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의 사소한 디테일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 디자인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 디테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디테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에겐 정신적 아토피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쓰는 물건에 사소한 불편사항이 있으면 그걸 그냥 그렇다보다 라고 생각하고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 부분이 신경에 거슬린다.


나는 지금껏 내가 탄 자동차에 대해 만족한 적이 없다. 만족을 못하게 하는 원인은 대부분 디테일한 것이다. 지금껏 내가 탔었던 차에 대한 '사소한' 불만들을 나열해보자면..

Porsche Boxster : 에어콘을 끄려면 항상 풍량조절을 여러번 연타해서 꺼야 한다. 한번에 에어콘을 끌 수가 없다.

BMW E46 M3 : 자동차의 문을 열고 잠그는 리모트 키의 버튼이 적외선 방식이라서 자동차 앞유리의 특정지점을 향해 정확히 키를 누르지 않으면 차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시동키의 문 열기/잠그기 버튼이 한 버튼으로 되어 있어서 누르다 보면 열렸다가 다시 잠기기도 한다. 차라리 그냥 열쇠로 열고 잠그는게 편하다.

기아 오피러스 : 서스펜션의 모드를 변경하는 버턴 (Normal/Sport) 을 눌러서 변경하고 나도, 시동을 껐다 켜면 모드는 항상 노말모드로 돌아간다. 오피러스 서스의 노말모드는 그야말로 물침대수준이고, 스포츠를 켜면 좀 낫다. 왜 모드가 유지되지 않는걸까?
에어콘에는 공기순환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모드가 있다. 보통 상태에는 외부의 바람이 유입되게 하고, 터널이나 앞에 매연을 내뿜는 차가 있을 경우에는 외부의 바람이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똑똑한 모드이다. 그런데 에어콘의 '자동' 버튼을 누르면 공기순환모드가 '자동' 에 있더라도, 외부 유입 모드로 강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제대로 자동으로 바꾸고 싶으면 에어콘의 자동 버튼과 공기순환모드 자동 버턴을 한번 씩 더 눌러줘야 한다.

Lexus IS250, BMW M6 : MP3 오디오를 랜덤모드로 전환해놓은 상태에서 다음곡 버턴을 누르면 다음 랜덤곡이 나오는게 아니라 리스트 상의 다음곡이 나온다.

Porsche 997 4S : PCM 의 오른쪽 노브를 돌리면 다음곡 (SEEK)이 나오는게 아니라, PCM 의 서브 메뉴 중 다음을 선택한다. 버턴이 이렇게 많으면서 기본적인 기능을 이렇게 하기 힘든 시스템은 세상에 보기 드물다. PCM 은 신형 페이스리프트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바뀌면서 대폭 좋아졌다. 하지만 이상한 방식의 PDK 기어체인지 레버라는 문제점이 새로 생겨났다.

대부분의 BMW 들 (미니쿠퍼 포함) : 운전대에 달린 깜빡이 레버를 내가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려고 꺾어놓으면 보통 차처럼 꺾인 상태가 유지되는게 아니라 전자식으로 유지된다. 문제는 이걸 취소하고 싶으면 매우 비직관적인 조작을 해야 한다.

BMW 의 iDrive : iDrive 콘트롤러는 4방향 조이스틱같은 움직임에 왼쪽 회전, 오른쪽 회전 기능이 들어있다. 회전기능을 쓸 때 콘트롤러의 떨림에 의해 내가 메뉴의 범위 안에서 움직일때는 손에 딸깍딸깍하는 진동을 전달해주고, 메뉴의 범위 밖으로 움직이려고 할 때에는 손에 반응을 주지 않는 식으로 피드백을 주는데, 문제는 이 피드백에 Lag이 많고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현결과물의 완성도는 매우 낮아서, 안하니만 못한 것이 되었고, 모든 자동차 컬럼니스트들이 입을 모아 iDrive 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후방감지기의 화면이 이상한 그래픽으로 나타나는데, 그래픽이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비직관적으로 되어 있어서 보기 힘들기만 하다. 이에 비하면 닛산의 올라운드뷰는 정말 제대로 만든 장치다.

기아 모하비 : 아랫급 소렌토R 에도 달려나오는 통풍시트 옵션이 없다.

현대 투스카니 2.0, Ford Mustang GT, Nissan 350z : 수동 몰아보려고 샀었던, 워낙 편의 옵션이 없었던 차라 별로 쓸 말이 없음

Mercedes Benz C63 : C63 의 시트는 매우 깊숙한 타입의 버킷시트라서 타고내릴때마다 엉덩이 골반이 핸들과 시트 버킷의 중간에 끼게 된다. 승하차시 핸들의 높이를 위아래로 조절해주는 Easy Entry 라는 기능이 있긴 한데, 이 기능은 핸들의 높이만 조절해주고, 핸들의 앞뒤 깊이는 조절해주지 않기 때문에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시트를 앞뒤로 조절해줘야만 한다.

Mercedes Benz MyB : 시트와 사이드뷰 미러의 포지션을 기억해놓는 기능이 없다. 자동주차시스템같은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싸고 쓸모가 많은 기능인데 없다. 마누라가 타다가 내가 탈 때에는 항상 모든 미러 위치를 손으로 맞춰야 한다. 뒷좌석 문을 못 열도록 운전석에서 잠궈놓는 기능이 없다. 뒷자리에 탄 아기가 도어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차가 달리는 중에도 바로 차문이 열려버린다. sm5 같은 차만 해도 있는 기능이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 : 차가 후진기어를 넣었을 때 미러를 아래쪽으로 접어주는 기능이 없다. 차 문을 잠그면 미러가 자동으로 접어지는 기능이 없다. 차가 앞머리가 넓고 긴 것에도 불구하고 전방감지기가 없다 (뽑은지 3일만에 주차하다 조수석쪽 앞 휠 긁음). 오디오를 랜덤모드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네비게이션 화면이나 전화화면으로 갔다가 돌아오면 랜덤모드가 풀려있다.

그 외에 구입을 고려하였다가 시승후 포기한 차

포드 몬데오 : 연비도 좋고, 통풍시트도 있고, 무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데, 블루투스 핸드폰 연결은 지원하지 않는다.

폭스바겐 차들 : 국내용으로 맞춰서 나온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차에 장착되서 나온다. 블루투스, mp3, 국산 내비게이션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문제는 소프트웨어의 반응과 조작감이 너무 느리다. 예를 들어서 음악듣는 모드에서 네비 모드로 넘어갈 때에 당연히 즉각적으로 화면이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드간 전환의 체감시간이 상당히 길어 완성도가 낮게 느껴진다.



내가 위에 언급한 사항들은 사실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고, 디자이너가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방식을 바꾸거나, 버튼을 추가하거나, 메뉴에서 옵션을 하나 더 넣어주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