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앞의 야만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사모펀드 KKR 이 RJR Nabisco 의 LBO 과정을 그린 이야기.

일단 LBO 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국내용어로는 차입매수 (Leveraged Buyout) 라고 한다.

구글에서 LBO 차입매수로 검색해서 알아보면

" LBO 란, 기업을 매수하는 기업 혹은 집단 (사모펀드, 컨소시엄등)이 인수시 필요한 자금을 인수 기업이 모두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되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 자금을 충당하여 기업 인수를 성사시키는 기업인수의 한 방식 혹은 방법이다"

라는 설명이 나온다.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어느날 김학구(가명)씨가 지병인 아토피가 도져 INC 게임즈를 매각하고 은퇴해 요양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김학구씨는 누군가에게 회사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매수자를 찾던 김학구씨 앞에 홍정육(가명)씨라는 M&A 전문가가 나타나 제안한다.

홍정육 : "제가 INC 인수 의향이 있습니다. 회사의 재무자료를 주시지오"
김학구 : "여기 있습니다"
홍정육 : "160억에 현찰로 김학구씨 소유 지분 60%를 모두 인수, 어떻습니까?"
김학구 : "좋습니다"
홍정육 : "계약금으로 60억을 먼저 드리고, 잔금을 30일 내로 모두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김학구씨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INC 를 모두 팔아버리고 은퇴를 했는데, 몇개월이 지난후 INC 에서 구조조정당해 나온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직원들 : "지돈 한푼 안들이고 회사를 날로 먹고 사람은 떼내어 쪼개먹다니 크윽 사장님이 아토피만 도지지 않았더라도"
김학구 : "아니 어떻게 된 일인가?"
직원들 : "어떻게 된 일이긴요, 회사가 구조조정되고 안정적인 매출원이던 그래나도애아빠다(가칭)가 통째로 MC 소프트에 넘어가면서 그애를 운영하던 저희들은 모두 짤렸습니다"
김학구 : "지돈 한푼 안 들이고 회사를 날로먹다니? 난 돈을 다 받았는데, 그것도 현찰로"
직원들 : "사장님에게 간 그 돈은 그래나도애아빠다를 MC 소프트에 200억에 평생퍼블리싱권을 넘겨서 받은 돈입니다"
김학구 : "으잉? 그래나도애아빠다는 원래 홍정육씨게 아닌데 어떻게 팔아?"
직원들 : "홍정육이 외부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서 사장님에게 먼저 계약금을 주고, 회사를 인수하고 난 뒤 MC 소프트에 그래나도애아빠다를 팔아서 외부투자자에게 계약금을, 사장님에게 잔금을 지불한거죠"
김학구 : "아니 그래나도애아빠다를 팔고나도 INC의 신작과 회사의 경영권을 생각하면 많은 자산가치가 남아있는건데, 내가 멍청해서 너무 싼 값에 회사를 팔았군!"
직원들 : "사장님이야 돈을 받고 은퇴하셨지만, 구조조정된 저희들은 뭡니까! 사장님 미워요 엉엉!!"


대충 이런 것이 LBO 의 작동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핵심포인트는
- 꾸준히 현금이 나오는 회사
- 사업단위를 매각해 현금화를 할 수 있는 회사
- 그러면서, 현재 회사의 시장가치는 매우 저평가된 회사
- 대규모의 돈을 한번에 끌어올 수 있는 투자자 (대개 사모펀드)
- LBO 가 성사되고 나면 회사의 주주는 바뀌게 된다
- 기존의 주주는 현금을 받고 떠나고, 새로운 주주는 절대지분을 소유하게 되며, 회사 자체는 많은 차입금을 끌어안게 된다
- 그 후 회사의 사업을 지속하여 현금이 생기거나, 사업단위를 매각해서 번 현금으로 차입금을 해소하면 회사의 경영은 정상화 된다.
- 회사에서는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현금을 빨리 많이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수반되고 R&D 투자가 위축된다.
-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들이 방만하게 벌여놨던 사업들이나 지나친 임직원보상등이 정리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
- 사모펀드의 경영자가 제한된 시간안에 회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여 회사의 부채를 갚으면 LBO 성공
- 반대로 제한된 시간안에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LBO 는 실패하게 된다.



RJR 나비스코의 이야기는 많은 현금을 창출하고 있었으나, 담배소송으로 인해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던 RJR 나비스코의 CEO 로스 존슨에게 LBO 제안이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가장 공격적이고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던 사모펀드의 최고봉 KKR (Kohlberg, Kravis and Roberts) 의 헨리 크래비스가 주가가 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로스 존슨에게 LBO 를 제안하지만 로스 존슨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이미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잘 지내고 있던 로스 존슨이 모험을 해서 얻을것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하던 신제품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의 개발이 수렁에 빠지고 다른 어떤 방법을 써도 주가가 오르지 않자, 로스 존슨은 LBO 를 생각하게 되는데.. 처음에 LBO 를 제안했던 KKR 이 아닌 시어스 리먼과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로스 존슨은 신속한 사전 작업을 통해 자금 조달 및 이사회에 주당 75 달러에 LBO 제안을 던지게 된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KKR 의 헨리 크래비스는
1. 배신감 (아니 처음에 제안한게 난데 왜 나를 제치고..!) 과
2. 사업기회 (75 달러는 너무 싸다. 90 달러로 들어가도 RJR 은 충분히 남는 장사다...!)
의 유혹에 의해 RJR 나비스코 주식의 공개매수를 선언하는데...



책이 두껍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읽는데 좀 어렵긴 했지만 기업 매수의 세계와 그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