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많이 나누는 토론주제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지금까지 몇가지의 게임을 만들어오면서, 사람들과 의논을 거듭하면서 내렸던 필자 나름대로의 중간결과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의 견해는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다만 만드는 사람에게 참고의 역할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소개하는 것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말하건데, 난 내가 늘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떤 게임이 좋은 게임인가? 라고 물어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대단한 비법을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재미있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

재미있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아마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뭔가 가시적이면서도 결정을 내릴때 참고가 될만한 답이 없을까 생각해본 것이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Impress-Motivate-Connect 가설이다. (줄여서 IMC 가설로 한다. 누가 딱히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므로 가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IMC 가설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플레이어는 게임으로부터 새롭거나 흥미를 유발시키는 어떤 인상(Impress) 을 받게 되면서 게임에 접근하게 되고, 게임이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Motivate) 하게 되면서 게임에 몰두하게 되고, 그렇게 게임에 몰두하게 된 유저와 유저간의 관계(Connect) 가 형성되면서 부차적인 재미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Impress, Motivate, Connect 는 순차적으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Impress 와 Motivate, Connect 는 모두 재미와 관련된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순차적으로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Impress -


일단 그래픽이 구리면 Impress 에서 점수가 대폭 깎이게 된다. 하지만 정말 Impress 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그래픽이 구리냐 좋으냐를 떠나서 구성이 새로운가 새롭지 못한가가 중요하다. 인간의 감성은 언제나 새로운것, 새로운조합을 찾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유행했던 홍콩에서 제작된 플래쉬 무비중에 보면 동그라미와 작대기만을 이용해서 주인공이 갱단이 있는 아지트에 들어가서 각종 무술과 무기를 이용해서 적들을 때려눕히는 무비가 있었다. 아마 제작자가 xiao 라는 닉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림 한장한장이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구성이 새로왔고, 플래쉬로 그런걸 본 기억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Impress 에서 높은 점수를 땄고, 실제로 많은 인기를 얻어 후속작들도 나왔었던 것들로 기억한다.

또 다른 일본 계열의 플래쉬중에 아스키 문자만을 이용해서 음악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든 시리즈가 있었는데, 역시 그림 자체가 구리다 예쁘다를 떠나서 새로움(아이디어)과 근성(음악과 싱크를 맞추면서 많은 프레임의 텍스트 캐릭터를 디자인 한 것)의 조화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래에 온라인 게임이 많이 발표되면서, 개성을 잘 살린 작품도 다수 나왔지만 많은 게임들은 게임 시스템을 논하기 전에, 스크린 샷 몇장을 보고서는 어떤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게임들이 많이 나와있다. 필자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최소한 라그나로크는 스크린샷을 봐서는 다른 게임과 구분이 가능한 게임에 속했고, 그것이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분위기 자체가 전혀 새롭지 못하다면 아무리 완성도를 높이더라도 아류로 인식될 수 밖에 없고 첫단추를 잘못 끊게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모든 게임이 다 새로울 수는 없지만, 당신의 팀이 만드는 게임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현재 당신이 만드는 게임이 스크린샷을 놓고 봤을때 기존의 게임과 비슷해 보인다면, 기존게임에 비해 최소 2 배 이상의 완성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생각을 다시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르게 보이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차별화되지 않으면 플레이어에게 어떤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이미 한달에도 수십수백개의 신작 게임을 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 우리 게임은 온라인 게임인데, 일단 2 디로 만들기로 했고, 캐릭터 디자인은 인력 구성상 3디를 렌더링해서 쓰기로 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익숙한 유저인터페이스를 제공하다보니까 비슷하게 된거지, 누가 베끼고 싶어서 베꼈겠느냐?'

나라면 이렇게 답변해주고 싶다.

'정말 그렇다면 기본 해상도를 1024*768 로 놓는다던가 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모양이나 느낌을 달라보이게 하십시오. 고사양 유저들에 특화된 게임으로서도 기억에 남는게, 완전히 잊혀지는 것보다는 나을겁니다'

해상도 얘기를 예로 든 것은 단지 예에 불과하고, 아이디어를 짜다보면 더 많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I-M-C 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만큼, 최초에 아이디어를 짤때도 순차적으로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아나가라는 것이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Impress 를 줄지를 생각하기 전에, Connect 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 예를 들면 '음.. 길드는 이런 식으로 활성화시켜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만든 게임을 발표하기 전에 게임 잡지나 웹진 기자에게 솔직히 말해달라고 하고 물어봐라

'우리 게임 스크린 샷을 이번달 나오는 게임들 스샷사이에 놓고 봤을때, 그림만 보고 이름을 금방 맞힐 수 있습니까?'

대답이 머뭇거리거나 부정적이라면... 출시를 6 개월정도 미루는 것이 나을 것이다.


- Motivate -


'우리 게임의 특징은 높은 자유도입니다'

솔직히 말하건데 나도 이렇게 말했던 적이 많이 있다. 하지만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위대한 게임은 항상 플레이어를 지배한다. 플레이어에게 언제나 새로운 동기를 부여한다.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부여해주지 못하는 게임은, 오래된 연인과도 같이 의무감으로 대하는 대상이 될 뿐이다.

동기 부여가 무엇인가? 당신으로 하여금 뭔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 의 내용은 물론 때에 따라서 늘 달라질 것이다. 전직을 하기 위해서 버섯을 몇개 모아라, 칼을 사기 위해서 돈을 얼마를 모아야 한다. 어떤 어떤 장비를 갖고 어디에 가야 어떤 퀘스트가 벌어지니까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마을에 현상금이 붙은 플레이어를 때려잡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뭔가 움직일 이유를 주는 것이다.

동기부여를 하는데 중요한 방법이라면,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순차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라는 것은 충분히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이 왕국의 지배자가 된다', '이 세계를 구원한다' 라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한다는건데?' 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어느 마을에 가서 누구를 찾는다' 라는 목표는 충분히 구체적이고, 그걸 달성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동기부여가 없거나, 약한 동기밖에 부여하지 못한 게임은 게임 자체로서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라그나로크 일본서버에서는 그런 일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걸 관찰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모든 게임이 Connect 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Motivate 는 Motivate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

Motivate 의 중요한 요소는 '도전' 과 '보상' 이다. 도전의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컴퓨터에게 도전하는 것,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전하는 것.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전하는 경우는 도전보다도 경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어쨌든 큰 의미에서 보면 도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도전의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도전의 방법이 단순화되었을때는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버리거나, bot 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아이템을 찾는 것, 레벨을 올리는 것, 각종 공식을 암기하는 것, 시간을 투자하는 것(폐인모드), 전략적 판단이나 전술적 판단을 하는 것(스타, 유닛 조종), 손조작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 (광대쉬, 초풍 3연발), 길을 찾아가는 것(미로찾기) 모두 도전의 방법중 하나이다.

도전을 했으면 보상이 뒤따라야만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여자친구랑 같이 플레이 하면 재미없던 게임도 재미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게임 자체에서는 보상을 안해주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여자친구가 '와' 하고 환호해주면, 보상을 받은걸로 느껴질 수도 있다. 댄싱 게임을 할때 어려운 곡을 깰때 뒤에 갤러리가 몇명 있느냐에 따라서 오백원의 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오락실에서 격투게임을 하면서 상대가 나에게 졌을때, 거칠게 동전을 투입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보상은 중요한 것이다. 멋진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 멋진 음악을 들려주는 것, 내가 강해졌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앞으로의 진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 내 족적을 다른 이들이 알게 해주는 것, 시나리오상에서의 내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 등등 모든 것이 보상이 될 수 있다.



- Connect -



이 분야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기 전에는 간접적으로만 체험할 수 있었던 분야이다. 예를 들면 오락실에 가면 늘 만나는 친구끼리 친해진다던가, 배틀팀을 만든다던가, 그래서 도장깨기식으로 오락실들 점령하고 다닌다던가 하는 활동들은 게임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하지만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은 이 부차적인 활동을 게임성으로서 직접 포함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당신의 고객들이 계속 당신의 서비스를 사용해야 할 중요한 이유를 만든다는 것.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Connect 로서의 재미 이전에 Motivate 로서의 재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 또 Motivate 이전에 Impress 로서의 재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