼스트카의 조건은 몇가지가 있다.

첫째,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차의 성능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잘 나가고, 잘 돌고, 잘 서고의 3가지, 즉 엔진성능과 핸들링, 브레이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엔진 성능이란 것은 더하면 더해질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서 400마력, 500마력급의 차를 갖다주더라도 더 빠른 차를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제한되고 통제된 써킷 같은 곳이 아닌 현실적으로 매일 접하게 되는 공도에서 충분하다고 생각할만한 성능선은 300마력 초중반대 이상부터라고 생각한다. 오너가 원하는 때라면 언제든 등이 떠밀리는 감촉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핸들링과 브레이킹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고성능차라고 하더라도 차체의 무게가 무거운차들은 결국 성능을 희생할 수 밖에 없게 되어있다. 물론 ABC 나 Dynamic Drive 등 첨단 전자제어장치를 통해서 핸들링을 향상시킬 수는 있고, 대구경 로터와 다수의 캘리퍼를 장착한 브레이크로 브레이킹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겠지만, 4개의 고무 타이어의 마찰력을 통해 달리는 차가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1500kg 를 넘어가게 되는 차들은 상당히 손해를 보게된다. 이런 손해는 연비저하라는 요소로 결국 운전자에게 전가된다. 똑같이 연비가 나쁘더라도 세컨드카가 연비가 나쁜것과 퍼스트카가 연비가 나쁜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가 된다.

둘째, 편안해야 한다.
첫번째 사항에서 합격한 많은 차들이 둘째 조건에서 아쉽게도 탈락하고 만다. 일단 우리나라처럼 도로사정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곳에서는 바닥이 지나치게 낮은 차들은 특히 대거탈락하게 된다. 앞턱이 긁힐 까봐 주차를 할 때마다 일일이 후진을 해서 넣어야 한다던가 하는 차들이라면 주말에 가끔 모는 세컨드카라면 몰라도, 퍼스트카로서는 불합격이다. 서스펜션의 강약은 써킷용정도가 아니라면 웬만한 일체형의 서스펜션에는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물렁한 서스펜션을 단 차에서 느끼게 되는 롤링이나 피칭은 스포츠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피하고 싶은 사항일 것이다.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면 실내공간의 넓이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이 평소에 사람을 서너명씩 태우고 다닐 일은 없고 많아야 두사람이 타는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뒤에 공간이 전혀 없는 2인승 차는 상당한 불편함을 준다. 필자는 처음에는 실내공간이라는 요소를 중요하게 느끼지 않았었지만 한동안 박스터나 SLK 같은 차를 타면서 두사람이 탔을 때 짐을 뒷자리에 놓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큰 차는 싫다. 기름도 많이 먹는 것은 둘째치고 주차가 힘들다. 주로 혼자 탈 차이니만큼 문짝은 2개짜리가 좋다. 쿠페의 장점이라면 문이 커서 창문도 시원하게 크고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데에 있다. 문이 2개면 차체강성과 안전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수동 미션밖에 없는 차들도 문제가 된다. 언덕이 많은 서울 지역에서 수동 미션은 피곤함 그 자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차의 경우 수동이 금기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유가시대라고는 하지만 수동을 선뜻 고르는 사람은 드물다. 제일 최악의 차라면? GT-R 같은 우핸들 수동차다. 이 대목에서 웬만한 일본차들은 차가 아무리 좋아도 죄다 실격이다. 안 그러면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지하주차장에서 티켓을 뽑을 때 가제트 손을 쓸 수 밖에 없다.

셋째, 부담이 없어야 한다.
정통 스포츠카는 타고 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행차나 마찬가지로 보이고 많은 행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눈길이란게 처음에 받게 되면 우쭐한 마음도 들고 기분이 좋지만 그것도 계속되다보면 나중에는 귀찮아지고 부담이 되서 차를 모는 동안에는 아예 앞쪽만 바라보고 있게 되기 마련이다. 평소에 다닐때에는 사람들의 눈에 별로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은 퍼스트카의 또다른 요구조건인 것이다. 필요하면 길가에 세워놔도 테러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은 차가 부담이 없는 것이다. 소프트탑을 단 차 같은건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한다.
A/S 나 정비도 마찬가지로 또다른 요구조건들이다. 차라는게 귀하면 귀할수록 정비도 힘들어지고 믿고 맡길만한 곳도 드물어진다. 차를 살 조건이 되도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마음을 졸이면서 타야만 하는 차는 결코 주인을 편하게 해줄 수 없는 차다. 나는 색깔도 은색을 선택할 것이다. 덜 튀기도 하고, 세차를 좀 안해도 안 더러워보이는 색이 은색이기 때문이다. 퍼스트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 사람이 차를 모시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차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마 몇 개의 대상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대상은 BMW M3 와 MB 의 CLK55 AMG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CLK55AMG 는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수입되는 차가 아니라서 제외다. 그렇다면 지금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명백한 후보는 아마 SMG 를 탑재한 M3 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그동안 정들었던 박스터를 시집보내고 티타늄 실버의 2004년식 M3 를 퍼스트카로 맞이하게 되었다. M3 신차를 구매한지는 약 1달반째 4500km 정도를 운행한 상태다. 아직 길도 다 들이지 못한 상태이지만 2000km 이후부터는 어느정도 rpm 을 올려가며 차의 특성을 파악해가고 있는 중이다.

먼저 외관을 살펴보자면 E46 3 시리즈의 골격을 기본으로 하여 두툼한 휀더, 약간의 변형이 가해진 헤드라이트와 낮게 깔린 에어댐, 그리고 M시리즈임을 은근히 강조하는 측면의 덕트 그릴, 후면에서 볼 수 있는 듀얼팁 트윈머플러등이 눈에 띄긴 하지만,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BMW 라고 생각할만한 상대적으로 수수한 외관이다. 아마 이 점이 M 시리즈 매니아로 하여금 더욱 M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던가 정장을 차려입은 육상선수라는 별명처럼, M3 를 타고 지나간다고 해서 보통 사람들의 이목을 한눈에 집중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퍼스트카로서는 확실히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필자가 걱정한 요소중 하나는 낮게 깔린 에어댐이었다. 위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낮은 차체는 운동성능을 증가시켜줌과 동시에 오너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양날의 검이다. 둔턱을 지날때마다 북북 소리가 들리게 되지나 않을까하고 노심초사하고 속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일은 매우 번거롭다. 웬만한 주차장에 달려있는 차를 멈추는 스토퍼에 앞쪽 차체가 닿는 차는 항상 후진으로 주차를 시켜야 하는데 이것도 역시 번거롭다. 다행히 M3 는 그런 염려는 없다. 앞 범퍼가 낮게 깔린듯 하지만 웬만한 스토퍼보다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공간이 있기 때문에 앞쪽으로 주차시켜도 긁히는 일은 없다. 또한 오버행이 짧은 디자인 덕분에 내리막 경사에서도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범버 턱이 긁히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실내를 들여다보자. M3 를 퍼스트카로 고려하기 시작했을 무렵 가장 우려한 요소중 하나는 과연 이 차는 편하게 탈 수 있는 차인가? 라는 점이었다. 박스터를 타면서 다른 차들에게 가장 부러웠던 점중의 하나는 그러한 편안함이다. 좁은 실내공간, 무거운 악셀과 핸들, 낮고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시트, 부족한 전자장비들 (특히 후방경보장치의 부재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후진하다 뒷범퍼를 한번 해먹은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등등…
다행스럽게도 M3 는 그러한 점에 있어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차는 운전자 중심의 차다. 센터페시아와 운전석 장비들은 모두 운전자를 향해 쏠려있고 조수석은 타보면 알겠지만 덤으로 앉아있는 듯한 소외감이 느껴진다. 내부재질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쉬보드는 플라스틱재질인 것 같긴 한데 국산차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질감은 아니다. 그 아래부분에는 메탈그레인이 둘러져 있어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과 시트는 나파가죽으로 덮여있다.
오디오는 하만 카든제 스피커와 6CD 체인저이다. 음질은 더 이상의 튜닝, (하긴 M3 자체가 이미 튜닝된 차이긴 하지만), 이 필요치 않을정도의 만족도를 보여준다. 다만 MP3 나 DVD 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그냥 MP3 CD 를 트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MP3 를 4.6 기가 DVD 에 꽉꽉 채워다녔던 필자에게는 특히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차여서 그런지 이 차의 오디오는 차의 속도에 따라서 자동으로 볼륨이 올라가는 기능이 되어 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속 50만 넘어가도 실내의 소리는 별 다를바가 없는데 오디오 볼륨이 올라간 것이 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한듯해서 잘했다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이 기능은 끄는 방법도 없다.
소리와 진동은 어떨까? 필자는 예전에 320i 를 타보고 부드럽고 조용한 실내에 꽤 감탄했었던 적이 있다. 아, 이래서 실키식스라고 하는구나하는, 엔진을 켰을까 안 켰을까 수수께끼를 내도 좋을만한 조용함이 깊은 인상을 남겼었던 적이 있다. M3 는 같은 실키식스엔진을 쓰긴 했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소리나 진동은 훨씬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시끄럽고 불편하다기보다는 뭔가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키려는 듯한 그런 소리와 진동이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운전자의 퍼스트카로서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그런 정도이다. 모처럼 밟아주는데도 너무 조용한 반응을 보여주는 차는 아무래도 심심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SC430 같은 경우가 그랬다. 거의 7000rpm 가까이 밟는데도 엔진소리는 별로 나지 않고 다만 뭔가 내가 차에 부하를 많이 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식이니까 유쾌하다고 할 수는 없는 셈이다.
M3 의 카리스마 중 하나라면 역시 박력넘치는 엔진음이다. 특히 3500rpm 을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특유의 메탈릭한 엔진음은 드라이버의 오감을 자극하는 특유의 맛이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자동차의 소리는 엔진음과 배기음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 (나머지는 모두 잡소리다)인데, 순정 M3 의 소리는 너무 엔진음만으로 이루어지고 배기음은 조용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민끝에 필자는 머플러를 Sebring 제의 M3용 머플러로 바꾸었다. 결과는 꽤 만족스럽다. 퍼스트카의 선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링에서는 거의 순정과 유사한 조용함을 유지한다. Rpm 을 어느정도 올린 상태에서는 저음이 두껍게 더해진 소리가 난다. 4000rpm 대를 넘어가게 되면 특유의 고음의 엔진음의 본질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폭발적인 음색이 정말 매력적이다. 이 엔진음은 차의 바깥에서 들어야 제대로 느낌이 난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터널 구간을 만나게 되면 꼭 창문을 열고 기어를 낮춰서 rpm 을 올려 터널벽에서 반사되어 울려퍼지는 멋진 포효소리를 감상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야수가 울부짖는 소리가 난다는 티탄머플러도 한번 장착해보고 싶다. 아마 곧 다시 탈착하게 되겠지만..

이제 성능에 대해 얘기할 차례다. 짧게 평하라면 ‘묵직하고 날카롭다’라고 요약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차보다 모든 면에서 한레벨 높다고. 성능만 가지고 비교를 한다면 아마 직접적인 비교의 대상은 Porsche 911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두개의 차는 지향하는 바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퍼스트카에 어울리는 것은 M3 쪽이다.
사람들은 성능을 숫자로 평가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진정한 성능의 본질에는 숫자로 말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고속 안전성 같은 요소가 그렇다.
예전에 필자가 몰던 차가 박스터 말고 300마력으로 터보튜닝된 투스카니다. M3 를 사기 전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체험하고자 하는 소망에 상태좋은 투스카니를 중고로 사서 가레트 GT-30 터빈을 달아 휠마력 300 마력으로 만들었었다. 거의 시내에서는 적수가 없을만큼 화끈한 퍼포먼스를 갖긴 했는데 고속도로에서 만난 ABT 튜닝된 아우디 A6 에게 깨지고 나서 고속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그때의 배틀에서의 깨진 이유라면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경부고속도로의 노면에서 덜컹거리는 차체 때문에 필자가 무서워서 악셀을 더 밟을 수 없었다는 점과 시속 220을 넘어서면서부터 배기온 경고등이 켜지면서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똑 같은 길을 똑 같은 속도로 가면서도 한쪽은 계속 악셀을 밟을 수 있고, 한쪽은 악셀에서 발을 뗄 수밖에 없는 것은 단순한 심장마력의 차이가 아니라 고속안정성의 차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그것이 투스카니에 더 이상의 튜닝을 포기하고 M3 로 돌아서게 만든 계기이긴 하지만.
M3 의 출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전에 시승해보았던 SL600 에 비하면 떨어지긴 하지만 그 체감적 차이가 아주 큰 것은 아니다. 300마력 꽝터보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있던 필자에게도 NA 343 마력은 또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RPM 부터 8000RPM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힘이다. 이것을 가장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때는 4단기어에서 시속 80킬로미터 (보통 속도카메라를 만나게 되면 이 속도로 줄이게 된다) 부터 풀악셀로 밀어줬을 때의 느낌이다. 제원상 시속 80 킬로-120킬로 가속능력이 5.3 초로 나와있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오토 미션을 장착한 911 터보보다 빠른 수치이다. (공식 브로셔북 참조) 믿어지지 않는 분은 각각 제원표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물론 중속대이후를 지나면 M3 는 911터보의 상대가 안되지만 실용영역대에서 이정도 성능을 지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암튼 80km, 4 단으로 풀악셀해서 8000 rpm까지 밀어붙이면 대략 시속 200km까지 쭉 가속되는데 전혀 거침이 없이 끝까지 유지되는 펀치력은 그야말로 아드레날린 펌프다. GT-30 꽝터보 투스카니에서도 비슷한 펀치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4000rpm 에서 6500rpm까지 잠깐만 체감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은 너무나 큰데 비해, m3 의 두텁고 넓은 rpm / 토크 영역대는 그야말로 거칠것이 없는 뻑적지근한 시원함을 안겨준다.
이러한 파워의 핵심에는 독립쓰로틀 방식의 인라인 6기통 엔진에 캠의 여닫는 타이밍을 rpm 에 따라 조절해주는 더블 바노스 (흡기쪽 캠과 배기쪽 캠 둘 다에 작용해서 더블이다) 와 가변식 밸브 리프팅을 지원하는 밸브트로닉기술이 존재한다. 가변식 밸브 리프팅은 rpm 이 높아졌을 때에만 밸브를 더 높이 들어올려 더 많은 공기가 들어가게 만들어주는 것, 한마디로 하이캠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의 튜닝 하이캠은 저 rpm 에서의 토크를 희생하여 고 rpm 에서의 토크를 늘리는 식이지만 밸브트로닉은 고 rpm 에서만 밸브의 높이가 높아지게 되어 있는 장비인만큼 가장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엔진자체가 레드라인이 8000rpm 부터 그어지는 고회전형이란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크 제어 센서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고급휘발유를 쓰지 않아도 되는 또하나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원한 가속력은 엔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변속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SMG2 는 편의성과 성능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 스포츠 드라이빙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동의 성능과 연비, 즉답성을, 자동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자동 혹은 수동을 몰고 있는 운전자는 부러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오토미션을 장착했던 박스터, 수동미션을 장착한 투스카니를 각각 몰아봤었는데 어느쪽을 몰건 다른쪽에 대한 미련이 항상 남았었고 그 최종 해답은 역시 SMG 라고 생각한다.
물론 SMG 에도 불편함은 있다. SMG 라고 해도 기어가 완전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기계가 대신 클러치를 밟아주는 것이다보니, 변속충격이 자동보다 훨씬 크다. 기어간의 속도차가 많은 저속일수록 변속을 하고 변속충격이 없어지는 데에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체감적으로 1초가 넘는다) 처음에는 ‘뭐야, SMG 는 0.15 초만에 정확히 변속을 할 수 있다더니 이거 사기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rpm 이 어느정도 올라간 상태에서는 확실히 0.15초만에 변속을 해주는 것이 맞다. 어쨌든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진 상태가 되면 적응이 가능한 사항이긴 하지만 SMG 가 아주 완벽한 장치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또하나 만만치 않은 불편함은 의외의 상황에서 발생하는데, 바로 발레파킹을 하게 될 때이다. 주차장에서 관리인이 대신 주차를 해주기 위해 앉고 나면 거의 대부분 3초 이내에 낭패한 관리인의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레버는 수동같이 생겼는데 클러치는 안 보이고, 레버도 수동식으로 움직이려고 하면 움직이지가 않는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장치이니 곤혹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발레파킹을 하는 아저씨에게 SMG 의 사용법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해주거나 직접 주차를 하던가 해야 한다. (그런데 주차관리인에게 ‘이차는 좀 특별하니까 다루기 어려우실거에요’ 라고 얘기를 하면 대부분 ‘아 나도 다 운전할줄 안다’ 하는 식의 재수없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_-;;;)
드래그 배틀을 하게 되면 차의 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악셀과 클러치를 조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SMG 는 그런 능력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냥 타이밍에 맞춰 악셀만 밟으면 끝이니까.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드래그에서 지지 말라고 BMW M 에서는 SMG 에 Launch control 이란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느정도 rpm 이 올라간 상태에서 클러치가 물려지게 만들어서 출발가속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능인데, 쓰고나면 부품에 상당한 부하가 간다고 하여, 한번 쓰고 난 이후에는 일정시간동안 쓰지 못하게 막아놓게 되어있을 정도다. 필자도 아직 시험해본 적이 없다. 단지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여유로 여기는 것이 좋지 않은가?
어쨌든 7000rpm 이상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중에 패들쉬프트나 팁을 조작해서 변속하는 느낌은 정말 최고다. 이건 말로 설명이 안된다. 타봐야 안다. 오죽 신나면 일부러 다시 속도를 줄이고 다시 가속하면서 또 변속을 하겠는가?
가장 기대이상이었던 부분중의 하나는 핸들링이다. 기존에 MR 구성인 박스터를 타면서 ‘박스터의 핸들링이야말로 최고다. FR 차는 따라올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고정관념은 SL600 의 핸들링을 체감하고 난 이후에 M3 를 타면서 또한번 깨져버리게 되었다. SL600 은 ABC 라는 첨단 장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곤 해도 M3 의 날카롭고도 묵직한 핸들링 감각은 새삼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프로레이서 요르그 뮬러의 M3 시승기에서도 나타나있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횡가속력을 견뎌내는 M3 를 주행 라인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상당히 거친 노면을 지나갈 때에도 의외로 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덕분에 꾸준히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승차감도 그다지 괴롭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DSC 가 틈틈이 간섭하여 운전자를 위험상황에 빠뜨리지 않게 도와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롤링? 별로 없다. 피칭? 역시 별로 없다. 승차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튜닝 쇼바의 통통튀는 싸구려틱한 느낌은 아니다. 시트의 차이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잔진동은 박스터보다 많이 흡수하는 느낌이다. 박스터는 어느정도 부드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지면을 정직하게 읽어주는 맛이 있는데 이것은 정통 스포츠카라면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고 할 것이다. 다만 그런 스파르탄한 요소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출력이 두고두고 콤플렉스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는 덜 스포츠카 같은 맛을 주면서 오히려 더 스포츠카다운 성능을 제공하는 m3 의 모순적인 메리트가 부러울 수 밖에 없었던 걸까. 그럼에도 노면의 충격이 핸들로 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박스터보다 적다. 박스터 같은 경우는 한손으로 몰기 어려웠는데 (계속 꽉 잡고 있어야 한다) 이 경우는 그정도는 아니다. 다만 핸들이 뻑뻑한 정도는 비슷해서 턴을 많이하려면 두손으로 돌려야 한다.

브레이크에 대해서도 별 불만이 없다. 박스터에 장착된 브렘보나 투스카니에 장착했었던 만렘보(에쿠스 포피)에 비해 손색이 없다. 아직은 급브레이킹을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이기도 하고 아직 길들이는 중이라 페이드가 심한지 약한지는 알 길이 없다.

지금까지 찬사 위주의 평을 썼는데, 확실히 그렇다. M3 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의 퍼스트카로는 당분간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증거라면 국내나 일본 같은 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고 M3 의 가격대를 확인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3 에게도 몇가지 불만사항이 존재한다.

첫째로, 리모콘 키가 RF 방식이라는 점이다. RF 방식은 TV 리모콘과 같은 방식이라서 방향을 탄다. 즉, 약간이라도 수신부 (앞쪽 실내 백미러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를 벗어난 방향이나 가려진 곳에서 리모콘을 누르면 문이 열리거나 잠기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둘째로, 최신식의 전자편의장치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키레스고나 MP3 지원 오디오, 시트 에어컨등이 그렇다. 퍼스트카라면 꼭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다. 덤으로 바란다면 좌우분리식 에어컨, 디스트로닉, 시트 안마기능 등도 있으면 좋겠다.
셋째로, 시트를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울릴만큼 충분히 낮출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시트가 낮을수록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람보르기니처럼 누워서 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박스터나 하다못해 투스카니정도만큼이라도 시트가 낮춰질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넷째로, SMG 오토매틱 모드의 변덕스러운 조작이다. 언덕길에서 2단으로 천천히 가고 있는데 멋대로 1단으로 바뀌었다 다시 2 단으로 갔다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상당히 짜증을 유발한다. 앞에 차가 있는데 더 밟을 수도 없고.
다섯째로, 앞좌석에 컵홀더가 없다! 컵홀더가 있긴 한데 뒷좌석의 가운데 팔걸이를 펼치고 열어야 나오는 위치에 있다. 박스터도 그렇고 slk 도 그렇고 언제쯤이나 제대로 컵홀더가 달린 차를 타볼려나. 쩝……

이러한 불만사항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M3 가 최고의 퍼스트카라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이제 필자에게 남은 행복한 고민은 과연 어떤 차를 세컨드카로 고를까이다. (물론 그 전에 M3 의 할부대금부터 갚아야겠지만)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