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대해 어느정도 이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어떤 분야에 대해 디테일한 일부 측면들을 이해하거나 경험한 적은 있지만, 전체적인 안목이 없는 사람

2) 전체적으로 이런 것이다 추상적인 수준의 이해는 하지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해본 적은 없는 사람

3) 전체적인 안목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아는 사람


1)번의 사람은 지도를 보는데, 크게 확대된 지도 (가령 네비게이션에서 50m단위) 만 보면서 길을 찾는 셈이다.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알고 있지만, 큰 단위의 판단이나 방향 설정은 시간이 아주 오래걸리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체지도를 보지 않고 최고 디테일 레벨 지도만 스크롤해가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해보라

2)번의 사람은 반대로 축소된 지도 (10km이상 단위) 밖에 없는 셈이다. 어떤 분야의 개략적인 구조, 전체적인 방향은 이해하지만 세부적인 실행에 있어서는 상당부분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상태이고 그때그때 부딛혀봐야 아는 상태이다

3)번의 사람은 지도를 자유자재로 확대, (이왕이면 스무스한 DeepZoom)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예전에 GE의 잭 웰치 회장의 후계자로 임명되어 현 GE의 회장으로 일하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진정한 리더는 고공비행과 저공비행을 언제든지 오갈 수 있는 시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전체적인 시각과 세부적인 사항의 연결이 부드럽고 자유자재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복수개의 안이 머리속에 저절로 떠오르고, 어떤 문제를 보면 복수개의 해결방안이 저절로 머리속에 떠오른다.  '바로 떠오른다'와 '복수개'라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그 두가지가 업무추진력의 키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복수개의 길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정보를 보충해서 더 최적화된 안을 도출할 수도 있고, 한가지 방식을 하다 막히면 바로 다른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1번의 경우는 이미 모든 프로세스가 다 갖춰진 회사에 들어가서 상사들에게 지도와 조언을 받아가며 자기 분야의 일까지 하는 수준의 사원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타입이고, 2번의 경우는 책으로 보거나 주워들은 것은 많은데 실제로 해본 실행경험은 별로 없는 사람의 경우 찾아볼 수 있는 타입이다. 3번은 오랜시간을 걸쳐서 직접 자기 손으로 많은 실패와 성공을 해서 그 지식이 생생하게 갖춰져 있고, 때로는 그 분야 이상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지식을 발견한 이른바 '아웃라이어' 스타일의 사람이다.

3번의 사람은 전체적인 구상능력도 강하지만 잡무에도 강하다. 때로는 잡무를 자기가 떠안아서 하고 있는 일중독 증상을 보일 때도 있다 1번의 사람도 잡무를 시키면 할 수는 있지만, 1번은 반복되는 잡무만 잘 할 수 있는 반면, 3번은 매번 새로운 형태의 잡무도 잘 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2번은 잡무는 안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사실은 못하는 사람이다.


그냥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네비게이션과 게임 프로듀싱의 관계에 대해 불현듯 떠오른 내용을 적어둠.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