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보면 스타크래프트 옛날버전에 대한 스크린샷 모음들이 올라와있다.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했지만,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미국식 프로페셔널한 게임제작방법의 핵심기법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내가 스샷을 보면서 확인한 2 가지 요소는 이렇다.

1. 최대한 빨리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게임성을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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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만들때 '그래픽과 프로그램 사운드 시나리오를 모아서 다 되면 출시한다'라는 방법은 프로페셔널한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너무나 부족한 방법이다. 제대로 된 대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성이 처음부터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검증되어야 하고 그 이후부터 살을 붙이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토타입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일단 돌아가게 해 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게임의 핵심 포인트를 갈고 닦는 것이 게임의 성공을 좌우하는 최대요소라고 할 수 있다.
초반 스샷을 보면 워크래프트 엔진에 얼기설기 CGA 틱한 그래픽으로 유닛 그래픽들을 만들어놓은 것들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돌아가는 엔진에 최대한 빨리 만든 덜 다듬은 그래픽이라도 붙여서 (난 블리자드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저런 수준의 그래픽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돌아가되, 스타크래프트의 특징인 '우주전쟁'이라는 테마와 3종족의 대결을 최대한 빨리 시험한다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 저정도면 매우 훌륭한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프로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일 뿐이다. 영화에서 도시배경을 찍기 위해서 판자로 집의 앞면만 만든 가건물과도 같이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한번 쓰고 버릴 것에 너무 많은 정성을 기울이느라고 프로토타입의 완성이 늦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2. 프로토타입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지속적인 검증과 보강피드백으로 진정한 완성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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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술적 기반이나 경험이 부족한 회사의 경우에는 돌아가는 버전이 완성된 것만으로 이제 그래픽과 시나리오, 사운드만 더 넣으면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케쥴을 만들고, 퍼블리셔도 그것을 중심으로 성급하게 마케팅활동을 개시한다. 하지만 게임이 플레이가능해진 것은 이제 프리프로덕션이 끝나고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들어간 것을 의미할 뿐이다. (프리프로덕션의 종료는 대체로 게임 개발 전체공정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덕션이 2/4 와 3/4 를, 포스트 프로덕션이 4/4 를 차지하는 비율이 이상적이다)
게임 잡지나 웹진들을 보면 이달에 출시된 게임들에 대해 리뷰를 하고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그 점수들은 구매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게임들이 요란한 포장을 하고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자원낭비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만약 기자들이 게임이 출시되기 이전에 점수를 매겨서 다시 시간을 들여 고칠 기회가 있었다면 훨씬 이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경험이 부족한 개발사들은 그런 것을 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A 급 개발사들은 그런 것을 한다. 실패작을 만드는 개발사의 출시연기와 성공작을 만드는 개발사의 출시연기는 너무나도 성격이 다른 것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리뷰어들에게서 모든 부문에서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을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장인정신만이 명작을 만드는 비결인 것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