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형 컨텐츠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작업자를 필요로 한다. 모든 작업자가 천재여야만 천재적인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모든 작업자가 천재인 것이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 새로워야 하고, 차별화되어야 하고, 앞으로 나타날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제작자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다.

이것을 어떻게 좀 더 프로세스화 할까 생각해보다가 IDVS (Imagine-Differentiate-Visualize-Synchronize) 수칙으로 형식화해 보았다. SWAN (Smart-Workhard-Ambitious-Nice) 수칙이 팀원 개개인의 기본을 규정하고, IMC(Impress-Motivate-Connect)가 성공적 컨텐츠 비즈니스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면 IDVS는 이상적인 기획력의 한 형태를 제시한 것이다.



1. Imagine - 상상하라
창의적 컨텐츠의 시발점은 바로 기획자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단순히 태어날때 부터 주어지는 천부적 능력이 아니며, 후천적인 사고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상상은 단순히 허무맹랑한 공상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아무런 개연성없는 랜덤한 공상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뭔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상이 가치있는 상상이다.

상상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현대의 기술진화와 사회적 변화에는 너무나도 많은 급진적 요소가 나타나기 때문에 몇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힌트가 존재한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 지나게 되었을때 변하지 않게 확실히 알 수 있는 요소가 몇가지 있다. 예를 들면 출산률의 변화를 통해 앞으로 몇년후 인구의 연령별 분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다. 많은 언론 매체에서는 출산률 저하를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오늘날의 게임 유저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가 20대 초반이라고 한다면 (그라나도 에스파다 클베 계정 모집 결과) 10년 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팀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즐겨하는 편이다.

'앞으로 5년후 당신은 어떤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것 같은가? cpu의 속도는? vga의 처리능력은? 화면의 해상도는? 램은? 인터넷 속도는?'

'앞으로 5년후 운영체제의 모습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마우스나 키보드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앞으로 5년후 네이버나 구글 같은 포탈 사이트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예를 들어 컴퓨터의 발전속도는 무어의 법칙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필자가 사용하던 컴퓨터는 셀레론 300Mhz였다. 5년이 지난 지금은 P4 3.0Ghz이다. 5년동안에 약 10배의 성능향상이 있었다.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최소 10배 이상의 성능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VGA의 성능은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악튜러스를 만들 당시 집 한채를 짓는데 쓴 폴리곤은 300 폴리곤 정도였다. 그라나도의 경우 3000 폴리가 기본이다.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30000 폴리를 써서 집 한채를 짓게 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텍스춰 해상도 역시 128*128 몇장을 벌벌떨면서 쓰던 옛날에서 지금은 1024*1024 를 방만하게 쓰고 있다. 앞으로는 4096 정도는 우스워질 것이고, 면 하나에 멀티 텍스춰링이 옛날 1단계, 지금 2-4단계 (디퓨즈, 알파, 라이트맵, 스페큘러) 에서 앞으로는 기본 16단계로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어떤가? 2000 년쯤 쓰던 휴대폰과 지금쓰는 휴대폰을 비교해보라. 며칠전에 팀원이 DMB휴대폰을 가져온걸 봤는데 한달 만얼마로 동영상 방송이 잘 나온다. 집의 케이블 tv에서 온게임넷이 안나와 스타 중계를 못보는 나로서는 질러볼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마찬가지로 5년후 모바일 기기의 성능과 활용성은 어떨까? 상상력을 자극해보라. 원래 상상에는 기본건더기가 필요한 법이다.

이런 많은 기술적, 사회적 변화의 요인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은 막연한 상태에서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좋을까 생각하는 것에 비해 훨씬 질적으로 충실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부분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다면 2015 What's next 라던가 2010 대한민국 트랜드 보고서 같은 류의 책들을 추천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에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

또는 상상이 잘 안된다면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한가지 자극제가 된다. 5년전, 10년전의 잡지책을 꺼내 읽어보아라. '이 시대에는 왜 사람들이 이런 폰트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까? 정말 옛날 잡지는 편집이 허했구나.' 부터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가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항상 상상하는 습관을 가다듬어야 한다.



2. Differentiate - 차별화 하라
내가 상상한 것은 남들도 상상할 수 있다. 당신의 컨텐츠의 성공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별화라는 제련이 필수다. 안전빵을 기대하지 마라. Safe is Risky 라고 외치던 퍼플 카우를 기억하라.
남들의 의견에 대해 부정적 멘트를 달거나, 폄하하거나, 안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쉽게 굴복해서는 절대로 당신만의 무언가를 만들 수 없다.
그라나도에서 mcc 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RPG의 시초부터 있어왔던 아주 흔한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다른 게임들이 mcc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원래 mmorpg가 그러니까' 라는 심리적 관성도 있겠지만, '서버의 부하와 네트웍 부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동접자가 1/3으로 줄지 않느냐?' 라는 등의 반론도 많았다. 그러한 반론에 대해 고려해보되, 당신만의 주관을 가지길 바란다. 필자의 경우 서버 부하나 네트워크 부하의 경우에는 mmorpg에서 몬스터를 2-3배로 스폰시키는 것에 비해 mcc가 치명적으로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끝까지 mcc를 고수할 수 있었다.
역발상을 생활화하라. 필자의 홈페이지는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다. 요즘 세상에 텍스트 온리 페이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필자의 홈피는 방문자도 많고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ge의 홈피에는 플래쉬로 된 게임소개가 없지만 매우 활성화 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당신만의 광기, 당신만의 문제점을 소중히 여겨라. 그것이 당신을 살려줄 날은 반드시 있다.

테크모의 팀닌자의 프로듀서 이타가키 도모노부 선생의 말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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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가키: 기획이라는 포지션은 있을 듯 싶으면서 없습니다.
아까 90의 상식이라고 했습니다만,
요컨대 제작의 9할은 일정한 지식과 지성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중요한 건 나머지 1할의 광기. 그 사람 밖에 갖고 있지 않은 블랙 박스가 만들어내는 독창성이죠.
광기라고 흔한 표현으로 말하면 그 뿐입니다만,
2005년 현재. 1억 2천만명이 사는 이 일본에서 멋지게 미친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그 독창성을 타인에게 파는 게 엔터테인먼트고, 그걸 알아야 비로소 게임 디자인, 기획인 겁니다.
...
몇 사람 쯤은 제가 말하는 걸 진지하게 읽고 있는 독자도 있겠죠.
그 사람에게 말한다면 네 날카로운 이빨은 대체 뭐냐는 겁니다.
그것 뿐이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네 날카로운 이빨을 보여줘 봐라는, 정말 그저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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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isualize - 시각화 하라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오른 상상 자체로는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한다. 상상은 시각화될때 비로서 영혼이 육체에 결합되듯 하나의 생명이 된다.
어떠한 개념을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각화보다 좋은 것이 없다. 예를 들어 ge의 프로테스터 오리엔테이션에서 imc가 바라는 프로테스터의 모습을 설명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냥 테스터 임무조항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별다른 임팩트를 주기 어렵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든 운영팀장과 나는 위의 역발상과 시각화를 이용해서 임팩트를 주기로 했다. 바람직한 프로테스터의 모습 대신에 바람직하지 못한 프로테스터의 모습을 타사 홈페이지의 혼잡한 모습을 캡춰해서 보여주는 것으로써 임팩트를 주었다. 시연회장에서 그 프리젠테이션을 틀었을 때에는 사람들의 폭소와 함께 즐겁게 프로테스터의 임무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신의 상상력은 늘 시각화를 필요로 한다.

당신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회사에 사표를 던지기 전에 한번 상상해보라.
오늘 밤 자정이 지나는 순간 뭔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라. 그래서 내일 아침 출근을 했더니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회사' 로 당신의 사무실이 변했다고 상상해보라. 그 이상적인 사무실의 정경을 상상한 것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시각화 할 수 있는가? 그 이상적인 모습과 현재의 모습의 차이를 명쾌하게 지적할 수 있는가?

국부론의 작가 애덤스미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개인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가 언제 행복한지 부터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에너지가 된다.

당신의 사무실이 완벽하게 이상적인 사무실이 된 모습을 상상하라. 당신의 여자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벼락을 맞고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여자친구로 변신했다고 상상하라.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어 돈벼락에 맞아 100억의 현찰이 생겼을 경우를 상상하라. 5년후 펜티엄7 30기가 헤르츠 쿼드코어 cpu를 장착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라




4. Synchronize - 동료들과 상상을 공유하라
혼자서만 멋진 상상을 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아깝다. 지금 즉시 당신의 동료들을 찾아가 당신이 생각해낸 멋진 상상에 대해 묘사하라. 가능하다면 그림이나 퍼와서 합성한 사진, 포스트잇 같은 프로토타이핑 재료로 만들어낸 간단한 자료들을 사용하라. 당신의 동료는 당신의 머릿속은 들여다볼 수 없지만, 당신이 제시한 시각화된 결과물은 들여다 볼 수 있다. 멋진 상상을 하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즐겁고 흥겨운 일이다. 당신의 상상을 보여주고, 남의 상상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뭔가를 시작하라.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