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그러니까 90 년대 초반에 난 pc 통신 하이텔에서 주로 활동을 많이 했었다. 그때에는 생활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pc 통신에 푹 빠져있었고, 주로 많은 활동을 한 곳은 게임제작동호회와 셈틀가락(애드립 동호회) 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 직, 간접적으로 함께 일하고 사람중 상당수가 그시절 동호회에서 잘 알던 선후배 혹은 친구들이니 참으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중에는 직접 만나본 사람도 많지만, 직접 만나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십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화제에 오르곤 하는 사람중 대표적 인물이 셈틀가락의 sloppy 님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셈틀가락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셈틀가락은 주로 AT나 386 pc 에 거의 표준으로 장착되어있던 애드립 계열 음악카드용 곡, 그러니까 mp3 이나 미디음악이 아닌 ROL 파일이나 IMS 등 11 중 화음이 지원되는 FM 계열 음악들을 기존의 가요를 따서 만들거나, 편곡 혹은 자작곡을 만들어서 공유하던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당시만해도 미디라는 것은 거의 접하기 힘든 귀한 장비중 하나였고, mp3 같은 포맷은 있지도 않았던 시절에서 pc 로 음악을 듣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애드립 음악이 전부였었다. 그런데 pc 가 많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pc 를 가지고 가정용 노래방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용도 (ex:옥소리 노래방)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가끔씩 누군가 심심해서 rol 파일 제작기로 만들어 올린 노래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던 시절, 애드립 pc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동호회가 생겼으니 이것이 셈틀가락이다.

이 동호회는 단순히 남이 만든 자료를 도둑질해서 공유하는 와레즈같은 모임이 아니라 직접 음악을 만들어서 올리는 사람들의 모임인 만큼 상당한 전문성도 있었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만큼 사람들의 개성도 다양했다. 지금 게임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TeMP 팀이라던가 기타 게임음악을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셈틀가락 혹은 빔스(미디 동호회)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그 당시의 활동중 하나는 새로 유행하는 가요가 뜨면 누가 더 롤 파일을 잘 만드나라던가 남이 만든 음악에 대해서 평을 하거나 하는 것이 많았는데, 그중 독보적인 퀄리티의 곡을 아주 이따금 올리면서도 거의 잡담란이나 오프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sloppy 씨였다. 기억나는 한글이름이 아마 '석봉'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 다음은 2 부에서 -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