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본 적도 없고, 지구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을 사람이, 누구보다도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본 듯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가?


알랭 드 보통을 처음 읽은 건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였었다. 그 때는 그냥 사랑에 대한 많고 많은

책 들중의 하나겠거니 하고 첫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알랭 드 보통을 알게 된 것은 서점에서 '불안'을 집어들었을 때였다. 남들이 날 볼 때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사실 항상 불안감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이다. 어쩌면 경영자의 숙명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그런 성격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의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관찰한 글들과 그 관찰이 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많은 고전 들의 인용, 간간이 배어나오는 독특한 위트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불안이 위안으로 바뀌는 느낌,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 실은 내 마음 속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일상을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관찰한 또 다른 예는 오x도스 사이트의

다이어리와 여행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후로 자연스럽게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들 (여행의 기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행복의 건축, 일의

기쁨과 슬픔) 을 읽으면서 웃고, 공감하고, 곰곰이 생각한 시간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좋았던 구절, 단락, 챕터들은 숱하게 많다. '일의 행복과 슬픔'에서 직업상담사 시먼스가 자신의 아버지

였다면 좋았겠다라는 상상을 하는 부분이나, 심리학적으로 디자인된 비스킷에 온갖 푸념의 묘사를 하다

비스킷을 입에 넣은 순간의 느낌, 사막에 널부러진 비행기를 관찰하고 싶어서 관리인에게 돈을 건내는

부분등등.. (뭐 이런 식으로 언급하자니 아무 느낌도 전달이 안되겠지만)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