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난 몇 년간 회사를 경영해본 적이 있지만, 어떤 기업가정신에 기반해서 회사를 세우고 운영했었다기보다는 막연히 내가 하는 일의 수단으로서 생각했던 것이 전부였었다. 그러다가 경영에 대해서 속성으로나마 공부할 기회가 생기고, 경영에 관련된 책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편한 책들 중심이긴 했지만) 경영또한 프로그래밍만큼이나 흥미롭고, 철학과도 같은 가르침이 존재하며, 절대적인 답이 없고, 항상 변화하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매주 서점에 들러서 사는 책중 경영에 대한 책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책보다 많아지기 시작했고, 많게는 일주일에 서너권씩 사다 쌓아놓고 읽기도 했을정도로 깊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었다.
그 수십권의 책들중에서도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책을 꼽으라면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 공저의 ‘Built to last’ 와 그 후속편격인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을 들 수 있다.

회사란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히 회사의 목적은 이윤추구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위대한 (Great) 기업은 이윤추구 이상의 이념을 갖고 세워졌으며, 그렇게 운영되고, 이윤추구는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활동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가 안철수씨가 자서전에서도 밝혔던 것중 하나가 ‘영혼이 있는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바로 이 책이 제시한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의 한글판 추천사중에 안철수씨가 쓴 부분도 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저마다 많은 철학적이고, 시적이고, 심리학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살이 찌기 위해서 산다’던가, ‘몸 속의 혈액을 순환하기 위해서 산다’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며, 그런 사람이 있다면 죽지못해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체중의 유지나 혈액순환 같은 문제는 매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살면서 인생에 걸쳐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그보다 더 깊은 의미와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여러분의 부모님은 여러분을 낳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중 하나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설립자인 포드씨이다. 그는 포드자동차라는 회사를 만들면서 세운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미국의 각 가정마다 자동차를 한대씩 보유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도살장에서 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라는 생산체계를 만들어서 실용화하였고, 극소수 부유층만 타고 다닐 수 있었던 자동차를 대중화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모델도, 주주나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잘 팔리고 있는 모델을 이유 없이 (그들의 관점에서) 가격을 인하하여 바보라는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장사꾼의 입장에서는 이미 잘 팔리고 있는 모델은 가격을 올리지는 않아도 가격을 내릴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에게는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자동차를 매 가정에 보급시킨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해야만 했던 결정이었던 것이다. 물론 포드자동차는 진짜로 회사가 있는 동안에 포드의 그 원대한 목표가 실현되어버려서, 한동안 목표를 잃고 일본차라는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나 위기를 겪게 된다.

회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혼이 있고, 목적의식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식과 이상을 가진 회사에게는 이윤추구나 원활한 현금흐름은 게을리할 수 없는 기초적인 활동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위대한 정신이나 목적을 가진 회사는 당장의 돈이나 회사의 덩치를 크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책을 회사에 반납하고 나온 관계로 인용하기 어렵지만, 요점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인재 중심(유능한 인재가 모여있으면 그 다음 일은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2.        겸손한 경영자 (사정이 좋을땐 창밖을 보고 – 환경과 운이 좋았기 때문에 -, 사정이 나쁠땐 거울을 보는 – 나의 실책 때문에 - )
3.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우월성, 인생의 모든 것을 투여할 수 있는 열정과 그 결과물을 경제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3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한 목표설정,
4.        규율이 분명히 정의된 사내문화
5.        등등..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기업들중 진짜로 위대하다고 할만한 기업들을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추려내고,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서 성공의 비결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짚어내고 재해석 한 것이다.

‘위대함’의 가장 큰 적은 ‘괜찮음’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대해지는 것’ 이라고 해서 항상 초인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게 최고를 추구할 수 있는 상태와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진짜 괜찮은 인재들과 함께 가장 잘 할 수 있고, 흥미가 있으면서, 돈이 벌릴 수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 규칙을 세워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순리에 맞춰지는, 그야말로 기업 경영의 무위자연식의 순리라고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책을 통해서 몇가지 오해들을 지적한다. 예를 들면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지는데에는 ‘카리스마가 있는 경영자’ 라던가 ‘기발한 아이템’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CEO 로 유명했었던 ‘아이아코카’ 같은 인물도 회사가 잘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pr 하는 것에 몰두하게 되고, 나중에 회사를 떠난 후에는 회사를 적대적으로 매입하려는 세력에 가담하기까지 하는 면을 보면 경영자의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또한 창업자 1세에서 회사의 생명이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기발한 발명품과 창의력의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3M 같은 기업도 회사를 창립한 후 몇 년동안 이렇다할 특별한 발명품을 내놓지 못했었다는 것, 그리고 포스트 잇 같은 발명품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태어나 상품화된 것이 아니라, 최초 발명으로부터 상용화까지 몇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포스트잇은 3M 연구소의 한 과학자가 연구 과정중 잘 붙지 않는 접착제를 알게되어서, 회사의 연구기록에 실패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을 몇 년 후에 다른 과학자가 찬송가책을 볼 때 갈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용품이 없을까? 에서 연구 기록으로 찾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포스트잇은 처음부터 날개돋친 듯 판매된 것이 아니라, 몇몇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 (기자, 교수등 메모를 많이 하는 사람) 에게 먼저 배포해서 그들을 포스트잇의 팬으로 만들어버린 전략에 다다를때까지의 마케팅적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실패나 난관, 시간차를 극복하고 끈기있게 추진할 수 있는 회사의 문화인 것이다.

여러분중 혹시 멋진 게임회사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내가 만든 무언가를 남이보고 칭찬해줬을 때의 처음의 흥분이나 열정을 잊지 말고 회사의 정신으로 주입할 방법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영혼이 있는 회사, 목적의식이 있는 회사, 창업자가 다음 경영진에게 자리를 물려줘도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회사, 그런 사랑할 수 있는 게임회사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