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일을 하면서

항상 잊지 말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라는

목적(Goal)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목적보다 결과(Consequences)를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목적과 결과는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고

때로는 두개를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두개가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것을 향해 나아가는 가에 따라

근본적인 내용에 있어서

차이점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학생이 공부를 하는 목적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부를 한 결과는 성적이라는 수치로 나타난다.

성적이라는 수치가 공부의 목적을 잘 달성했는지 여부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까?

물론 성적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는 것은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이유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목적이란 것은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존재인 것에 비해

결과란 단면적이고 부분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단지 성적만 높이기 위해서라면

부정행위를 포함한 여러가지 편법을 동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의 직접적인 원인은

학생의 성적이라는 단면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대학이란 곳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인 것이다.

목적지향적인 행동이 아니라 결과지향적인 행동을 해온 사람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대학에서 나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망각하고

'학점'이라는 결과의 노예가 되기 쉽상이다.

'학점'이라는 결과만을 올리고 싶다면

역시 여러가지 편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학점을 잘 주는 교수의 강의를 골라서 듣고,

시험을 볼 때에는 족보와 정보를 풀활용하고,

불리한 강의는 과감히 드롭을 한 후에 계절수업으로 보충하는 등의 수는 역시 무궁무진하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들어간 이후에도

목적과 결과를 동일시 하고 결과에 집착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실적'을 올리기 위한 편법은

더더욱 다양하게 존재한다.

MMORPG 가 잘 되고 있는가의 기준을 동시접속자로 판단한다고 하면

서비스가 시작될 무렵에 열심히 봇을 풀어서 접속자를 늘려놓고

'동시접속자 xxx만명 돌파' 라고 보도자료를 쓰려는 유혹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봇을 풀기도 귀찮아서, 그냥 숫자를 만들어서 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지도 모른다.

영리한 기획자라면, 그런 품위가 낮은 편법을 쓰는 것 보다는

게임 시스템적으로 접속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기획안을 도입해서

유저가 실제 게임에 얼마나 재미를 느낄 것인가와 관계없이

접속시간을 연장시키는 방식을 도입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유저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해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불편함만 가중되게 된다.

결과에 대한 집착은 회사 전체차원에서도 늘 일어나곤 한다.

회사가 얼마나 업계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얼마나 일을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결과적 기준중 하나는

바로 '매출'이다

그런데 그 '매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인가를 알고나면

누구라도 허망한 마음이 들 것이다.

옛날에 닷컴열풍이 불던 시절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수많은 돈을 끌어들였던 사업가들은

막상 매출실적을 만들기 어려워지자

다른 회사와 공모해서 서로의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해주고

서로 매출을 부풀리기 일쑤였다.

물론 지금은 상장기업의 경우 이러한 매출 부풀리기 행위에 대한

감사기준이 엄밀해져서 위와 같은 식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은 꽁수로 재미를 볼 수만 있다면 계속 꽁수로 파고들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매출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얼마나 이익을 냈는가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그렇다면, '매출'이라는 결과 대신, '이익'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회사와 경영자가 목적을 잘 달성하였는가라는 것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이익'이라는 결과 역시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늘리자면 늘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분기의 이익률을 높이려면

내년에 꼭 투자해야 하는 돈의 집행을 다음 분기로 며칠 미루고

이후에 들어올 수 있는 돈의 계산을 '생겼지만 아직 받지 못한' 돈으로

계산하면 이익률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매출'이나 '이익률'말고 다른 지표가 널리 쓰이고, 또 널리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언론사의 경우 중요한 결과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발행부수'이다.

그런데 단순히 발행부수를 늘리고 싶다면, 방법은 쉽다

많이 찍어서 버리거나, 무가지로 나눠주면 되니까.



직장에서 성과급제로 사람이 일을 얼마나 잘 했는가를 기준으로 돈을 더 주는 것에도

역시 수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머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생각해보자.

'밤을 많이 샌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근무일 대 밤을 샌 날의 비율을 따져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일을 한 (혹은 하는 척 한) 사람이 보통대로 일한 사람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몇번 인센티브를 지급하다보면, 차라리 안 주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금새 깨닫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기준을 생각해보면

'일을 많이 한 것의 기준은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코드의 양 (줄 수)으로 따져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다음과 같은 코드를 보게 되지 않을까?

int

a

=

0;

그게 안 좋다면, 약속한 기능을 얼마나 빨리 완성하는가?로 따지면 어떨까?

아마 버그와 확장불가능한 땜빵으로 꽉 차여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그럼 버그를 고친 갯수로 따진다면?

일부러 버그를 만들고 많이 고친 사람이 유리할 것이다.

버그가 없고 잘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짠 기준을 만든다면?

모르긴 해도 프로그래머가 자기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하는 일에는 인색해질 것이고, 결국 팀웍에 도움이

되던 프로그래머들은 낮은 평가를 받고 실망해서 회사와 멀어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측정가능한 결과라는 것은

관리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목적 달성여부의 일부분만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신중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무언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서

적절한 가중치가 부여된 결과를 목적달성 여부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평가지표는 새로 생기기도 하고 가중치가 바뀌거나 폐지되기도 하면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라는 반론에 부딛힐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선정의 기준이 '목적'이라는 기준에 부합한다면

조직의 구성원들이 '결과'중심의 행동과 편법을 쓰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많은 경영자, 관리자들은

'명확한 평가기준을 세우고 합리적인 보상과 동기부여 방안을 마련하라'

라는 과제가

실제로는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사실상 절대적인 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가기준은 계속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엘 스폴스키 같은 사람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프로그래머별로 인센티브를 평가해서 제공하는 제도는 위험하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조직이 계속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역시 목적과 결과를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존재의의를 '돈을 벌기 위해서' 라고 하는 것도

목적과 결과의 혼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돈만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떤 회사든 마약이나 매매춘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업종변경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소프트웨어 바이러스 백신을 제작하는 회사라면

적어도 '소프트웨어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의 불편을 제거한다' 라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어야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직접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유포하고 백신을

경쟁자보다 빨리 배포(자기가 만든 것이니 자기가 백신을 잘 만들 수 밖에 없다)

하는 것이 훨씬 가까운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중심의 해결책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편법을

동원하게 되기 마련이고, 그러한 조직은 장기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오히려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목적을 세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기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조직이

궁극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보기 쉽다.

Built To Last 나 Good to Great 같은 책들에 보면 그러한 사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회사의 목적이 다만 돈을 많이 번다라는 것이라면

목적도 같은 회사들끼리 죄다 합병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나는 학교 다닐 때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학점 관리같은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계약이나 실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편법을 써본 적도 없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선택해온 길들이 나름대로 좋은 길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바라건데, 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계신 여러분은

결과지향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목적지향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